김학균 감독이 이끄는 배드민턴국가대표팀은 2024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 이상을 정조준했다. 여자복식의 세계적 조합 김소영-공희용, 백하나-이소희의 역할이 중요했지만 이들 모두 1일(한국시간) 라샤플레아레나에서 벌어진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복식 8강에서 이변의 희생양이 돼 눈물로 대회를 마감했다. 스포츠동아DB
목표를 높게 잡은 이유가 있었다. 여자단·복식과 혼합복식에서 세계최고 선수를 두루 보유했기 때문이다. 여자단식 안세영(22·삼성생명·세계랭킹 1위), 여자복식 김소영(32·인천국제공항)-공희용(28·전북은행·10위)과 백하나(24·MG새마을금고)-이소희(30·인천국제공항·2위), 혼합복식 서승재(27·삼성생명)-채유정(29·인천국제공항·2위)과 김원호(25·삼성생명)-정나은(24·화순군청·8위) 등 쟁쟁한 선수들이 한국배드민턴의 새 역사를 쓸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특히 많은 메달 수확을 위해선 전통의 강세 종목 여자복식의 활약이 필요했다. ‘킴콩조’ 김소영-공희용, ‘백리장성’ 백하나-이소희 모두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 더 기대를 모았다. 마침 여자복식 베테랑들도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종전보다 더욱 결연한 출사표를 던져 많은 관심을 모았다.
직전 대회인 2021년 2020도쿄올림픽 동메달리스트 김소영-공희용은 시상대 더 높은 곳을 바라봤다. 파리 출국 전 “이번 대회까지 올림픽과 연이 닿을 줄 몰랐다. 모든 것을 쏟아 붓겠다”고 김소영이 다짐하자 공희용이 “소영언니가 결혼 후에도 변함없이 배드민턴에 몰두하고 있다. 언니의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파리올림픽에서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고 거들 정도로 금메달 의지가 강했다. 단순히 동메달에만 만족하지 않겠다는 각오였다.
2022년 10월 결성 후 단기간에 세계최고로 거듭난 백하나-이소희도 금메달을 목표로 삼았다. 특히 이소희의 각오가 남달랐다. 앞서 선배 장예나와 출전한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선 8강에 그쳤고, 동기 신승찬(포천시청)과 나선 도쿄올림픽에선 4위에 머물렀다.
세계정상급 선수로 오랜 기간 활약했지만 올림픽 메달과는 연을 맺지 못했다. 선배, 동기에 이어 후배 백하나와 나서는 올림픽에선 반드시 메달을 걸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국가대표가 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올림픽 메달이 없어 늘 메달을 위해 버티면서 선수생활을 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이번 대회에서 꼭 마지막에 웃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메달을 향한 한이 컸다. 이에 백하나도 “언니에게 반드시 메달을 걸어주고 싶다”고 밝혔다.
나란히 파리올림픽 8강에 오른 가운데 1일(한국시간) 라샤플레아레나에서 김소영-공희용은 펄리 탄-무랄리타란 티나(말레이시아·12위), 백하나-이소희는 류성슈-탄닝(중국·3위)과 맞붙었다. 상대전적에서 각각 1승무패, 4승1패로 앞서 4강행을 기대하기 충분했다.
그러나 이날 밤 경기는 눈물로 막을 내렸다. 먼저 코트에 선 김소영-공희용이 게임스코어 0-2(12-21 13-21)로 져 탈락했고, 백하나-이소희도 0-2(9-21 13-21)로 패해 고개를 숙였다. 2개 조 모두 같은 날 이변의 희생양이 되면서 한국배드민턴의 여자복식 메달 도전도 무산됐다.
대회 전 “결승에서 만나자”는 약속이 무색해졌다. 현역 시절 2004아테네올림픽과 2008베이징올림픽 여자복식에서 동메달과 은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금메달에 닿지 못한 대표팀 이경원 여자복식 코치(43)의 “선수로서 이루지 못한 금메달의 꿈을 코치로서 이루고 싶다”는 바람도 이뤄지지 못했다.
선수들은 눈물을 참지 못했다. 마지막 올림픽을 허무하게 마친 김소영, 3번의 메달도전 모두 실패로 막을 내린 이소희, 그리고 이들의 파트너들 모두 펑펑 울었다. 김소영은 “마지막 올림픽이 끝났다. 열심히 준비했기 때문에 결과가 아쉬워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소희는 “이번 올림픽에서 정말 노메달 아쉬움을 털어버리고 싶었다. 나 자신에게 후회가 되는 경기를 한 것 같다”고 밝혔다. 최소 은메달을 확보한 혼합복식 2개 조와 여자단식 안세영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파리|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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