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박성준의 오목렌즈] 40번째 기사입니다. 박성준씨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뇌성마비 장애인 당사자이자 다소니자립생활센터 센터장입니다. 또한 과거 미래당 등 정당활동을 해왔으며, 현재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위한 각종 시민사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 정치에 관심이 많고 나름대로 사안의 핵심을 볼줄 아는 통찰력이 있습니다. 오목렌즈는 빛을 투과시켰을 때 넓게 퍼트려주는데 관점을 넓게 확장시켜서 진단해보려고 합니다. 매주 목요일 박성준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색깔 있는 서사를 만들어보겠습니다. 더불어 박성준 센터장은 2024년 7월11일부터 평범한미디어 공식 멤버로 합류해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석달 남은 미국 대선(11월5일)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TV 토론 폭망과 트럼프 피습 이후 결국 바이든 대통령이 연임을 포기했고 그 대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부상했다.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45% 기준 해리스 부통령이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는 결과들이 꽤 나오고 있다.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지난 25일 14시 평범한미디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되게 흥미로운 면이 뭐냐 하면 해리스 부통령이 오바마와 힐러리를 섞어놓은 것 같다”면서 “상대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트럼프이기 때문에 굉장히 폭발력 있는 후보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단 바이든하고 트럼프의 대결에서 (미국 민주당쪽) 어느 누구도 건드리지 못 했던 나이 이슈를 건드릴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아메리칸 퍼스트라고 이야기되는 백인 우선주의에 대해서 소수인종과 다인종 권익의 측면에서 반격할 수 있는 그런 포인트도 생겼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첫 번째 대권을 거머쥘 수 있었던 것은 미국 내 백인 노동자들의 감성을 노골적으로 노렸기 때문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아메리칸 퍼스트에는 유색 인종이 없고 반PC주의적 혐오가 솔직함으로 포장돼 담겨 있었다.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은 본인 역시 백인이라 그런 부분에서 차별화된 요소가 없었고, 고령 이슈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나이가 비슷함에도 누가 봐도 인지능력이 퇴화되어 보였다. 그에 반해 해리스 부통령은 흑인이자 인도계 소수인종 출신 여성이자 1964년생으로 1946년생 트럼프 전 대통령에 비해 훨씬 젊다. 이런 장점들과 더불어 박 센터장은 “(미국 유권자들이) 경험하지 않았던 해리스 부통령과 경험해본 트럼프 전 대통령을 딱 놓고 비교해봤을 때 트럼프의 장점도 있겠지만 단점들이 훨씬 더 부각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환기했다.
트럼프를 또 다시 백악관에 앉힌다는 것에 대한 반감이 있다. (통상 미국 유권자들이 4년 연임 기회는 주지만 4년만에 낙석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중임의 기회를 줄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주장이 있는데) 그게 바로 트럼프가 가지고 있는 양날의 검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이전에 인간 트럼프일 때도 호불호가 굉장히 강했던 인물이다. 그런데 이 사람의 표심이 굉장히 강해지면서 대통령 후보까지 됐고 대통령으로 당선이 돼버렸다. 그리고 연임에 실패해서 바이든한테 바로 정권 교체가 됐는데 이게 포인트다. 정권 교체 이후가 굉장히 소란스러웠다. 대통령이었던 사람이 직접적으로 나서서 부정 선거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고. (낙선 확정 직후 지지자들에 대한 의회 폭동 선동도 그렇고 사법 리스크도 그렇고) 전임 대통령이 또 다시 대통령 후보로 나서면서 스스로를 깎아먹을 만한 일들을 전혀 주저하지 않고 막 저질러버린 상태에서 또 나섰다. 그러니까 본인 임기 때도 점수가 낮았겠지만 임기 이후의 점수도 그리 높지 않고 더 낮을 확률이 크다라는 부분이 있다.
21세기 들어 미국 대통령직 자체가 성과를 내기 매우 어려운 자리가 됐지만 바이든 정부에 대한 피로감은 고령 이슈와 맞물려 차원이 다른 반감을 불러오고 있다.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과 유명 민주당계 인사들도 바이든 정부에 대해 손사레를 치고 있었고, 그런 네거티브 여론에 힘입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세몰이에 성공했던 상황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 입장에서) 상대가 바이든이었다면 워낙 우세하고 있었으니까 계속 좋았겠지만 바이든이 결단해서 연임을 포기했고 부통령 해리스와 (최종 결정권자로서의) 대통령 해리스는 완전히 다를 거다라는 기대치를 어떻게 무너뜨릴 거냐가 고민일 것이다.
그런데 아직까진 공화당도 반격의 포인트를 찾지 못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 정당을 더 찍는 그런 형태의 미국 대통령제와 대선의 위험성”에 힘입어 당선 가능성이 없는 게 아니다. 백인 빈곤층 외에도 유색 인종과 여성들도 트럼프의 아메리칸 퍼스트와 ‘강한 미국’ 구호에 향수를 느끼고 지지를 해줄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래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또 다시 전체 득표 수에서 지고도 선거인단에서는 이기는 그런 패턴으로 승리를 거머쥘 수도 있다.
왜냐면 트럼프는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굉장히 강하다. 어떤 쇼를 할지 모른다. 그러니까 필요하면 언제든지 (해리스의) 약할 거라고 생각하는 포인트를 파고들어서 나도 당신들과 같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라는 쇼잉에 굉장히 강하기 때문에 끝까지 가봐야 한다. 지금도 민주당 후보 교체로 인한 컨벤션 효과가 언제까지 가느냐도 봐야 되는 상황이다.
반면 민주당과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정부와 적절한 차별화 지점을 부각해야 한다. 어쨌든 부통령이기 때문에 바이든 정부의 일원이긴 했지만, 해리스 정부가 탄생한다면 무엇이 다를지에 대해서 아이디어를 제시해야 한다.
그러니까 지금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해야 될 일은 나는 바이든과 비슷하지만 확실히 다르다. 윤석열 정부에서의 한동훈과 같은 역할과 포지션으로 가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연임을 포기하며 해리스 부통령을 후계자로 직접 지명했기 때문에) 마냥 바이든 정부와 각을 세우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적절히 차별화를 해야 한다.
지난 7월22일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 선언 이후 해리스 부통령은 일주일만에 약 2억 달러의 선거 자금을 확보할 만큼 분위기를 타고 있다. 얼마나 유지될지가 관건인데 아직 해리스 부통령은 공식 대선 후보 신분이 아니다. 민주당 전국위원회(DNC)가 8월 초부터 후보 선출 절차에 돌입할 예정인데 박 센터장은 “민주당이 빨리 결정을 해줘야 힘을 받는다”며 “민주당 내부에 있는 다른 후보들도 움직일 수 있는데 이들의 지지도 받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비해 인지도가 현저히 낮다. 박 센터장은 “그냥 바이든 행정부의 일원이었다가 전부”라며 “부통령이라는 자리가 원래 그렇긴 하지만 트럼프는 이미 익히 알려진 인물이고 4년 내내 그냥 알려진 것도 아니고 굉장히 많은 이슈들을 만들어냈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과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의 노이즈 마케팅에 대한 대비책도 필요하겠지만, 해리스는 어떤 인물이고 어떤 정치를 보여줄 것인지에 대해 최대치로 알려야 하는 것이 숙제인 셈이다.
그나마 해리스 부통령이 가지고 있는 건 바이든의 후계자라는 건데 지금 주변 정세상 강한 지도자들이 대세다. 근데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만큼 강렬하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Copyright ⓒ 평범한미디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