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여름 별장

예술가의 여름 별장

엘르 2024-08-02 00:00:03 신고

Casa Perez, Judd Foundation, Marfa, Texas. Donald Judd Spaces (Judd Foundation, 2023).
MATTHEW MILLMAN, ELIZABETH FELICELLA/COURTESY OF JUDD FOUNDATION. DONALD JUDD ART © JUDD FOUNDATION,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MATTHEW MILLMAN, ELIZABETH FELICELLA/COURTESY OF JUDD FOUNDATION. DONALD JUDD ART © JUDD FOUNDATION,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CASA PEREZ DONALD JUDD
텍사스 서부의 외딴 마을 마파(Marfa)를 현대예술의 기지로 만든 도널드 저드. 그는 마파의 많은 부지와 건물을 자신의 건축사무실이자 아트 스튜디오, 도서관, 집으로 탈바꿈시켰는데, ‘카사 페레즈’는 도널드 저드가 가족과 주말을 보내는 별장으로 사용한 세 개의 팜 하우스 중 가장 작은 집이다. 1900년대 초에 지은 평범한 건물이었던 시골집은 페레즈라는 이름의 주인이 운영하던 염소 목장이었다. 카사 페레즈는 본질에 집중하는 저드의 미니멀리즘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어떤 장식 요소 없이 그가 만든 나무 카운터와 데이베드, 소나무 침대로 소박하고 아늑하게 연출했다. 대신 자신의 작품과 멕시코 수공예품, 프란시스코 고야(Francisco Goya)의 작품을 걸어 다양한 예술품과 공예품을 수집한 그의 사적인 취향을 엿볼 수 있다. 저드는 오래된 팜 하우스의 구조를 확장하거나 변형하지 않고도 놀랍도록 완벽한 별장으로 레너베이션했다. 식료품 저장실과 다용도 공간, 욕실 등 필요한 공간은 별도의 구조물을 짓고, 그늘을 만들어줄 두 개의 큰 페르골라, 물탱크 주변 플랫폼을 설계해 조성한 정원, 수영과 일광욕을 즐길 수 있는 시설까지 더했다. 기능성과 실용성에 대한 저드의 도전과 자유로운 마음가짐이 함축된 집.


OLIVIER MARTIN GAMBIER/COURTESY OF FONDATION LE CORBUSIER, © F.L.C./ADAGP, Paris - SACK, Seoul, 2024

OLIVIER MARTIN GAMBIER/COURTESY OF FONDATION LE CORBUSIER, © F.L.C./ADAGP, Paris - SACK, Seoul, 2024

LE CABANON LE CORBUSIER
“나는 프랑스 리비에라에 3.66m×3.66m 크기의 웅장한 집을 가지고 있다. 이곳은 아내를 위한 공간으로, 편안함과 친절함이 담겨 있다.” 복잡함에 주저하지 말고 단순함에 도달하라던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 작업 중 ‘카바농’은 합리성과 기능성에 정점을 찍은 작은 집이다. 현대건축의 거장이 말년을 보낸 곳이라 하기에는 소박해 보이는 오두막이지만, 단순한 질서를 통해 자신만의 소우주를 창조한 집의 정수를 보여준다. 벽면과 천장을 가로지르는 격자를 따라 가구를 배치하고, 바닥과 천장에 컬러를 추가해 공간의 변주를 줬다. 어릴 때 꿈이 화가였던 르 코르뷔지에의 회화 작품도 활기를 더한다. 입구 복도의 벽에는 르 코르뷔지에의 벽화 작품 ‘토로(Taureaux)’가 그려져 있고, 두 개의 접이식 셔터 안쪽 면에는 아내 이본(Yvonne)에게서 영감받은 인물화를 그렸다. 르 코르뷔지에는 더할 것 없이 완전한 공간에서 아내 이본이 죽을 때까지 매년 여름 파리를 떠나 이곳에 머물렀다. 푸른 지중해가 한눈에 들어오는 네 평의 통나무집은 수영을 좋아하는 그에게 휴식과 사유를 위한 최고의 공간이었다.

ANDY LIFFNER

ANDY LIFFNER

VILLA SÖDRA KULL BRUNO MATHSSON
스웨덴 가구 디자이너이자 건축가 브루노 맛손의 ‘빌라 쇠드라쿨’은 1988년 그가 세상을 떠난 시점에 멈춰 있는 듯하다. 스토브와 디지털 알람시계, 비닐 레코드, 벽 전체를 가득 채운 많은 책 그리고 여전히 맛손이 앉아서 작업하고 있을 것 같은 작업대가 보존돼 있다. 스웨덴 베르나모(Va..rnamo)에 있는 별장은 유리벽과 반투명 아크릴판으로 천장을 시공해 실내외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우리에겐 가능한 한 많은 빛과 공기가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방치된 꽃처럼 시들어버리죠.” 빛을 사랑하는 맛손은 주변 자연과 친밀하게 연결될 수 있도록 집을 설계했다. 침실은 정원으로 바로 나갈 수 있도록 이어져 있으며, 음식을 즐기지 않았던 그는 별장 중앙에 작은 작업용 주방을 두었다. 에메랄드 색상의 모자이크 타일이 깔린 거실에서 직접 디자인한 체어 ‘페르닐라(Pernilla)’에 앉아 환상적인 호수 전망을 감상하던 맛손이 눈에 그려진다.

OLIVIER AMSELLEM/COURTESY OF VILLA NOAILLES OLIVIER AMSELLEM/COURTESY OF VILLA NOAILLES
VILLA NOAILLES CHARLES & MARIE-LAURE DE NOAILLES
장 콕토, 파블로 피카소, 만 레이 등 예술계의 유명 인사들이 드나들었던 ‘빌라 노아유’는 샤를과 마리 로르 드 노아유 미술 애호가 부부의 별장이었다. 프랑스 남부 휴양지 예르(Hye‵res)에 있는 프랑스 초기 모더니즘 건축이자 지금도 보석 같은 명소로 손꼽힌다. 빌라 노아유의 시작은 ‘살기 좋은 작고 재미있는 집’이었다. 그러나 1924년에 착공한 빌라는 초기 계획과 달리 8년 동안 건물을 확장하고 변형했다. 건축에는 예술가와 디자이너, 유리 세공사, 정원사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업해 네 개의 침실이 있는 별관을 추가하고, 화려한 장식이 있는 핑크색 거실, 유리 벽돌로 만든 수영장과 큐비즘에서 영감받은 정원을 시공한 빌라 노아유는 호화로운 별장으로 완성됐다. 시인과 화가 후원에 열성적이던 노아유 부부는 매일 파티를 열었고, 이 빌라는 곧 예술계와 파리 사교계 명사들이 앞다투어 모여드는 만남의 장이 됐다. 현재 이곳은 예르를 대표하는 아트 센터로 변모해 예술을 즐기는 모든 이를 반긴다.

COURTESY OF NANNA DITZEL DESIGN

COURTESY OF NANNA DITZEL DESIGN

SOMMERHUS NANNA DITZEL
20세기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역사에서 한스 J. 베그너, 핀 율, 베르너 팬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여성 디자이너 나나 딛젤(Nanna Ditzel)의 이름을 빼놓을 수 없다. 덴마크 ‘디자인 대모’라 불리는 그녀는 전통적인 디자인 관습을 깨고 진보적 행보를 이어왔다. 프레데리시아의 ‘트리니다드(Trinidad)’ 의자부터 크바드랏의 직물, 조지 젠슨의 보석까지 영역을 넘나들며 남긴 딛젤의 디자인 유산이 곳곳에 살아 숨 쉰다. 덴마크 드로닝묄레(Dronningmølle)에 있는 딛젤의 여름 별장은 그녀의 디자인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집이다. 190㎡ 규모의 별장은 탁 트인 전망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주방과 거실, 네 개의 방과 두 개의 욕실로 이뤄져 있다. 별장 거실에 걸린 라탄 소재의 ‘행잉 에그(The Hanging Egg)’ 의자, ‘트리세(Trisse)’ 스툴 등의 둥글고 부드러운 모양은 자연과 닮았다. 이곳에서 나나 딛젤은 자신이 사랑하는 자연에서 영감을 얻으며 색과 형태를 실험하고, 창의력을 키웠다. 그리고 평화와 자유를 만끽하며 가족과 절친인 베르너 팬톤과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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