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 레드제피가 본 식탁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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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레드제피가 본 식탁의 미래

코스모폴리탄 2024-08-02 00:00:01 신고

많은 이들이 일생에 한 번쯤 방문하고 싶어 하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노마’의 헤드 셰프, 르네 레드제피. 그를 만나 그가 제작에 참여한 다큐멘터리 시리즈 〈옴니보어: 인간의 식탁〉을 중심으로, 인류의 식탁과 문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물었다.


Apple TV+의 다큐멘터리 시리즈 〈옴니보어: 인간의 식탁〉은 옥수수와 쌀처럼 인류 역사를 바꿔놓은 기본적인 식재료부터 커피, 고추, 참치 등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식재료 8가지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더 나아가 인간의 역사와 미래를 내다보는 창으로 삼는다. 대부분의 푸드 다큐멘터리가 주제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이나 역사 등을 소개하는 데 그친다면, 〈옴니보어: 인간의 식탁〉은 가장 중요한 질문으로 바로 뛰어든다. “식량 그리고 식문화의 미래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사멸해가는 파프리카 농가와 기후변화로 고통받는 쌀 수확 농가, 세계의 과한 참치 사랑이 불러일으킨 바다의 공백이 우리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작품에서 확인할 것.


셰프, 작가, 강연자, 연구자 등 수많은 수식어를 지닌 사람이지만, TV 시리즈의 내레이터는 처음 맡아보는 역할이었죠. 소감이 어떤가요?
정말 모든 것이 새로웠어요.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TV에 출연해본 적은 많았지만 그렇게 새롭다고 느끼지 못했거든요. 하나의 프로그램을 만들어나간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웃음)
그런데 단순히 내레이터 역할만 한 것 같지는 않아요. 제작자로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이끌어나가는 과정에 꽤 깊게 관여했다는 느낌이 들던데요?
이 이야기를 하려면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해요. 〈옴니보어: 인간의 식탁〉(이하 〈옴니보어〉)이 세상에 나오게 된 건 사실 제 아이디어였거든요. 언젠가 TV 쇼를 제작한다면 꼭 BBC의 〈살아 있는 지구〉 같은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었어요. ‘음식으로도 그런 장대함을 구현할 수 있을까?’ 그것이 시작이었죠. 단순히 식재료에 대해 이야기한다거나 다양한 음식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음식과 식재료를 만들고 소비하는 모든 사람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제작자인 맷 굴딩과 함께 고민했습니다. 셰프들이 등장하는 보통의 푸드 다큐멘터리와 다르게 주인공이 없는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것도 그 때문입니다. 저는 단순히 내레이터라기보다 이 작품을 보는 사람들과 모든 여정을 함께하는 가이드에 가까워요.
그렇다면 이 여정을 이끄는 가이드로서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우리는 스스로를 제대로 이해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이 행성을 돌보고 있나요?” 저는 이 질문을, 가장 중요한 단 하나의 질문을 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마지막 에피소드인 옥수수 편에서 이 질문을 가장 정확하게 던졌다고 생각해요. 1만 년 전의 야생 풀에서 시작된 이 식물이 어떻게 변화하고, 어떤 혁신을 이루어냈으며, 어떤 정치 및 사회적 변화를 형성했는지를 따라가보면 실제로 우리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알게 되죠. 〈옴니보어〉가 정확한 답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최소한 사람들이 올바른 맥락에서 담론을 시작하는 출발점이 될 수는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노마’의 헤드 셰프로서 식문화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꾸준히 이야기해왔어요. 특히 2011년부터는 MAD 아카데미를 설립하며 레스토랑 커뮤니티가 어떻게 지속 가능성에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이끌어왔기도 하고요. 이 주제 안에서 셰프의 역할은 어떻게 확장됐나요?
셰프들은 기본적으로 자연의 앰배서더 역할을 하고 있어요.(웃음) 자연과 우리가 사는 세계를 잇는 역할이죠. 매일 시장에 나가 농부들을 만나고, 좋은 식재료를 찾아 요리하는 것이요. 자신의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간 농작물 경작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여겨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가 달라졌어요. 식재료를 어떻게 재배하고, 어떻게 수확하고, 어떻게 소비하는지가 지구의 천연자원에 영향을 미칩니다. 무엇을 먹고, 무엇을 마시는지가 지구를 구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지구의 마지막을 앞당길 수도 있다는 말이에요. 음식은 우리의 현재와 미래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고, 우리는 이전보다도 음식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해요. 이것이 이번 다큐멘터리 제작이 특히나 중요했던 이유예요. 우리는 셰프로서 화려한 음식이 식탁에 올라오기까지 그 뒤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에 대해 이야기해야 합니다. 요리는 엄청난 플랫폼이에요. 그 플랫폼 위에서 살아간다면, 그만큼의 책임을 져야 합니다.
셰프뿐만 아니라 생산자를 비롯한 푸드업계의 일원이 모두 힘을 합쳐야 하는 것이군요. 그렇다면 음식을 소비하는 개개인이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일까요?
음식이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인 양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음식은 금보다 소중해요. 비트코인보다도, 틱톡보다도, 축구보다도요. 하지만 우리 삶에 너무 당연하게, 오랫동안 존재해왔다는 사실 때문에 그 중요성을 쉽게 간과하게 되죠. 음식을 먹는 행위는 단순히 허기를 채우고 활동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특히 요즘 시대에 음식은 우리를 건강하게 하기도, 건강하지 않게 하기도 해요. 그렇다면 올바른 소비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할지,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알기 어려운 세상에서 살고 있어요. 하지만 음식을 잘 선택하는 것이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기억하며 꾸준히 내 앞에 놓인 음식들의 이면에서 벌어지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작년에 ‘노마’가 2024년 12월 레스토랑으로서의 영업을 중단한다고 발표하며 전 세계의 식도락가들을 충격에 빠뜨렸어요.
아시다시피 ‘노마 2.0’으로 불리는 지금까지의 ‘노마’는 끝을 앞두고 있어요. 2016년 지금의 공간으로 옮긴 후 2003년 처음 오픈했던 기존의 ‘노마’를 뛰어넘는 레스토랑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요. ‘노마’의 철학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과 계절성이죠.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세계가 너무나 많이 변했어요. 우리가 알던 자연의 패턴이 깨져가는 것을 경험하고 있죠. 그것도 급격하게요.
맞아요. 지구온난화로 기후가 바뀌면서 와인용 포도가 재배되는 지역이 점점 북쪽으로 이동하는 바람에 와인 생산에도 문제가 생겼다고 하죠. 한국에서도 곧 장마라는 개념이 사라지게 될 거라고 해요.
앞으로 몇 년 동안 우리는 파괴적인 날씨를 경험하게 될 거예요. 비, 눈, 더위, 추위 그 모든 것이 과격하게 우리를 덮쳐 오겠죠. 그리고 곧 사람들이 먹는 음식에 영향을 미치게 될 거예요. 당장 동남아시아에서는 몬순기후 변화로 쌀 생산에 문제가 생기고 있어요. 옥수수도 마찬가지죠. 기호식품이 아닌 필수 식품군에서 그런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것이 가장 심각합니다. 너무나 당연하게 먹어왔던 식재료들이 더 이상 충분히 생산되지 않게 될 거예요. ‘노마 3.0’이 준비하고자 하는 미래는 바로 이런 것입니다. 해초, 버섯, 채소류, 곤충을 미래 세계의 잠재적인 주요 식품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나가는 프로젝트죠. 우리는 21년간의 레스토랑 영업을 통해 얻은 네트워크와 인력, 그리고 음식에 대한 헌신을 기반으로 새로운 혁신을 위해 새로운 세계로 뛰어들 것입니다. 그것은 과학자들의 일이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하지만 셰프로서 우리의 임무는 그것들을 단순히 먹을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것을 넘어서 ‘맛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옴니보어〉를 제작하며 배운 것들이 ‘노마 3.0’에 녹아들게 될까요?
이 다큐멘터리가 바로 새로운 ‘노마’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내용 그 자체라고 봐도 좋습니다. 〈옴니보어〉 촬영을 준비하면서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을 구체화할 수 있었어요. 전보다 ‘노마 3.0’이 명확하게 보인달까요?
언제 셰프 르네 레드제피가 이끄는 ‘노마’ 레스토랑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정확히 언제, 어떤 형태로, 어디서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분명히 돌아오게 될 거예요. ‘노마’는 영원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에요. 우리가 ‘노마 3.0’에서 이뤄낸 연구와 혁신을 테스트해야 할 때 레스토랑으로서 돌아올 거예요. 저도 여러분만큼이나 그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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