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의학. 끝과 끝에 있을 것 같은 이 두 학문을 함께 이해하고 자신의 삶까지 들여다보고 싶다면.
조선일보 김철중 의학전문기자가 신간 ‘명작 속 의학 : 그림에 담긴 몸과 마음의 이야기’를 출간했다. 제목 그대로 명작 속에 숨겨진 질병과 건강이야기를 풀어낸 책. 하지만 단순히 질병이야기만 담겨 있진 않다. 그는 명작과 질병은 고단한 삶의 결과라며 독자들이 예술가들이 명작을 탄생시키기 위해 겪은 고통들, 그 과정에서 시다린 질병들을 통해 자신의 건강을,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길 바랐다.
대표적으로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는 백내장을 앓은 후 작품 색채와 형태에 큰 차이를 보인다. 비록 서서히 시력을 잃어가면서 그의 그림은 뭉개진 형태로 표현되지만 모네만의 색채와 선으로 아름다운 정원의 풍경이 탄생했다.
프랑스의 또 다른 인상주의 화가 오귀스트 르누아르는 류마티스관절염을 앓으면서 본래 섬세했던 선이 거칠게 바뀌었지만 이를 더 좋아하는 애호가들도 많다.
명작 속에는 질병과 싸운 위대한 환자의 삶이 있다. 명작 속 의학을 통해 삶의 치열함을 배웠다.
책에서는 명작 속 질병을 예방·관리하는 팁까지 얻을 수 있다.
저자는 프랑스 인상파 화가 에드가르 드가의 작품(‘녹색 발레 스커트를 입은 댄서’) 속 발을 어루만지고 있는 어린 무용수의 모습을 짚어주면서 발레처럼 발을 많이 쓰는 운동은 족저근막염이 생길 위험이 높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재활의학과 교수의 조언을 통해 무리한 운동 피하기, 적정체중 유지하기, 하이힐과 너무 꽉 끼는 신발 피하기, 뒷굽이 너무 낮거나 바닥이 딱딱한 신발을 피하라고 예방 팁을 알려준다.
책장을 술술 넘기다 보면 미처 몰랐던 질병도 알게 된다.
노란 바탕에 까만 땡땡이 문양이 줄을 선 대형 호박작품으로 유명한 일본의 조각가 쿠사마 야요이를 소개하는 편에서는 그가 어릴 때부터 강박증을 앓았고 빨간 꽃무늬 식탁보를 본 뒤 눈에 남은 잔상이 온 집안에 보이는 경험을 하면서 둥근 물방울무늬 작업을 하게 된 사연을 소개한다. 그러면서 야요이 작품처럼 둥근 문양이 즐비한 것을 보면 불안에 떠는 질병인 환공포증에 대해 설명한다. 환공포증에 대해 몰랐을, 또는 이런 증상을 갖고 있는 독자가 아차 싶어 정신건강의학과의 문을 두드릴지도 모른다.
육체와 정신적인 질병을 두루 담아 마치 질병 백과사전 같기도 하다. 하지만 결코 딱딱하지 않다. 여러 예술작품과 그 안에 반영된 작가의 삶을 통해 몸과 마음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미처 휴가계획을 못 세웠다면, 더위가 겁나 어디 갈 엄두를 못 내고 있다면.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에 자리잡고 명작 속 의학여행을 떠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