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북 = 강선영 기자] 슬픔에 적극적으로 침잠함으로써 서정과 사회를 연결해온 시인 신용목의 일곱번째 시집 '우연한 미래에 우리가 있어서'가 문학과지성 시인선 606번으로 출간됐다.
전작 '비에 도착하는 사람들은 모두 제시간에 온다'(문학동네, 2021) 이후 3년 만에 묶는 시집으로, 마흔한 편의 시가 총 여덟 부로 나뉘어 실려 있다. 첫 시집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문학과지성사, 2004)가 세상에 나온 지 꼬박 20년이 흐른 지금, 시인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며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시집의 중간께인 3부에 자리한 '미래 중독'은 열 개의 이미지가 이어져 흐르는 장시로, 이번 시집의 중요한 키워드인 ‘미래’에 대해 긴 호흡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실현되지 않은 시간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미래’는 ‘꿈’으로 치환될 수 있다. 이때 꿈은 ”죽은 자들의 삶을 보여”줌으로써 “현재는 어디에도 없”('우연한 미래에 우리가 있어서')다는 사실을 환기한다. “나는 죽은 사람이 살던 집에서 죽은 사람이 쓰던 물건을 쓰는 사람”이고 “죽은 사람의 인생 속에서 죽은 사람의 몸을 쓰며 사는 사람”('미래 중독')임을, 즉 현재가 미래의 재료이자 과거의 구성체임을 감각할 때, 꿈은 잠 바깥에 놓여 “잠에서 깨고 난 뒤에도 깨지 않는”('앵무새 둥지')다.
그러므로 꿈은 “잠들지 않”을 때 가능한 일이다. “누군가 여보시게, 그냥 잠들어도 괜찮네 어깨를 두드”려도 잠 밖으로 나와 깬 채로 만들어야 하는 지금 여기의 몫이다. “꿈속의 내가 꿈 밖의 나에게 건넬 수 있는 유일한 것”('미래 중독')인 몸으로 직접 만들어야 하는 제조품이다. 몽상가가 아닌 노동자로서 우리는 “누군가의 혀끝에서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어느 날 꿈을 꾸며 미래라는 공산품을 만”(뒤표지 글)든다.
Copyright ⓒ 뉴스앤북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