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노석준의 메타버스 세상...보스의 융합 아바타-①

[K-VIBE] 노석준의 메타버스 세상...보스의 융합 아바타-①

연합뉴스 2024-07-27 09:09:30 신고

[※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백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이에 연합뉴스 K컬처 팀은 독자 제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와 K컬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주간으로 게재하며 K컬처 팀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노석준 RPA 건축연구소 소장 노석준 RPA 건축연구소 소장

본인 제공


|노석준 RPA 건축연구소 소장. 메타버스 및 가상현실 전문가. 고려대 겸임교수 역임

◇ 신화 속 상상의 괴물들이 재탄생하다

현실 세계와 상상 속 신화의 세계를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다양한 요소가 있겠지만 그중 가장 주목할 것은 등장인물이다. 인류는 역사 이래로 신화 속에서 상상의 창조물을 만들어왔다.

그리스와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반인반수의 괴물, 북유럽신화에서 등장하는 요르문간드, 펜리르, 트롤 등의 괴생물체, 인도의 힌두교에 존재하는 상상 속의 수많은 아바타, 일본 신화에 등장하는 아마테라스, 스사노오와 같은 생물체들, 한국 전설에 등장하는 저승사자, 도깨비 등이 상상의 창조물이다.

신화 속 등장인물은 각각의 분명한 특징만큼이나 그 생김새도 모두 다르다. 완전한 괴물의 모습이나 반인반수 괴생물체의 모습, 인간과 매우 유사한 모습이기도 하다.

자유롭게 표현되던 신화 속 캐릭터는 중세 시대의 기독교적 세계관이 형성된 이후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각국의 신화에서 괴물 캐릭터가 모두 사라지고 인간 형상의 캐릭터만 등장한 것이다.

신화 속 이야기가 기독교 사상 안에서 신과 인간의 관계를 그려가는 방식으로 바뀐 것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 기존의 틀을 깨야 새로운 것이 창조된다

문학, 그림, 음악과 같은 예술 분야에서는 창의성과 독창성을 중요하게 여겨진다. 잘 그린 사과 그림, 더 잘 그린 사과 그림보다 중요한 것은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사과다. 기존의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전혀 다른 표현 방식의 창작물을 통해 관람자들은 사과를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눈을 얻고 생각을 더욱 확장한다. 사과를 통한 새로운 가치를 재창조해나가기도 한다.

예술 작품을 창작할 때 기존의 고정된 프레임을 깨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신화 속 등장인물의 형상이나 배경을 창조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전혀 다른 새로운 형태의 창작물을 선보임으로써 관람자가 신화의 의미를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나아가 재해석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런 의미에서 히에로니무스 보스(Hieronymus Bosch)는 기독교 신화의 회화적 창조에 새로운 시각을 만들어준 천재적 화가로 평가될 수 있다. 15~16세기에 활동한 네덜란드 출신의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는 기존의 기독교적 세계관의 틀에서 과감히 탈피한, 전혀 다른 신화 속 캐릭터를 창조했다.

그는 기독교적 세계관이 만든 인간 형상의 캐릭터를 과감히 파괴하고, 옛날 신화 속에 존재하던 괴물 캐릭터를 자기 작품 속에 재등장시켰다. 게다가 괴물 형상의 캐릭터를 창조할 때도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독특하고 창의적인 형상으로 표현했다.

히에로니무스 보스는 매우 괴기스럽고 상징적인 캐릭터를 창조했다. 이야기가 펼쳐지는 배경도 세상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기괴한 공간으로 묘사해서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새로운 가상 세계를 만들었다. 신화를 다룬 이전의 그림들은 주로 아름다움이나 두려움의 감정을 전했다면, 그의 그림은 기이함과 괴기스러운 느낌에 빠져들게 했다.

기독교의 성경 속 이야기를 그릴 때도 자신만의 독창적인 방식을 활용했다. 신화 속 주요 배경이자 인간의 최고 관심사 중 하나인 사후 세계의 천국과 지옥만 하더라도 과거의 다양한 작품에서 구현된 가상 세계들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대표작 중 하나인 '쾌락의 정원'은 천국, 현실, 지옥으로 구분된 세 개의 패널로 구성되어 있다. 각 패널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전달하는 메시지에는 차이가 있으나 그림 전체적으로 하나의 공통된 특징이 있다.

쾌락의 정원 쾌락의 정원

인간의 모습을 제외한 다른 캐릭터들, 심지어 동물과 식물까지 이전에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기괴하고 괴상한 형상이다. 이들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몸짓을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또 배경이 되는 공간도 현실 세계의 산과 들, 하늘과 호수 등의 자연을 묘사한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비현실적인 구석이 아주 많다.

보스 이전에도 많은 화가가 성경의 장면을 그림으로 옮기며 천국과 지옥의 모습을 표현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보스의 작품만큼 인상적이지는 못했다. 히에로니무스 보스는 단테와 미켈란젤로 등 수많은 천재적 작가가 이어온 전통을 깨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성경을 해석하고 표현했다.

그 표현 방식은 새롭다 못해 낯설고 괴기스럽기까지 했다. 덕분에 기존의 그림에 익숙한 많은 사람이 신선한 충격에 빠져들면서 성경의 스토리를 기존 프레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는 기회를 얻었다.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과감한 도전은 메타버스 시대에 새로운 융합적 아바타의 탄생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기존의 프레임에서 벗어난 전혀 다른 시도로 탄생한 융합적 아바타는 우리가 이전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롭고 낯설고 과감하고 혁신적인 스토리를 끌어낼 것이다.

<정리 : 이세영·성도현 기자>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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