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 칼럼] 화가마다 다르게 표현되는 유디트②

[강산 칼럼] 화가마다 다르게 표현되는 유디트②

문화매거진 2024-07-26 16:54:30 신고

[강산 칼럼] 화가마다 다르게 표현되는 유디트①에 이어

 

▲ Artemisia Gentileschi, 1620-1621
▲ Artemisia Gentileschi, 1620-1621


[문화매거진=강산 작가] 이 그림을 그린 화가는 1593년에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다. 유디트를 그린 여러 화가가 있지만, 여러 유디트 중 가장 유명한 그림으로 손꼽힌다. 

이전 필자의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편지’ 글에서 언급했듯, 젠틸레스키는 10대 시절 그림을 가르치러 온 Tassi에게 강간을 당한다. 강간 사건의 재판 과정에서 고문과 2차 가해들이 있었으나 그녀는 자신과 가족의 명예를 위해 버텨낸다. 

재판 기간 중 Tassi는 부인을 살인하여 젠틸레스키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던 재판은 반전을 맞이하고 결국 Tassi에게 징역을 선고하였다. 하지만 그의 추종자들 덕분에 그는 1년 만에 풀려나게 되고 오히려 마을 사람들에게 더 큰 지지를 받게 된다. 반면, 젠틸레스키는 마을에서 쫓겨나듯 떠나야만 했다. 

그 후 젠틸레스키는 유디트를 주제로 여러 차례 그렸지만 가장 마지막에 완성되었고, 가장 유명한 유디트는 바로 이 그림이다. 앞서 그렸던 그림들에 비해 3명의 색을 밝게 하여 장면이 더 선명하고 도드라지게 하였다. 자신을 모델로 그린 유디트의 복장을 기존 파란색에서 노란색으로 바꾸었고, 침대에 누워있는 홀로페르네스가 더욱 잘 보이도록 침대를 넓게 그렸다. 또한 홀로페르네스의 머리를 자르고 있는 두 여성의 위치가 보다 안정적으로 보인다. 

유디트는 이전 그림들에 비해 이 행위에 더욱 적극적인 표정과 자세를 취하고 있다. 강간 사건과 재판 과정으로 인한 그녀의 분노가 얼마나 컸을지 짐작할 수 있다. 500여 년이 지난 지금 이 그림으로서 우리는 그녀의 사건과 그녀의 감정을 느낄 수 있으니, 당시에는 Tassi가 승승장구하였을지 모르나, 역사적으로는 젠틸레스키의 승리라고 볼 수 있겠다.

▲ carlo Maratta, 18세기 초
▲ carlo Maratta, 18세기 초


carlo Maratta의 유디트는 다른 작품들과 다르게 목이 잘려 몸만 있는 홀로페르네스의 몸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렸다. 이로 미루어보아 작가는 이야기를 작품에 모두 담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 밝고 선명한 색채를 사용하고 있어 경쾌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 하고 있고 작품에 대한 자신감과 과감함이 느껴진다. 

구약성서의 유딧기에 표현된 유디트는 섹슈얼한 이미지라고는 없다. 오히려 강인함, 결단력 이런 것들이 서술되고 있다. carlo Maratta는 성경속 서술된 유디트의 이미지를 사실적으로 옮기고자 노력했음을 알 수 있다. 

▲ Philip van Dijk, 1726
▲ Philip van Dijk, 1726


Philip van Dijk의 유디트는 여성에 대한 당시 남성의 시선을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여성은 늘 가슴을 드러내고 있는 누드로 등장하고 있다. 성경 속의 유디트는 결코 섹슈얼한 이미지가 아니다. 또한 이스라엘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희생자임에도 당시의 남성들은 그녀의 희생을 숭고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아름다움으로 홀로페르네스를 유혹한 것에만 집중한 것이다. 홀로페르네스의 머리와 칼을 제외하고 이 그림을 본다면, 자신의 마을을 침략한 군대에 용감하게 들어가 장군의 목을 베고 온 유디트의 모습이라고는 전혀 느낄 수 없다.

▲ Gustav klimt, 1901
▲ Gustav klimt, 1901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유디트만큼이나 유명한 유디트다. 구스타프 클림트는 여성이나 남성의 이미지에 섹슈얼한 기호들을 그려 넣었고, 대부분의 작품이 누드이다. 이 그림은 유디트임에도 ‘칼’이 등장하지 않고 남성의 머리도 구석에 숨겨놓았는데, 칼보다는 여성의 아름다움을 강조하고 여성의 아름다움이 진짜 위험한 것이라고 보았던 듯하다.

화가마다 저마다의 스타일로 유디트를 표현하였지만, 유딧기 속 유디트는 결코 섹슈얼하고 도발적이고 관능적이지 않다. 목숨 걸고 적장으로 간 것이고 그렇기에 두렵지만 민족을 위해 큰 결심을 한 것이다. 실수했다가는 더 큰 여파가 있을지도 모르는 모험을 한 것이고 다행히 성공하였다. 그런 유디트가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상황, 목을 베고 돌아오는 길에서의 심정 등은 결코 섹슈얼과는 거리가 멀다. 그녀의 희생을 표현하는 작품도 나오면 어떨까 하는 바람이다. 

Copyright ⓒ 문화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