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셔츠 GCDS. 팬츠 NEU_IN. 팔찌 Trencadism. 벨트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그동안 청춘의 모습을 많이 보여줬죠. 오늘처럼 성숙한 남자 콘셉트로 화보 촬영을 하니 어땠어요?
사실 제가 그렇게 농익은 사람이 아니기도 하고, 처음 도전해보는 콘셉트라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됐는데, 준비해주신 공간이나 소품들을 활용해 자연스럽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
대중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가면 좋을지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어요. 평소보다 단정하고 정숙한 모습으로 꾸며보기도 하고요. 근데 역시 ‘편안함’이 답인 것 같아요. 꾸밈없이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진정성 있다고 생각해요. 눈곱이 끼면 낀 대로!(웃음)
최근 드라마 〈유어 아너〉 촬영을 마쳤다고요.
네. 〈인사하는 사이〉와 함께 두 작품을 한 번에 소화해야 해서 혼란스럽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좋았어요. 두 작품 속 인물의 성격이 완전히 달랐거든요. 〈유어 아너〉에서 해소할 수 없었던 부분은 〈인사하는 사이〉에서 해소하기도 했죠. 오히려 시너지가 났어요.
〈유어 아너〉의 ‘호영’은 가슴 깊은 곳에 상처를 지닌 인물이에요. 그러다 사고에 휘말리게 되고, 연약한 모습에서 조금씩 벗어나 주체적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하죠. 반면 〈인사하는 사이〉의 ‘정훈’은 아버지의 회사에 낙하산으로 입사하는 재벌 2세 역할이죠. 철부지 도련님 같지만 사실 내면은 굉장히 성숙해요.
〈인사하는 사이〉의 ‘정훈’은 굉장히 입체적인 인물이네요.
저도 연기하면서 재밌었어요. 사람들이 많은 공간에선 한없이 가볍고, 혼자 있을 때는 한없이 진지하죠. 매력 있어요.
코트 Bally. 안경 Gentle Monster x Maison Margiela. 슬리브리스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도훈 씨의 일상을 가득 채우던 촬영들이 모두 끝나니 허전하진 않나요?
오랜만에 여유를 만끽하고 있어요.(웃음) 잠도 자고 싶은 만큼 푹 자고요. 극장 가서 영화도 보고, 드라마 촬영을 하며 친해진 스태프들과 풋살도 합니다.
어제 〈인사이드 아웃 2〉를 보고 왔어요. 〈인사이드 아웃 1〉에서 ‘빙봉’이 자신을 희생할 때 엄청 울었거든요. 이번에도 눈물 포인트가 있으려나 하고 긴장하면서 봤는데 역시나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이 터지더라고요. 어떻게 그렇게 공감되게 잘 만들었을까요?
‘라일리’가 하키 캠프를 갈 때 친구들과 차 안에서 대화하는 장면이 있어요. 사춘기가 시작될 무렵이라 친구들의 미묘한 반응이나 말투에도 과하게 몰입하고 해석하죠. 저도 사춘기 때 딱 그랬거든요.(웃음)
저는 사실 ‘불안이’가 메인이에요. 솔직히 영화를 보면서 ‘불안이’ 때문에 짜증 나기도 했거든요? 근데 가장 많이 이입을 한 캐릭터기도 해요. 저도 마음속에 늘 ‘불안함’이 있었기 때문에 목표로 하는 일을 추진력 있게 밀고 나아갈 수 있었죠. 물론 걱정도 많았지만요.
그래서 ‘불안이’를 미워할 수 없죠.(웃음) 예능 〈미스터리 수사단〉에 이어 영화 〈핸섬가이즈〉도 공개됐고, 드라마 2편도 방영을 앞두고 있죠. 참여한 작품들이 세상에 나오는 걸 보면 어떤 기분이 들어요?
기다렸던 택배가 도착하는 기분이에요. 그래서 풀어보기 전까지 긴장되고, 걱정도 되죠. 그럼에도 설레는 게 가장 커요.
재킷 NEU_IN. 셔츠 Marant. 타이, 반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내가 왜 저랬지?” 하면서 부끄러워도 하고, 아쉬워하기도 해요.(웃음) 그래도 항상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예능 〈지구마불 세계여행2〉에서 여행 초보자의 모습이 참 순수하고 인상적이었어요. 빠니보틀과 여행하며 얻은 ‘꿀팁’이 있다면요?
여행에는 정답이 없다는 거요. 여행을 많이 다녀보지 않아 뚝딱대기도 하고 말이 안 통해 답답하기도 했는데 그것조차 여행의 묘미고 즐겨야 하는 순간이라고 생각했죠.
배우의 길을 걷지 않았더라면 여행을 더 많이 갔을 텐데요.
아니에요. 이 일을 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해외에 갈 일이 없었을 거예요.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하기까지 준비 과정이 꽤 오래 걸리는 타입이라서요.(웃음) 걱정하고 신경 쓰는 것도 많고요.
맞아요.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죠. 다음 여행지는 멕시코였으면 좋겠어요. 타코와 오르차타를 먹고 칸쿤까지 드라이브를 하고 싶어요. 물 좋은 바다에서 수영도 하고, 그러다 피곤하면 해변에 누워 낮잠도 자고요.
저는 혼자 여행하면 한없이 우울해지는 타입이더라고요. 친구들과 함께 여행하고 싶어요.
배우가 아닌 평범한 20대 김도훈이었다면 이 여름을 어떻게 보냈을 것 같나요?
먹는 걸 너무 좋아해서 식사 때마다 벨트 풀고 먹을 것 같아요. 먹고 돌아서면 또 배가 고파요…. 이 일을 안 했다면 살이 90kg까지 쪘을 거예요.
거짓말 안 하고 8~9인분은 거뜬히 먹어요. 고기는 진짜 많이 먹을 수 있어요.(웃음)
점퍼, 데님 쇼츠, 토트백, 슈즈 모두 Bally. 셔츠 Anytime Loreak. 이어 커프 Tee Ring Jay. 목걸이 Kudos. 이너 톱, 벨트, 반지, 양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친동생을 굉장히 애틋하게 생각하더라고요.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동생이랑 11살 차이 나요. 동생이 엄마 배 속에서 나오는 모습부터 봤으니까 제 자식이나 다름없죠. 그때 저는 5학년이었는데 동생 재우고, 분유 먹이고, 기저귀 갈아주고 다 했어요. 제가 거의 키웠죠.(웃음) 그렇다 보니 동생이 저에게 잘못을 했을 때도 싸우기보다는 ‘내가 얘한테 안 좋은 행동을 보였었나? 그게 영향이 갔나?’ 하고 반성하게 되더라고요. 형의 마음보다는 보호자의 마음이 더 강한 것 같아요.
부자지간의 미묘한 감정선에 이입이 잘된다고 얘기한 적이 있죠? 요즘에는 어떤 감정에 호기심이 생겼는지 궁금해요.
지금도 부자지간의 감정선이 가장 흥미롭게 느껴져요. 아빠와 아들 사이에 생기는, 이상하고 끈끈한 감정이 있거든요. 말로 설명할 수 없어요.
남녀 사이의 감정선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요?
그것도 언제나 흥미로운 감정선이죠.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멜로 장르도 정말 해보고 싶어요. 연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로맨스물의 남자 주인공으로서 외적인 부분도 중요하다 보니 좀 더 준비되면 하고 싶죠. 멜로 작품을 찍는다면 왠지 모르게 긴장도 많이 될 것 같아요.(웃음)
레더 셋업, 슈즈 모두 Bottega Veneta. 셔츠 Labeless. 안경 Gentle Monster. 이너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유어 아너〉에서 손현주 배우와 부자지간으로 열연하며 배운 게 많을 것 같아요.
지금 당장 롤모델을 꼽으라면 손현주 선배님을 말할 거예요. 그날그날 촬영이 끝나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나 올해 최고의 연기 선생님을 만난 것 같은데?’였으니까요. 손현주 선배님은 절대 저에게 뭘 가르치려 하거나 충고하지 않으세요. 근데 신기하게 선배님이 연기하는 걸 보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좋은 방향으로 따라가게 돼요. 저의 새로운 모습도 많이 발견하게 되고요. 연기해보지 못했던 감정도 많이 표현할 수 있게 됐죠. 손현주 선배님은 이해 못 하실 수도 있지만 저는 항상 감사하고 닮고 싶은 선배님이에요.
함께 호흡하는 배우에게 시너지를 줄 수 있는 배우요. 손현주 선배님이 제겐 그런 배우죠. 저도 연차가 쌓이면 함께 작업하는 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사진 찍고 기록하는 걸 좋아하죠? 가장 최근에 한 메모는 뭐예요?
지금 바로 한번 볼게요.(웃음) 진짜 리얼로, 가장 최근에 한 메모는 드라마 MT에 가는데 필요한 준비물을 적어놨어요. 바로 이전에는 이런 메모를 했네요. “예술하는 사람끼리 지켜주자. 무언가를 창작하고, 만들어내고, 그것을 보이고, 평가받는 일이 쉬운 게 아니라는 걸 우리끼리는 아니까.” 저도 이걸 어디서 보고 썼는지 기억은 잘 안 나요. 그런데 항상 가슴에 새기고 싶은 말이에요. 사실 우리는 대중에게 평가를 받는 것이 불가피한 직업을 가졌어요. 그렇기 때문에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죠. 당연한 일이에요. 하지만 적어도 우리끼리는 결과물이 좋지 않더라도 서로 응원하고 존중하며 다음 것을 잘해낼 수 있게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재킷,셔츠,숏츠 DIOR MEN. 슈즈,슬리브리스,네크리스,링,키체인,벨트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지금처럼 연기를 사랑하는 마음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연기 외에 햄버거 만드는 것도 좋아해요. 연기를 하다 권태기가 오면 수제 버거집 사장님도 하면서 극복해보려고요.(웃음)
재킷,셔츠,타이,팬츠,벨트 모두 Bottega Veneta. 이어커프와 링 TEE RING JAY. 시계 Vintage Patek Philippe by Bean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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