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 데이비스는 전통적인 문학의 틀에 자신의 몸과 글쓰기를 맞추지 않는다. 집요하게 형식적 실험을 하며 글쓰기의 경계를 확장해왔다. 그가 “미국 소설계에서 가장 독창적인 지성”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못해 그리고 안 할 거야』는 그런 리디아 데이비스의 진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122개의 이야기가 담겼다. 어느 페이지를 펼쳐 봐도 매력적이지만, 페이지를 펼치기 전부터 짜릿하리만치 매력적이다. “최근 나는 어느 문학상을 받지 못했는데, 내가 게을러서 그렇다는 말을 들었다. 여기서 게으르다는 것은 내가 축약형을 너무 많이 사용한다는 말이었다. 예를 들어, 나는 할 수 없어 그리고 하지 않을 거야(cannot and will not)라고 온전히 쓰지 않고 못해 그리고 안 할 거야(can’t and won’t)로 줄여 쓴다는 것이다.” 규범에 종속되지 않는, 대단히 압축적이면서도 수많은 감정과 심상을 건드리는, 통제적이면서 해방적인 이 감각을 직접 펼쳐보자.
■ 못해 그리고 안 할 거야
리디아 데이비스 지음 | 이주혜 옮김 | 에트르 펴냄 | 376쪽 | 2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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