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기술 파는 K바이오···"계약 '질' 따져야"

해외에 기술 파는 K바이오···"계약 '질' 따져야"

뉴스웨이 2024-06-25 23:40:04 신고

3줄요약
국내 바이오기업들의 기술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잇따른 기술수출 성과로 바이오업계에 대한 투심 회복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는 상황이다.

25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발생한 기술수출 건수는 총 7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6월) 12건보다 적지만 이달에만 3건이 연달아 발생하며 기술수출 성과가 본격화되고 있다.

올해 첫 기술수출은 LG화학이 성사시켰다. LG화학은 지난 1월 미국 리듬 파마슈티컬스에 약 4000억원 규모(3억500만 달러)로 희귀비만증 신약 'LB54640'을 기술이전했다.

'LB54640'은 G단백 결합 수용체 일종인 MC4R(포만감 신호 유전자)를 표적으로 한 새로운 기전의 경구용 약물이다. 임상 1상 결과에서 용량의존적 체중 감소 경향성과 안전성을 확인하고 지난 10월 미국 임상 2상 단계에 진입했다. 현재 상용화된 MC4R 타깃 치료제는 리듬 파마슈티컬스가 개발한 임시브리(성분명 세트멜라노타이드)가 유일하다.

이어 2월에는 알테오젠이 글로벌 빅파마 MSD와 정맥주사(IV)를 피하주사(SC)로 변경할 수 있는 플랫폼 'ALT-B4'(재조합 히알루로니다제)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기존 비독점에서 독점으로 전환해 계약금 약 266억원(2000만 달러)을 수령했다. MSD의 제품 허가 및 판매 등과 관련된 조건 성취 시 최대 약 5750억원(4억3200만 달러)의 추가 마일스톤이 발생한다.

3월에는 넥스아이가 일본 오노약품공업에 전임상 단계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NXI-101'를, 아리바이오가 중국 제약기업에 경구용 치매치료제 'AR1001'를 기술이전했다. 특히 아리바이오는 올해 첫 조단위 빅딜을 체결했는데, 계약규모가 약 1조200억원(7억7000만 달러)에 달했다.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기술수출 소식은 이달 초 지놈앤컴퍼니에서 나왔다.

지놈앤컴퍼니는 스위스 제약사 디바이오팜에 신규타깃 항체약물접합체(ADC)용 항체 'GENA-111'을 총 5860억원(4억2600만 달러) 규모로 기술이전 했다. 디바이오팜이 보유한 링커 및 페이로드 플랫폼 '멀티링크'와 'GENA-111'를 접목해 새 ADC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근에는 HK이노엔·아이엠바이오로직스·와이바이오로직스가 약 1조3000억원(9억4000만 달러) 규모의 기술이전을 체결했다.

이들은 3사가 공동개발한 OX40L항체와 TNF-α(종양괴사인자-α) 타깃 이중항체 신약 후보물질 'IMB-101(OXTIMA)'을 미국 신약개발기업 내비게이터 메디신에 기술이전 했다.

'IMB-101'은 OX40L항체와 TNF-α를 동시에 타깃해 주요 염증성 사이토카인과 T-세포를 동시에 제어하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용 이중항체 후보물질이다. 해당 후보물질은 2016년 착수한 HK이노엔과 와이바이오로직스의 공동연구로 확보했다.

지난 20일에도 에이프릴바이오가 미국 신약개발사 에보뮨을 대상으로 자가염증질환 치료제 'APB-R3'을 기술이전했다. 선급금은 207억원(1500만 달러), 총 계약 규모는 약 6550억원(4억7500만 달러)이다.

국내 바이오텍에게 기술이전 성과는 R&D 역량을 입증 받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계약 체결에 따른 계약금, 마일스톤 등의 발생은 기업의 재무 개선과 R&D 자금 확보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잇따른 기술이전 성과가 바이오 시장의 얼어붙은 투자심리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현재 바이오 투자 시장은 글로벌 경제위기 장기화로 격변기를 맞고 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의료 섹터에 대한 벤처캐피탈(VC) 투자 비중은 지난 2018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다가 2020년 27.8%로 정점을 찍은 이후 매년 하락하고 있다. 2021년 21.8%이던 투자 비중은 이듬해 16.3%로 대폭 감소했고 올 3월 기준으로는 15.9%의 비중을 보인다.

신규 투자 금액도 2021년 1조6770억원에서 2022년 1조1058억원, 지난해 8844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올 3월 기준으로는 1563억원이 투자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기술이전의 '양'보다 '질'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투자를 받지 못한 바이오텍들이 마지못해 기술수출하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황주리 한국바이오협회 교류협력본부장은 "해외에서는 기술수출이 미화되고 정당화되는 문화를 기이하게 본다"며 "기술이전 성과가 바이오시장의 투심을 활성화시키는 것인지, 엑싯(투자금 회수) 중심의 시장이 목구멍이 포도청인 기업들에게 기술수출을 종용하는 것은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국내 투자 시장의 경우 인수합병(M&A)보다는 기업공개(IPO)를 통한 엑싯 전략에 집중하고 있는데, 고금리 기조 등으로 IPO가 어려워진 기업들이 제대로 된 밸류를 받지 못한 채 기술수출 건수로만 성과를 올리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황 본부장은 "원하지 않은 기업에, 원래의 밸류를 받지 못한 채 건수 채우기 목적의 기술수출을 좋은 의미로 봐야할지는 의문"이라며 "기술이전 성과들이 추후 전반적인 투심 개선에 영향을 줄 순 있겠지만 꼭 (기술이전을) 해야 한다는 개념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파이프라인의 가치를 제대로 받고 좋은 파트너를 찾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투심이 좋아지는 것은 아주 일부다. 투심만 좋아져도 생태계가 안 좋아지면 의미 없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땐 양보단 질"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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