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저장 및 운송 관련 기술력 강화로 국제표준 세울 계획
[아시아타임즈=오승혁 기자] 후판가 협상을 두고 소모전을 펼치던 국내 조선업계와 철강업계가 수소 운반선 경쟁력 상승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액화수소 운반선 이미지. (사진=삼성중공업)
17일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의 국내 조선3사와 우리나라 철강 산업을 양분하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액화수소 운반선에 탑재되는 화물창을 만들기 위해 협업한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원인 수소를 통한 실질적인 탄소중립이 가능한 만큼 국내 조선사들은 수소 관련 기술력 강화에 역량을 쏟고 있다.
국재해사기구(IMO)가 오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의 20%를 감축한 뒤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 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면서 초기에는 LNG를 연료로 활용하는 선박이 대안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하지만, LNG도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점에서 탄소중립 실현이 불가능해 무탄소 에너지원인 수소와 암모니아로 조선업계가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다만 수소의 저장과 운송이 어려워 관련 기술력을 확보하고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국내 조선 및 철강업계에 장기적인 수익을 안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소를 장거리 운송하려면 영하 253도로 냉각해 800분의 1로 압축한 액체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초극저온에서 안전 저장이 가능한 액화수소 화물창의 설계와 제작이 액화수소 운반선의 핵심 기술이다.
이에 매년 상하반기에 진행되는 후판가 협상에서 상반된 입장으로 인해 올해 상반기 협상을 여전히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는 조선-철강업계는 소모적인 논쟁이 아닌 기술 개발에 나선다.
중국산을 비롯한 해외 철강재의 대거유입 지속으로 인해 가격경쟁력을 잃은 국내 철강사들은 원자잿값의 인상에서 값을 올리지 못했다며 후판가의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조선사들은 중국산 등의 해외 후판의 기술력이 많이 올라왔고 국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해 가격을 올릴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후판가 협상은 장기화되고 있다.
다만 지난주 '액화수소 선박용 재료 시험 표준화 공동연구'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조선∙철강 5사는 화물창 설계∙제작 관련 국제 표준화를 통해 액화수소 운반선 시장 선점을 위해 합심할 계획이다.
초극저온 상태는 상온과 달리 재료의 충격 인성이 낮아지므로 외부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재료의 물성 연구와 검증이 요구된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에 대한 국제 표준이 없어 각국의 기술개발 경쟁이 치열한 상태다. 이번 협약으로 이들은 액화수소 운반선 설계 및 건조를 위한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액화수소 환경에서의 재료 물성 실험 결과 공유 및 데이터 공동 활용, 액화수소 화물창 설계·제작 관련 국제 표준화를 추진한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를 통해 한국이 차세대 수소 운반선 시장을 선점하는 기술적 토대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해외 기술에 의존하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화물창과 달리 액화수소(LH2) 화물창 개발에 국내 대표 조선사와 철강사, 한국선급이 참여해 순수 독자 기술로 개발하고 국제 표준을 주도해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2025년까지 완전한 수소엔진을 개발해 수소생태계 구축을 완성할 계획"이라며, "우리나라 조선·철강사들과 힘을 합쳐 수소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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