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문 진심합심] 6월 7일 KIA 엔트리의 비밀

[김종문 진심합심] 6월 7일 KIA 엔트리의 비밀

일간스포츠 2024-06-17 07:30:02 신고

3줄요약
KIA가 12일 인천 문학경기에서 SSG를 13-7로 크게 꺾고 7일 잠실 두산전 패배 이후 내준 선두 자리를 되찾았다. 최형우 선수가 3점 홈런을 친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는 장면. 사진=KIA 타이거즈

6월 7일 금요일에 열린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이야기입니다. 

KIA는 하루 전 광주에서 홈경기를 마친 뒤 서울로 이동했고, 이날 잠실 야구장에서 두산 베어스와 긴 승부를 벌입니다. KIA는 2회 선취점을 내줬으나 역전(3회 초 스코어 2-1), 재역전(5회 초 4-3) 하며 끈질긴 모습을 보입니다. 7회 이후 스코어는 5-5로 팽팽하게 균형이 맞춰져 경기는 연장으로 흘러갑니다. 

11회 말 무사 만루 찬스를 얻은 두산이 끝내기로 이깁니다. KIA는 상대에게 밀어내기 몸에 맞는 공을 내줍니다. 4시간 30분에 걸친 대접전의 결말(스코어 5-6 패)이 KIA 입장에선 허무합니다. 4월 초부터 선두를 달린 팀은 이 결과로 2위가 됩니다. 

지나간 경기지만 다른 관점에서 재구성해 보겠습니다. 경기 내용을 놓고 왈가왈부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내려진 어떤 판단과 결정이 혹시 결과에 영향을 줬는지 궁금해서입니다. 저도 답을 모르겠습니다. 함께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이 경기에서 주목한 부분은 선수 엔트리입니다. 엔트리는 KBO리그에서 당일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선수 명단(26명·9월 1일 이후 31명)입니다. 엔트리를 정하기까지 현장과 프런트는 많은 고민을 합니다. 부상을 당했거나 부진한 선수의 교체, 출전 선수의 포지션 배분, 상대팀에 대한 맞춤 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살핍니다. 

엔트리의 최종 결정은 여러 정보와 전략을 고려한 현장의 판단에 따릅니다. 어느 한 명도 쓰임새 없이 넣는 경우가 없습니다. 승부처에는 “선수 한 명이 더 있었으면”하고 항상 아쉽습니다.

장시간 연장 혈투가 벌어진 7일 경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KIA와 두산 모두 엔트리에 들어있는 선수 대부분을 기용합니다. KIA 벤치에 앉은 선수 중 마지막까지 경기에 나오지 않은 선수는 투수 곽도규·김건국·김사윤·양현종·윤영철·임기영·황동하, 외야수 이창진, 내야수 홍종표까지 9명입니다. 

‘9명이나 남았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KIA로서는 막판에 쓸 선수가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아시겠지만 선발 투수는 예정된 로테이션 일정 아니면 시즌 중 당일 경기에 투입할 대상에서 뺍니다. 전날(6일) 나온 양현종 선수를 비롯해 선발(윤영철·황동하)을 제외하면 6명 남습니다. 

4일 대체 선발로 뛴 임기영 선수도 제외하면 남은 인원은 5명이네요. 이들 중 또 일부는 부상이나 연투에 따른 피로도를 이유로 대기 명단에서 제외됩니다. 연장 마지막 승부처에 투입할 불펜 투수나 대타, 대주자 역할로 내·외야수 1~2명을 끝까지 남겨두는 것을 감안하면 KIA 벤치는 사실상 모든 선수를 활용했습니다.

사실 KIA의 엔트리에는 한 명의 선수 이름이 더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벤치에는 없었습니다. 이우성 선수입니다. 그는 7일 아내의 첫 출산을 지켜보려 자리를 비웠습니다. 

6월7일 KIA의 엔트리 명단. KBO리그 규정에 현역 선수는 28명까지 등록할 수 있고, 경기에는 26명이 출전할 수 있다. 9월1일 이후에는 5명이 추가돼 33명 등록에 31명까지 출전. 
엔트리를 구성할 때 벤치는 머리를 짜내며 묘수를 고민한다. 엔트리와 라인업 카드는 그래서 감독의 진심을 보여주는 증표로도 불린다. 사진=KBO 홈페이지

생명의 탄생, 크게 축하할 일입니다. 휴가도 당연히 가야 합니다. 이 선수와 가족 소식은 이날 경기 전 미디어를 통해 공개됐습니다. 구단과 현장은 “선수가 하루만 휴가를 보내고 서울 원정에 합류하겠다고 해 엔트리를 바꾸지 않았다”라고 설명합니다. 주위 동료나 팬들은 “주전으로서 첫 시즌을 보내는 이 선수가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이를 바라봅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팀의 관점에서 최선의 선택인지는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KBO 규정에 있는 ‘경조휴가’를 제대로 썼다면 어땠을까요. 2019년 도입된 경조휴가는, 시즌 중 최대 5일까지 선수가 직계 가족의 경조사 참여하는 것을 인정합니다. 자유계약선수(FA)를 위한 등록 일수에도 포함돼 선수에겐 불이익이 없습니다. 

더구나 이우성 선수가 규정대로 경조휴가를 썼다면, 팀에서 충분히 설명하고 제안했다면, 엔트리의 빠진 한 자리는 누군가의 기회가 됐을 겁니다. 그 누군가가 간절히 기다린 소중한 1군 무대이자 만회의 찬스였을 겁니다. 팀 역시 연장전에 요긴하게 기용할 선수 한 명을 더 확보했을 겁니다. 

물론 대체 선수가 결과를 뒤집을 정도였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누구도 손해 보지 않을 휴가 규정이 있는데 왜 그랬을까요. 이날 경기 엔트리는 예측불가의 상황 속에서 선택하고 판단하며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상이기도 합니다. 더 나은 결정을 위해.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김종문 coachjmoon 지메일

김종문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2011~2021년 NC 다이노스 야구단 프런트로 활동했다. 2018년 말 '꼴찌'팀 단장을 맡아 2년 뒤 창단 첫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현재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PC)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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