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존엄한 임종을 위한 요양병원 생애 말기(임종기) 의료

[특별기고] 존엄한 임종을 위한 요양병원 생애 말기(임종기) 의료

헬스경향 2024-06-17 07:30:00 신고

남충희 대한요양병원협회장(영남요양병원 이사장)

영남요양병원에는 평소 호스피스 문의 전화가 많이 온다. 요양병원 호스피스는 전국 7곳 병원에서만 시범사업을 한다. 영남요양병원은 호스피스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못했다. 호스피스를 원하는 분이 많은데 그들의 아픔을 덜어줄 수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호스피스 시범사업에 참여 중인 내과 전문의 임 원장에게 전화해 요양병원 호스피스가 잘 이뤄지는지 환자와 보호자의 만족도는 어떤지 물어봤다.

임 원장에게 자세한 설명을 듣는데 수화기 너머 파도소리가 들렸다. 대천해수욕장에 왔다고 했다. 바람이라도 쐬러 왔나 했는데 말기 암환자와 함께 왔다고 했다. 최근 췌장암을 진단받은 환자가 고향 대천 바다를 보고 싶다 했다고. 임 원장이 속한 봉사단체가 동행했다. 종교인을 중심으로 200명 회원이 매달 만 원씩 회비를 내고 생애 말기(임종기) 환자에 도움 되는 일을 한다.

암 진단을 받으면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과 죽음의 공포를 느낀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암에 걸렸을까 자책하기도 하고 넓은 세상에 혼자 남겨진 두려움도 느낀다. 암환자는 병을 이겨내겠다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마음이 필요하다. 막연한 두려움을 버리고 의료진을 신뢰하며 병과 맞서야 한다. 임 원장처럼 환자의 두려운 마음을 알고 옆에서 힘이 되는 생애 말기(임종기) 의료가 필요하다.

한 대장암환자가 있었다. 자녀들은 요양병원에 보내고 싶었지만 요양병원의 나쁜 이미지로 절대로, 죽어도 요양병원에 가지 않겠다던 환자였다. 수차례 면담을 통해 입원을 했다.

첫째 통증을 조절한다. 둘째 푹 잘 수 있도록 한다. 두 가지 목표로 환자를 치료했다. 목표가 달성되자 환자는 어릴 때 먹던 동치미를 원했다. 어릴 때 먹었던 음식 맛은 평생을 갑니다. 한 달 후 환자는 평온한 얼굴로 임종했다.

임 원장은 요양병원 호스피스 시범사업에 참여 중이다. 하지만 요양병원 호스피스 시범사업은 수년째 시범사업에만 머물러 있다. 고령자 의료를 잘 알고 생의 마지막을 함께하는 요양병원인데 호스피스를 못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많은 분이 호스피스 의료가 가능한 병원을 물어본다. 하지만 호스피스 가능한 병원은 많지 않으며 그나마 입원 대기를 걸어야 한다.

전국 1400여개 요양병원 인프라를 활용한 생애 말기(임종기) 의료 시범사업을 제안한다. 존엄한 임종을 위해 필요한 것을 파악하고 요양병원 인프라를 활용해 비용은 낮추면서 존엄한 임종을 준비하는 것이다. 1인실의 조용한 환경에서 가족과 함께 임종을 맞이할 수 있고 부모의 임종을 함께 지킨 가족 구성원의 갈등이 봉합되고 화해할 수 있다. 웰다잉이 저절로 이뤄진다. 초고령사회 대한민국이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 생각한다.

요양병원협회는 생애 말기(임종기) 학회를 준비 중입니다. 요양병원협회의 노력으로 생애 말기(임종기) 환자들이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 평안한 마음으로 임종하기를 바란다. 유족의 아픔까지 돌보는 생애 말기(임종기) 의료는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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