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오르는 새 모티브가 어쩐지 친숙하지 않나요? ‘푸글렌(FUGLEN)’은 노르웨이어로 새를 의미하는데요. 일본 여행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방문 경험이 있을 이 카페, ‘도쿄 핫플’을 검색했을 때 가장 많이 도출되는 콘텐트는 아마도 푸글렌 도쿄일 거예요. 1963년 오슬로의 한적한 거리에 처음 문을 연 푸글렌 커피는 ‘커피 X 스칸디나비안 디자인 X 칵테일’의 신개념 카페로 로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습니다. 그리고 12년 전, 처음으로 시부야에 지점을 내며 도쿄에 노르웨이의 슬로우 커피 문화를 소개하게 됐죠.
낮에는 산미가 강한 질 좋은 커피를 마시려는 사람들로, 밤에는 힙한 칵테일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푸글렌 커피. 로컬 커피 애호가들이 자주 찾는 동네 카페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80%가 관광객일 정도로 유명한 도쿄 필수 코스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혹시 그거 아세요? 모두가 인증샷을 올리는 장소는 요요기 본점 또는 아사쿠사 점이지만 숨은 진주 같은 푸글렌은 따로 있다는 사실을 말이에요.
지난봄 새롭게 오픈한 ‘푸글렌 산구바시’는 콘셉트부터 기존의 푸글렌과 완전히 다릅니다. 쇼핑 중간에 잠깐 커피 한잔할 겸 들르는 푸글렌 도쿄점과 달리 천천히 하이 퀄리티 커피 맛을 깊이 음미하기 위해 예약을 하고 찾아온 사람들만 공간을 채우고 있답니다. 이곳의 콘셉트는 한 마디로 휘게(Hygge). 독특하게도 노르웨이 사람들이 하이킹할 때 마시는 아웃도어 커피에서 영감을 얻어, 커피 추출에 사용하는 도구들을 모두 캠핑용으로 사용해요. 단정한 차림의 바리스타는 즉석에서 막 갈아낸 커피 가루를 캠핑용 주전자에 넣고 휘-저은 다음 버너 위에 놓고 보글보글 끓인 다음 천천히 커피를 추출합니다. 커피 잔 역시 예사롭지 않죠? 투박한 느낌의 커피 잔과 디저트 접시는 모두 후쿠오카의 작가 겐타의 작품이에요. 겐타는 도자기의 재료를 모두 산에서 직접 채취해서 작품을 만드는 작가로 유명하죠. 커피와 함께 내어주는 크래커 역시 독특한 오라를 풍기는데요. 거친 식감의 크래커 위에 브라운 치즈를 올려 담백한 맛이 나는데 의외로 커피와 무척 잘 어울린답니다.
한편 도심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노보리토 역에 위치한 ‘푸글렌 커피 로스터스’ 역시 고유의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시원한 타마강을 품고 있는 이곳은 특히 열차가 지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일본 특유의 말랑말랑한 감성을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창밖으로 보이는 건 복잡한 도심 대신 푸릇푸릇한 잔디밭길과 잔잔하게 흐르는 강물. 도쿄에 와 있기보다는 오래된 영화 속 한 장면으로 빨려 들어온 듯합니다. 이곳을 장식하고 있는 곱게 낡은 1940년대 가구와 소품들은 모두 오슬로에서 공수해온 빈티지 제품! 봄에는 흩날리는 꽃잎을 아래서, 가을에는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느껴보세요.
비교적 한적한 하네기 공원점은 로컬 바이브를 느끼기 가장 좋은 곳입니다. 숲이 우거진 공원 근처에 자리하고 있어 쫓기는 느낌 없이 평온하게 커피 한 잔을 즐길 수 있거든요. 봄에는 아름다운 매화를 볼 수 있고 사방으로 창이 뚫려 있어 계절의 변화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게 장점입니다. 반투명 창 사이로 햇빛이 아름답게 쏟아져 들어오는 날에는 여행의 묘미를 제대로 느끼게 해줘요.
푸글렌 커피 때문에 다시 도쿄를 찾을 예정이라면, 이번에는 복잡한 요요기 대신 다른 매장들을 방문해보세요. 산미가 강하고 깊은 맛을 가진 노르웨이의 커피의 매력을 200% 느낄 수 있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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