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초고령국가 일본, 치매 정책 어떻게 다른가

세계 최초 초고령국가 일본, 치매 정책 어떻게 다른가

한스경제 2024-05-17 07:56:2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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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치매 정책의 변천 /류건식 RMI 보험연구소 연구위원
일본 치매 정책의 변천 /류건식 RMI 보험연구소 연구위원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유래 없이 빠른 고령사회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대부분 선진국이 그러한 것처럼  국가 차원에서 치매 대응에 접근하는 중이다. 이는 세계 최초의 초고령사회 진입국인 이웃나라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이 초고령사회로 들어선 연도는 2007년으로 알려져 있다. 고령화율은 2010년 23.0%였는데, 2030년 31.2%에 달하고, 2040년엔 35.4%로 약 4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같은 인구구조 변화는 이른바 '단카이(團塊)'세대라고 불리는 베이비부머의 고령화에 따른 것이다. 1947년~1949년 사이 출생한 전후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다. 향후 2차 베이비붐 세대라고 볼 수 있는 1971년~1974년 출생자들이 노인층에 진입하면 고령화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도 시간차가 있으나 비슷한 국면인데, 이에 따라 치매 환자 수도 급증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2014년 전망에 따르면 2060년에는 65세 이상 노인 34.3%가 치매환자일 거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미 2040년에도 노인 4명 중 1명이 치매환자로 예상하고 있는데, 증가폭이 더 가팔라진 것이다.

닛세이 기초연구소 역시 지난 2023년 전망에서 2040년 65세 이상 노인 중 46.3%가 치매환자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숫자로는 1819만명에 달할 거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사회적 비용 증가 등도 직접적 문제다. 의료비와 간병비, 비공식 케어비용을 합하면 2025년엔 GDP의 4.14%까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된다. 이중 의료비가 GDP의 0.52%를 차지하며 간병비가 1.87%, 비공식 케어비용이 1.75%를 차지한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연간 총 국가치매관리비용은 2021년 기준 18조 7000억원으로 GDP의 약 0.9%에 해당한다. 치매환자 수가 급증하면서 2017년 14조 2000억원에서 31.9% 증가한 것이다. 환자 수는 같은 기간 70만 5473명에서 88만 6173명으로 늘었다.

이러한 사회적 비용이 아니더라도, 치매로 금융자산이나 부동산거래나 관리 등이 불가능해지는 자산동결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특히 연령대가 증가할 수록 금융자산이나 부동산 등 보유자산 규모가 비례적으로 증가한다는 통계가 이런 우려를 낳게 한다. 2040년 치매 고령자 보유자산 총액은 약 349조엔으로 전체 가계 보유자산의 12.1%에 이를 거란 전망도 나온다. 결국 경제에 많은 부정적 영향을 미칠 거란 우려다.

RMI 보험경영연구소 류건식 연구위원은 보험연구원이 주최한 관련 세미나에서 우선 '치매(癡呆)'란 표현의 부정적 의미에 대해 언급한 게 눈길을 끈다. 영문 표기의 치매(Demetia)는 라틴어에서 유래해 '정신이 없어진다'는 의미를 갖는다. 즉 치매는 뇌손상으로 인지기능을 상실하는 뇌질환을 말한다.

그런데 어리석을 치(癡)와 어리석을 매(呆)로 표기하는 현재 용어는 모멸감을 줄 수 있다. 중국,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 이웃나라들 모두 같은 어휘를 쓰고 있었으나, 최근 나라 정책 차원에서 치매 문제에 접근하면서 명칭을 변경했다. 가령 대만은 2001년 실지증으로, 일본은 2004년 인지증으로, 중국은 2012년 뇌퇴화증으로 명칭을 바꿨다.

우리도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용어 및 인식개선 논의가 진행 중이다. 2021년 설문조사를 거쳤고, 2023년 1월에는 '치매용어 개정 협의체'를 구성했다. 특히 협의체는 "치매라는 용어가 질병에 대한 편견을 유발하고 환자 및 가족에게 불필요한 모멸감을 주기도 한다는 지적에 따라 용어를 개정하고 인식 개선 방안을 논의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재 관련 법개정 발의가 올라와 국회 계류 중이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그리고 주요 선진국들이 그러한 것처럼 일본도 치매 정책은 범정부 차원의 국가전략이다. 후생노동성을 중심으로 내각관방·내각부·경찰청·금융청 등 12개 부처가 참여하고 있다.

또한 '인지증 기본법'과 같은 법률을 근거로 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인지증 시책 추진본부가 설치돼 운용하고 있다. 즉 행정수반이 치매 정책의 책임자가 되는 것이다.

일본의 치매 정책은 크게 3단계에 걸쳐 '유연하게 스텝업 됐다'고 류건식 연구위원은 평가한다. 고령화나 노인복지 상황 등을 감안해 주기적으로 정책이 개선되는 방식이었다는 의미다.

특히 시기적으로 일본의 치매 정책이 변곡점을 맞는 시기는 2010년이다. 그 이전까지의 이른바 '골드플랜'이 '오렌지플랜'으로 전환하는 시점이다.

골드플랜은 1989년으로 거슬러올라가는데 치매에 대응할 공공서비스 정비와 재택 및 시설복지 사업 강화 등의 내용이 핵심이다. 이후 1994년 신골드플랜이나 2000년 골드플랜21 등은 세태 변화에 맞춰 이를 정비하고 강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런데 치매 환자가 급증하고 국가재정 부담이 가속되는 등의 현실적 변화가 나타나자 오렌지플랜이 대두된다. 일본의 돌봄서비스를 통칭하는 '개호(介護)'와 관련해 시설 중심에서 재택 중심으로 초점을 옮긴 것이다.

2015년 신오렌지플랜의 기본 이념은 "인지증에 걸린 사람의 의사가 존중되고, 가능한 한 살던 지역의 좋은 환경에서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의 실현을 지향한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미 사회적으로 익숙해진 질환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이에 대응하는 정책의 방향성 등이 기존의 시혜적 부분에서 달라졌음을 잘 드러낸다.

나라마다 차이는 있지만 치매 관련 정책은 예방이나 진단·치료 등과 연관한 내용과 함께, 인권을 존중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사회시스템 구축과 관련한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 일본의 경우 대부분 범위를 정책 대상으로 포괄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일례로 관리 대상을 노인성 치매를 넘어 청년성 치매까지 확대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또한 미국의 경우 예방과 인지장애 단계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추진하고, 영국은 경증 치매와 중간 정도 치매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중심이라면 일본은 초기부터 중증까지 전 단계의 종합적인 대책을 지향한다는 게 차별점이다.

구체적으로 정책을 운영하는 차원에선 "전략은 국가에서, 실행은 지역에서"라는 슬로건이 드러내는 지역 포괄케어 시스템 중심이라는 게 특징이다. 쉽게 말해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치매 환자는 노인클럽, 자치회, 자원봉사자, NPO 등에서 적극 지원하는 것이다.

가장 최근의 정책 변화로 2019년 '인지증 시책 추진 대강'을 발표하는데, 여기서는 5개 기본목표 아래 143개 세부 추진과제를 설정하고 있다. 이중 58개 과제에는 KPI를 설정하고 핵심 성과에 대해 정책관리에 들어간다.

류건식 연구위원은 치매정책의 전체적인 틀은 하드웨어 측면에서 일본은 우리나라와 유사성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국가 주도의 치매 정책, 지역생활권 중심 치매 정책 등 전반적인 면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일본 사례에서 참고할 만한 점은 정책의 내실화를 위해 소프트웨어(운용시스템)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즉 △국가 치매관리 거버넌스 강화 △수요자 중심의 통합 치매관리 서비스 추진 △청년성 치매 등 전 국민 대상 관리 △치매관리종합계획 내 세부과제의 종합적 추진 등이 시사점이다. 이 중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은 후자의 두 가지인데, 청년 등 전 국민으로 관리를 확대한 점이나 새로운 상황이 전개되면 그에 따라 종합적인 정책 전반을 재검토하고 유연하게 정책을 변화시키는 방식 등의 내용이다.

이러한 나라 차원의 치매 정책 아래 금융권에서, 특히 보험업권에서는 이와 관련한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일본 보험사들이 기존 개호보험상품 등과 비교해 가입기준이나 보험금기준 등을 완화한 치매보험 상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는 점 등을 가리키는 내용이다.

또한 최신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치매 예방이나 조기발견 전용 앱을 통한 인지기능 상태 체크 등의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그밖에도 신탁제도 이용 지원이나 장기요양서비스 등에 진출하는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세부적으로 보자면 지난 2000년 시행된 성년후견제도 등을 이용하는 데 지원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금융자산이나 부동산자산 거래가 어려워 자산동결이 발생하는 경우, 환자 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에 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후견제도지원신탁이나 가족신탁제도 등에 대해 상담·중개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내 보험업계서도 일부 시작하고 있는 장기요양서비스 사업은 민관 역할분담을 위한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일본에선 주요 보험사가 요양서비스업 시장을 이끌어 가고 있지만 국내는 수요에 비해 공급의 질적 성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으로 토지·건물 임차 규제 등의 문제로 진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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