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추미애 대세론', 빗나간 '명심'…이재명 당무복귀 첫날 '찬물'

깨진 '추미애 대세론', 빗나간 '명심'…이재명 당무복귀 첫날 '찬물'

프레시안 2024-05-16 18:59:3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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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최종 후보에 대다수 예상과 달리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아닌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당선돼 '대이변'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이같은 이변이 나타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당초 '어의추(어차피 의장은 추미애)'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추 전 장관은 민주당 내 강성 의원들과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게다가 유력 후보였던 조정식 의원과 단일화까지 성공하며 추 전 장관의 승리가 높게 점쳐졌다. 그러나 투표 결과 당선의 영광은 우 의원에게로 돌아갔다.

당 안팎에서는 박 원내대표가 후보들 사이에서 '교통정리'에 나섰던 게 역효과를 부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원내대표 선거에 이어 의장 선거마저 '명심(明心)'으로 치러지는 데 대한 당내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이번 국회의장 선거 과정에서는 사상 유례 없는 과열 경쟁이 펼쳐졌다. 추 전 장관과 조 의원, 그리고 친(親)이재명계 좌장으로 평가받는 정성호 의원에 이르기까지 후보들은 후보 등록 수주 전부터 선거 운동에 돌입했다.

이들은 저마다 '이재명 대표의 뜻이 자신에게 있다'며 '명심 경쟁'을 펼치는가 하면, 하루가 머다 하고 '탈(脫)중립' 선언을 하며 국회의장의 역할을 재정의했다. 출마를 저울질했던 박지원 전 국정원장까지 이같은 '친명 호소전'에 가세해 전직 의장에 대한 험담도 서슴지 않았다.

선거가 과열 양상을 보이자, 당 내부에서 비판도 나왔다. 중진 의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당 대표와의 친분을 자랑하는 상황이 보기 민망하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 원내대표가 총대를 멨다. 박 원내대표는 후보 등록 직전인 5일과 6일 각각 조 의원과 정 의원을 만나 '당심'을 이유로 들며 자진 사퇴할 것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지난 12일 정 의원은 자진사퇴 입장문을 냈고, 조 의원은 추 전 장관과 단일화를 하는 방식으로 거취를 정리했다. '찐명'으로 평가받는 박 원내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서자, 당 안팎에서는 '명심'이 추 전 장관에 기울었다는 평가가 대세를 이루었다.

이날 당선된 우 의원은 박 원내대표로부터 의장 선거와 관련한 연락을 받지 않았다고 했다. 우 의원은 조 의원과 추 전 장관의 단일화를 두고 "자리를 나누듯이 단일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라고 비판하며 완주 의사를 밝혔다.

우 의원은 이날 추 전 장관을 두 자리수 표 차로 승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선미 선거관리위원장이 우 의원의 선출 결과를 발표하자, 당선인들은 물론 당내 강성 지지자들 또한 자리했던 선거 개표장은 크게 술렁였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우원식 의원이 1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전반기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을 위한 당선자 총회에서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구성원들은 결국 박 원내대표의 인위적 교통정리가 역효과를 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재선 의원은 우 의원의 당선에 대해 "아무도 예상 못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장쯤이나 되는 자리를 인위적으로 (교통정리)하니까 반작용이 심하게 났구나 싶다"며 "지긋하신 선배 의원님들이 보기에는 좀 아니다 싶지 않았을까 한다"고 했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기자들이 생각하는 것과 실제 분위기는 다를 수 있다"면서 "대놓고 교통정리를 한 게 역효과를 불러오지 않았나 한다"고 했다.

앞서 4선을 지낸 우상호 의원은 지난 13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5선, 6선쯤 되는 중진 의원들이 처음부터 나오지 말든가, 나와서 중간에 하차하는 걸 보면서 사실 자괴감이 들었다"며 "대한민국 권력 서열 2위를 당대표나 원내대표가 결정한다는 건 뭔가 잘못된 것 같다"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박수현 당선인 또한 "국회의장까지 당심, 명심이 개입해서 정리된 것은 역대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야권 원로인 유인태 전 총장은 이날 우 의원의 승리 가능성을 언급해 주목받고 있다. 유 전 총장은 이날 국회의장 후보 선출을 위한 민주당 당선자 총회가 열리기 1시간 30여분 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어의추 아닌가'라는 물음에 "우 의원 쪽에서는 뚜껑 열어봐야 안다고 그러더라"며 예상 밖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유 전 총장은 "초선 의원들에게 '명심'이 작용하지만 않으면 해볼 만하다고 여기는 모양이더라"라며 "원래 4명(추미애·조정식·정성호·우원식)이 나왔으면 '개딸'(이 대표 열성 지지자)들은 어떨지 몰라도 추 당선인은 결선에도 가기 어려운 사람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살아온 행적, 정치적 행보가 굉장히 불안했다. (추 당선인을) 아는 사람, 한 3선쯤 된 의원들은 거의 다 겪어봤기 때문에 제일 불안한 후보로 취급받던 사람이었다"고 전했다.

우 의원은 추 전 장관과 비교할 때 '강성 친명'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우 의원의 국회의장 당선은 이재명 친정 체제로 흘러가던 민주당에 경종을 울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 의원 스스로 '친명'이라고 칭하는 데다, 당선 소감으로 '중립성은 없다'고 선언한 만큼 추 전 장관 못지 않게 민주당의 입법 활동을 보조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와 우원식 국회의장 후보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만나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후 우 의원을 접견해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우원식 국회의장 후보 당선자께서는 아마 당 내에서 가장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정책을 추진해왔던, 가장 현장에 가까운 정치인이셨다고 생각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좀 더 전면에 나서서 3부의 축으로서 국정의 횡포와 역주행을 막고 국민의 뜻이 일상적으로 국정에 반영되도록 하는 민의의 전당 역할을 하는 데 우 후보가 충분히 아주 잘 역할을 수행해줄 것으로 확신한다"며 "기계적 중립이 아니라 민심과 민의를 중심에 둘 것으로 믿는다"고 당부했다.

우 의원은 "저는 민심을 받드는 의장이 돼서 민생국회, 개혁국회를 반드시 실천하겠다"며 "국회가 민심에 맞지 않게 흘러간다면 국회의 대표로서 국회법이 규정하는 의장의 권한을 최대한 살려나가겠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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