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면허 의사 도입에 찬성하는 의사들... '안정적 여건 갖춰져야 해'

외국면허 의사 도입에 찬성하는 의사들... '안정적 여건 갖춰져야 해'

BBC News 코리아 2024-05-16 15:14:29 신고

3줄요약
의사 뒷모습
Getty Images
의료 대란 장기화로 복지부는 외국 의사 면허 소지자도 한시적으로 의료 행위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외국인 의사가 한국 의료현장에 투입되는게 왜 나쁩니까?”

한국 정부가 전공의들의 빈자리와 의료 공백 사태를 해결할 방법의 하나로 '외국 의사면허' 소지자의 국내 진료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8일 “현재 보건의료 재난 경보가 ‘심각’ 단계인 만큼 가급적 빠르게 추진해 5월 말에서 6월 초쯤 개정 시행규칙이 시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20일까지 입법 예고할 방침이다.

하지만 16일 기준 복지부의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 입법예고 공지에는 약 1500건의 의견이 달렸는데, 이 중 반대가 1350건 이상으로 90%를 상회했다.

반대 의견 중에는 "우리의 생명을 검증도 안되고 말도 안 통하는 외국인 의사들에게 맡길 수 없다” 등의 댓글이 있었다.

정형선 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BBC코리아에 “우려하는 이유들을 보면 아무나 막무가내로 의료현장에 투입되는 것으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 그게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일정한 기간 지도 하에 의료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하겠다는 건데, 자격 요건 확인만 된다면 외국 인력이 나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외국 의사들의 진입 장벽이 굉장히 높은 나라'

조승연 지방의료원연합회장은 “외국 의사를 활용하지 않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의료 대란이 일어났던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국가에서는 외국 의사들을 적극 활용했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특히 뛰어난 의료 인프라와 높은 수입으로 전세계 의사들의 주요 이민지다. 미국 이주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21년을 기준으로 26%의 현지 의사가 외국인이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는 2022년에 새롭게 의료 현장에 투입된 외국인 의사의 비율이 46%에 달한다고 밝혔다.

걸어가는 의사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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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한국에서 의료 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복지부 지정 의대를 졸업해 예비 시험과 의사 국가고시를 거쳐야 한다

반면 한국은 면허를 보유한 외국 국적 의사 관련한 공식적인 집계조차 없다. 다만 조 회장은 0.1~0.2% 정도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만큼 한국은 외국 의사들의 진입 장벽이 굉장히 높은 나랍니다. 한국도 의료가 많이 선진화된 나라 중 하나로 이제는 의료 분야를 개방해 국제 기준에 맞추는 게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현재 외국인이 한국에서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복지부가 지정한 38개국 159개 의대 중 한 곳을 졸업한 의사 면허 소지자여야 한다. 또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예비 시험에 합격한 후 한국 의사면허 국가고시까지 치러야 한다.

다만 '외국 의사 면허' 소지자들이 보건의료 재난경보 ‘심각’ 단계일 때 한국 의료 현장에 긴급 투입될 시에는 국가 및 학교 제한 없이 의사 면허만 갖고도 의료 행위가 가능하다. 의사 국가시험도 면제다.

복지부는 이를 한시적으로 허용한다는 입장이지만, 기준이 지나치게 느슨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외국 의대를 졸업한 한국인과 외국인 모두를 포함했을 때 국내 의사 국가시험을 최종 통과해 의사면허를 발급받은 비율은 10명 중 4명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해 김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해외 사례처럼 외국 대학 출신 의사를 받아들일 때 먼저 그 대학이 제대로 의학 교육을 하는 기관인지 검증하는 프로세스를 도입해야한다”고 말했다.

“일정 기간 동안의 수련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있습니다. 같은 의학 분야여도 나라마다 의료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에 (국내에서의) 수련은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또 외국 의사의 경우 별도의 진료면허 제도를 도입해 의사 면허와는 별개의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승연 회장은 한국이 이제는 “폐쇄적인 시스템에서 벗어나 외국 의사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해 같이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게 국제 표준에도 맞다”고 말했다.

언어 장벽 문제는?

언어 장벽으로 인한 소통의 어려움은 외국 의사 도입의 주요 우려사항 중 하나다.

보건복지부 당국자는 BBC코리아에 환자의 안전과 의료서비스 질이 보장될 수 있도록 각 병원에서 외국 의사 채용 시 진료역량과 의사소통 가능 여부 등을 고려해 의료행위 범위를 설정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서울대 김윤 교수는 “그렇다고 한국어가 능통한 한국 국적자만을 받아들인다고 하면 그것도 숫자가 제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폭을 넓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외국 의사 수가 약 400명에 불과하다는 얘길 들었다”며 “지금 현재 의료 공백 문제조차 해결하기에 역부족인 숫자”라고 전했다.

정형선 교수는 “외국이라도 의과대학을 졸업했다면 먼저 어떤 언어가 가능한지, 한국어가 안되더라도 충분한 지도 하에 통역으로 보충이 가능한지를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 행위라는게 고도의 수술만 있는 게 아닙니다. 다양한 의료 레벨이 있는 것이고, 각 수준에 맞춰서 업무를 분배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조승연 지방의료원연합회장은 “외국인 의료 인력은 아무래도 개발도상국에서 많이 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몇십 년 전에는 한국도 미국 같은 선진국으로 많이 유학을 갔어요. 특히 서울대 졸업생들은 50% 가량이 미국으로 갔다고 들었어요. 이제는 거꾸로 한국에 오는 의사들은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중국 등 출신이 많을 겁니다. 이러한 해외 인력이 한국에 와서 일정 기간 의사 생활을 하면서 의료 기술을 익혀 본국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민간 외교 역할도 가능할 것이고요.”

문제는 ‘인식’이다. 한국인 정서상 당장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등 개도국 출신의 의사가 들어온다고 해도, 한국보다 경제 및 교육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라는 인식 때문에 신뢰를 가지고 치료를 맡길 환자는 많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조 회장은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며 “만일 그들이 부족하다면 우리의 기준에 맞출 수 있게끔 부가적인 훈련을 시킬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게 중요하지, 무작정 ‘한국보다 열등하다’라는 인식으로 거부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개도국 출신의 의사가 부족하다고 느끼면 그들의 수준을 끌어올릴 방법을 연구해야하는 겁니다. 무조건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은 불합리해요.”

외국 의사 도입, 실효성은?

브리핑하는 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
NEWS1
외국 의사의 도입은 장기적으로 전공의들의 노동력 보충과 한국의 인구 절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복지부의 개정안이 당장 의료 공백을 메우는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도 제기된다.

외국 의사 면허 소지자를 '한시적'으로 투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과연 외국 인력이 충분히 지원할지에 대한 의문과, 정확한 계약 기간이 없어 그저 ‘급한 불 끄기’식의 방편이라는 지적이다.

조 회장은 “외국 의사의 여건을 얼마나 안정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설정하느냐에 따라 달린 문제”라고 전했다.

“'이번 사태가 끝나면 본국으로 돌려보내겠다’라고 하면 누가 오고 싶겠습니까. 지금도 외국 의사 면허를 가진 사람들이 한국에서 2년 가량 교육을 받으며 전문의의 지도하에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는데, 이 기간을 5년으로 늘리는 등의 방안이 있겠죠. 그리고 이 기간이 끝나면 한국에서 정식으로 의사 생활을 하고 싶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일정한 자격 시험을 실시해서 그에 맞는 처우를 해주는 등 적극적인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할 겁니다.”

그는 이어 “현재 의사 인력이 부족해 아우성을 치고 있는 상황인데, 외국 의사의 도입은 전공의들의 노동력 측면에서 상당 부분 보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복지부 당국자는 이번 시행규칙 개정을 통한 외국 의사의 국내 의료행위 허용 확대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활용 인력 규모가 당장은 크지 않더라도 의사 인력이 부족해 외국 의사 활용 수요가 있는 의료현장에서는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조 회장은 또 외국 의사 도입이 궁극적으로 인구 절벽 문제의 해결책 중 하나인 이민 정책에도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단순 노동자를 수입하는 정책보다는 기술 인력을 투입하는게 국가 차원에서도 도움이 됩니다. 그런 측면에서 의사 인력은 굉장히 우수해요. 국가의 인구 절벽 문제를 해소하는 모범 사례가 될 수 있죠. 농촌 인력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소위 말해 ‘인텔리’들을 데려와서 이 사람들로 하여금 나라에 보탬이 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굳이 외국 의사 도입의 진입 장벽을 높게 유지할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김윤 교수도 이번 개정안이 단순히 “응급 대안”으로 삼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외국 의사를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체계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형선 교수는 “지금은 의료 인력에 대한 유연성이 절실한 시대”라고 말했다.

“당장의 실효성에 대한 것보다도 비상시국인만큼 그동안 의사들의 각기 다른 입장 때문에 시행하지 못했던 다양한 정책적인 옵션들을 확인해보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겁니다. 전담간호사(PA) 합법화 추진도 마찬가지고... 모든 정책의 도입 가능성을 검토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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