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후루, 마라탕, 그 다음은? 저속노화밥

탕후루, 마라탕, 그 다음은? 저속노화밥

바자 2024-05-08 08:00:02 신고

탕후루와 마라탕으로 도파민을 외치던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겠다며 저속노화밥을 인증하기 시작했다. ‘햄스터밥’이라고 부를 정도로 잡곡을 많이 넣어서 밥을 짓는 건데, 소소하게 유행하던 인증샷이 지난 정월대보름 폭발했다. 오곡밥과 나물 반찬을 먹는 것을 올리며 정월대보름을 ‘저속노화절’로 바꿔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등장하기도. 갑자기 왜 저속노화밥 열풍이 불기 시작한 걸까? 그 중심에는 저속노화 선생님이라 불리는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전문의 정희원이 있다. 지난해 말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이라는 책을 출간하며 식습관, 신체활동, 뇌 건강으로 분야를 나눠 감속노화 실천법을 소개했다. 그중 노화를 지연시킨다고 하는 저속노화밥은 그가 X(구 트위터)에 자신의 경험담과 책에 나와 있지 않은 내용을 자세히 소개하며 이목을 끌었다. 게다가 저속노화밥을 인증한 사람의 게시물에 하트를 눌러주며 ‘저속노화밥에 대한 얘기를 하면 저속노화 선생님이 찾아온다’는 인증 놀이를 유행시키고 있다. 트위터리안을 매료시킨 저속노화밥은 정확히 무엇일까?

저속노화 식단의 정체
저속노화 식단은 MIND 식사의 한식 버전이다. MIND(Mediterranean-DASH Intervention for Neurodegenerative Dlay) 식사는 미국에서 고혈압 환자를 위해 개발된 식사법 DASH(Dietary Approaches to Stop Hypertension, 통곡물, 가금류와 생선, 과일과 채소 등으로 염분 섭취를 줄여 혈압 조절을 돕는 식단)와 지중해식(채소와 과일, 견과류, 콩, 생선과 소량의 육류, 불포화지방산인 올리브유로 이루어진 식단)의 장점만 모은 식사를 말한다. 개념은 어려워 보이지만 녹색 채소, 견과류, 통곡물 등을 골고루 섭취하는 식사법이다. 복합탄수화물인 통곡물과 콩을 메인으로 하는 MIND 식사의 한식 버전은 밥이 그 중심이다. 정희원이 제시하는 저속노화밥은 렌틸콩, 귀리, 현미, 백미를 4:2:2:2 비율로 섞어 먹는 것으로 반찬은 나물이나 채소, 약간의 동물성 단백질을 곁들인다. 이렇게 섭취하면 세 끼 밥만 먹어도 성인의 일일 단백질 권장 섭취량(45~55g)을 섭취할 수 있으며 섬유질 권장량도 충족된다. 잡곡밥 먹는 게 좋다는 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인데 우리가 기존에 먹던 잡곡밥과 저속노화밥의 차이는 무엇일까? 바로 콩류, 그중에서도 렌틸콩을 많이 넣는 것이다. 저속노화밥은 음식을 섭취했을 때 혈당 수치를 얼마나 빠르고 높게 올리는지 나타내는 GI지수를 크게 올리지 않으며 단백질, 식이섬유 등 영양소를 쉽게 섭취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GI지수가 낮은 곡물 중 여러 가지 비율을 시도해본 결과 입맛에 가장 잘 맞는 비율을 찾아낸 것이 지금의 저속노화밥이다. 렌틸콩은 식물성 단백질의 주 공급원으로 고소한 맛이 강하다. 귀리는 톡톡 튀는 식감이 좋고 혈당과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베타-글루칸이라는 수용성 섬유소가 풍부하며 좋은 불포화지방을 제공한다. 현미는 가장 대중적인 잡곡이며 리놀렌산 성분이 풍부해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절하고 혈액순환을 돕는다. GI지수가 높은 곡물임에도 백미를 넣는 이유는 밥이라는 정체성을 지켜주는 닻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백미를 제외하면 소화가 잘 되지 않고 배탈이 나기도 함으로 약간은 필요하다. 이 네 가지 잡곡으로 밥을 지었을 때 가장 맛이 좋다는 것이 그의 결론. 저속노화밥으로 당 지수를 낮추고 노화를 가속하는 엠토르(mTOR) 단백질을 활성화시키지 않는 식물성 단백질까지 섭취가 가능하다.

저속노화밥의 효과
정제된 백미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저속노화밥만 먹는다고 정말 느리게 나이 들까? “저속노화밥을 먹는 것은 가장 간단하게 실천할 수 있는 항노화 생활습관을 만드는 것입니다. 혈당을 크게 올리지 않아 노화와 인지 기능의 저하도 예방할 수 있죠. 저는 주말에는 반드시 이 식사를 따르고 있는데 월요일이 되면 머릿속에 안개가 낀 것 같은 브레인 포그가 사라져 한결 맑은 느낌이 들어요.” 정희원이 설명한다. 그는 느리게 나이 들기 위해서는 생활습관이 중요하며 저속노화밥을 먹는 것을 습관화했을 때 발생하는 효과를 약으로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고 덧붙인다.
저속노화밥은 인슐린 저항성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 그 총량은 생물학적 노화와 비례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밀접하다. 인슐린은 우리 몸의 대사 과정에 관여하는데 과하게 분비되면 산화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이는 노화를 촉진킨다. 또한 저속노화 식단, 즉 MIND 식사는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추는 데도 영향을 준다. 올해 초 미국 신경학 연보(Annals of Neurology)에 발표된 컬럼비아대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MIND 식사와 비슷한 식단을 유지한 사람이 노화 속도가 느리고 치매 발생 및 사망 위험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저속노화밥은 흰 쌀밥에 비해 많은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다. 〈한국 성인의 밥 섭취 정도와 잡곡밥 섭취 유무에 따른 영양섭취실태 및 대사증후군 위험수준 평가〉에서 잡곡밥 섭취 여부별 영양질적지수의 차이를 분석한 결과 단백질, 식이섬유, 칼슘, 칼륨, 비타민 C 등 잡곡밥을 섭취한 그룹이 백미밥을 섭취한 그룹에 비해 영양질적지수가 높게 나타났다. 이처럼 많은 연구 결과가 복합탄수화물로 이루어진 저속노화밥의 효능을 뒷받침한다. 굳이 연구 결과를 따지지 않더라도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장수 식단의 공통점인 “단순당과 정제곡물을 피하라”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정희원은 집에서 식사하는 주말 이틀만이라도 저속노화밥을 시도해볼 것을 권한다. 참, 햄스터밥이라고 불리는 저속노화밥의 맛은 어떠냐고? 이 기사를 쓰기 위해 직접 먹어본 거짓없는 후기를 덧붙인다. ‘단맛이 없는 삶은 밤을 으깨서 함께 먹는 맛’. 생각보다 먹을 만하다.


저속노화밥에 대한 궁금증


영양소 파괴를 막기 위해 저온조리법으로 조리해야 한다
NO
고온에서 조리한다고 영양소가 파괴되지 않는다. 전기압력밥솥의 잡곡 코스를 이용해 조리해도 괜찮다는 얘기.

렌틸콩, 귀리, 현미, 백미 비율을 지켜야 한다
NO
단, 식물성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많고 탄수화물은 적은 렌틸콩을 포함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잡곡은 괜찮지만 찹쌀은 피해야 한다. 농촌진흥청과 경희대 산학협력단의 〈탄수화물 다소비 식품의 당지수 관련 분석 및 평가〉에서 100g당 음식이 얼마나 빨리 혈당을 올리는지 조사한 결과 흰쌀밥은 51, 찹쌀밥은 무려 72로 45인 라면보다 높다.

맛을 위해 다시마 육수를 첨가하거나 올리브 오일을 넣어도 된다
YES
맛을 위해서 다시마 육수를 사용해도 좋다. 또한 올리브 오일이나 코코넛 오일을 첨가하면 혈당을 낮추는 저항성 전분이 생성된다.

잡곡을 많이 넣을수록 좋다
NO
우석대 연구팀에서 5곡, 8곡, 16곡, 17곡, 20곡, 25곡 잡곡밥의 영양 성분을 분석했다. 그 결과 5곡이 단백질, 무기질 등 영양소 함량이 높고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 효과가 우수했다. 적절한 곡물 2~5종류를 사용하여 섞어 먹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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