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먼트뉴스 박민우 기자] 세브란스병원 이식외과 이재근·민은기 교수팀과 인터벤션 영상의학과 한기창 교수팀은 이식 수술 시 연결해야 하는 간문맥이 혈전으로 막혀 수술이 불가능했던 간경화 환자에게 혈전 제거 시술을 시행한 후 성공적으로 간이식 수술을 완료했다고 2일 밝혔다. 이는 전 세계 최초 사례로 기록됐다.
정민수 씨(47)는 약물 치료가 불가능할 정도로 간이 딱딱하게 굳은 간경변증을 앓고 있었다. 간경변증은 간세포 염증이 생겨 정상 세포가 파괴되는 증세가 반복하면서 발생한다. 정상 간의 상태로 회복될 수 없어 간을 이식받는 것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정 씨는 이식을 위해 세브란스병원을 찾았지만, 처음에는 간이식 불가 판정을 받았다. 간을 이식할 때 이식 간의 간문맥을 수혜자의 간문맥과 서로 연결해야 하는데, 정 씨의 경우 간문맥이 혈전으로 막혀 있었다.
이재근 이식외과 교수는 한기창 인터벤션 영상의학과 교수와 협력하여 TIPS(경경정맥 간내 문맥정맥 단락술) 시술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TIPS는 간문맥에 금속 망 튜브인 스텐트를 넣어 터널을 만들고 막힌 혈관을 개통하는 시술이다. 한 교수는 3시간에 걸쳐 간문맥과 상장간막정맥의 혈전을 모두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이어 이재근 교수는 정 씨의 간문맥을 이식 간의 간문맥과 연결해 이식 수술을 완료했다. 비대해진 비장도 수술 중에 함께 제거했다.
지금까지 혈전 제거 시술 이후 생체 간이식을 연이어 성공한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없었다. 이는 스텐트를 삽입한 상태의 간문맥을 이식 간의 간문맥과 연결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매우 정교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 씨의 경우 간문맥뿐만 아니라 상장간막정맥의 혈전도 제거해야 했고, 비장까지 제거하는 등 수술의 난이도가 매우 높았다.
이 교수는 “간문맥과 상장간막정맥이 혈전으로 막힌 경우 이식을 진행하지 못하고 사망하는 환자가 많았다”며 “영상의학과와의 협력을 통한 TIPS 시술 진행으로 간이식 기회를 더욱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 간이식팀은 다낭성 간질환 환자 수술, 진행성 간암 환자의 간이식 수술 등 난도가 높은 수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간이식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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