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美 대학, 反이스라엘 시위로 1천명 이상 체포.. 중동·유럽으로 확산

[이슈] 美 대학, 反이스라엘 시위로 1천명 이상 체포.. 중동·유럽으로 확산

폴리뉴스 2024-05-02 12:27:34 신고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시작된 반(反) 이스라엘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체포된 인원이 1천명을 넘어섰다 [사진=EPA=연합뉴스]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시작된 반(反) 이스라엘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체포된 인원이 1천명을 넘어섰다 [사진=EPA=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시작된 반(反) 이스라엘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체포된 인원이 1천명을 넘어섰다.

1960년대 말 베트남 전쟁 종전을 요구하며 미국 대학가에서 들불처럼 일어났던 반전 시위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무력 충돌을 계기로 2024년에 재현되는 양상이다. 특히, 미국에서 시작된 반전 시위는 유럽과 중동 등 다른 국가 대학에서도 이어지며 전 세계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 정치권에서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이번 대학생들의 시위가 바이든의 재선 가도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컬럼비아대에 경찰 병력이 진입해 교내 건물을 점거한 시위대를 강경 진압한 것이 56년 전인 1968년 같은 날 베트남전 반대 농성 학생들을 강제로 진압한 날과 같다는 점도 바이든 캠프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베트남 전쟁 반대 시위 상징 컬럼비아대.. 18일부터 점거 농성

30일 경찰 캠퍼스에 투입 109명 체포.. 1일 미 전역으로 확산

1일(이하 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LA타임스, AP통신 보도를 종합하면 컬럼비아대가 위치한 동부의 뉴욕에서부터 서부의 로스앤젤레스(LA)까지 최소 32개 캠퍼스가 참여한 가운데 가자전쟁 반대 시위가 번져 나가고 있다.

특히, 미국 컬럼비아대와 뉴욕시립대에는 전날밤 경찰이 진입해 시위자들을 체포하며 강제해산에 나섰다.

경찰은 컬럼비아대 해밀턴홀을 비롯해 야영 캠프 주변에서 밤샘 농성을 펼치던 109명을 체포했다. 이들에게는 재물손괴와 무단침입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56년 전인 1968년 베트남전 반대 농성 학생들을 강제로 진압한 날과 같은 날이었다.

해밀턴홀은 1968년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대의 본거지 역할을 했던 컬럼비아대 학생 시위의 상징 같은 건물이다. 또, 컬럼비아대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배경으로 무기 제조와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기업들의 후원을 거부할 것을 요구하는 첫 번째 반전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체포된 학생들은 지난 18일부터 학교 잔디밭에 텐트를 치고 "이스라엘은 학살을 중단하라"고 외치며 점거 농성을 진행 중이었다.

네마트 샤피크 총장 컬럼비아대 총장은 학생들이 텐트 농성에 들어가기 전날 하원에 나가 "반유대주의는 우리 학교에 발을 붙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캠퍼스 내 반유대주의를 방치하지 말라는 의회 압박에 샤피크 총장은 즉각 경찰을 불렀고, 100여명이 연행되면서 학생들의 저항은 들불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이후 컬럼비아대가 있는 미국 동부뿐만 아니라 중부, 서부 지역에 위치한 대학 등 사실상 전역으로 확산된 상태다. 미 당국에 따르면 반전 시위와 관련한 움직임이 있는 대학 캠퍼스는 최소 32곳으로 확인된다.

다른 대학에서도 경찰이 시위에 참가한 학생들을 체포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뉴욕시립대에서는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173명이 경찰에 체포된 것으로 나타났다.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에서 텐트 농성을 시도하던 시위대 40여명이 경찰에 체포됐으며, 중부 매디슨에 있는 위스콘신대에서도 경찰이 진입해 교내에서 텐트 농성을 벌이던 학생 30여 명을 체포했다고 AP는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금까지 미국 전역의 대학 캠퍼스에서 1천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학생 석방 요구하는 美 컬럼비아대 교수들 [사진=AFP=연합뉴스]
학생 석방 요구하는 美 컬럼비아대 교수들 [사진=AFP=연합뉴스]

경찰 시위 강경 진압 논란.. LA서는 유혈사태도.. 백악관 "소수가 혼란 유발"

이번 컬럼비아대 시위 진압 과정에서 경찰은 섬광탄과 망치 등을 동원해 강경 진압 논란이 커지고 있다.

뉴욕경찰은 컬럼비아대 해밀턴홀을 점거하고 있던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사다리차를 이용해 학생들이 점거한 2층 창문을 깨부순 뒤 건물에 진입, 학생들을 연행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섬광탄과 망치 등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경찰 관계자가 엑스(X·옛 트위터)에 공개한 현장 영상에는 경찰관들이 잠긴 문을 망치로 부수고 진입한 뒤 사무실 안을 수색하는 모습 등이 담겨 있다.

애리조나대는 이날 새벽 학내 경찰이 캠퍼스내 '불법 집회'에 대응하기 위해 '화학적 자극 물질'을 터뜨렸다고 밝혔다.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에서는 텐트 농성을 시도하던 시위대 체포 과정에서 후추 스프레이 등이 동원되기도 했다.

LA에서는 시위대간 충돌로 유혈사태도 벌어졌다.

LA타임스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는 1일 0시께부터 친이스라엘계 시위대가 친팔레스타인계 반전 시위 캠프에 난입해 바리케이드 철거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양측은 서로 밀치고, 발길질하고, 상대방에 둔기를 휘두르는 등 약 2시간 동안 폭력 충돌사태까지 빚었다. 상황이 격화하면서 부상자도 속출했다. LA타임스는 현재 취재진이 피를 흘리는 등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을 여럿 목격했다고 보도했다.

헬멧과 시위진압 장비를 착용한 경찰이 시위대를 천천히 분리하면서 폭력 사태는 진압됐으나 학교 도서관과 로이스홀 등은 일시 폐쇄됐고, 캠퍼스에는 경찰(LAPD) 대기조가 배치됐다.

학생들의 시위에 대해 찬반 여론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뉴욕시 당국과 학교 당국자들은 "외부 선동자들이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그들(시위 주동자)은 우리 도시를 혼란에 빠뜨리려고 시도하고 있다"며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컬럼비아대 교수들은 체포된 학생들의 석방을 촉구하고, 캠퍼스 내 경찰력 배치를 비판하기 위해 거리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미 백악관은 "소수의 학생이 이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평화적 시위는 최대한 보장하지만 폭력 시위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1일 브리핑에서 "미국인들은 법 안에서 평화적으로 시위할 권리를 가진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뉴욕 대학 내 경찰 배치'에 대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 여부 질의에 "캠퍼스 건물을 점거한 사람들은 평화적 시위를 할 권리 권한을 넘어섰다"며 "건물을 강제로 점거하는 건 평화적이지 않다"고 답했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 넘어 유럽, 캐나다, 호주, 중동 등 50여개 대학으로 확산

이번 미국 대학의 반전 시위는 유럽과 캐나다, 호주 등의 50여개 대학 캠퍼스로 번지고 있다.

프랑스 명문 정치대학 시앙스포 파리 캠퍼스에서는 팔레스타인 위원회 소속 학생들이 건물 점거 농성을 벌이고 수백명이 동조 시위에 나섰으며,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도 학생 수십명이 캠퍼스에 텐트를 치고 농성에 들어갔다.

영국에서는 리즈대와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워릭대 캠퍼스에서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또, 이탈리아 사피엔자대와 호주 시드니대, 캐나다의 일부 대학에서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쿠웨이트와 레바논, 이집트 등 중동 각국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행정수도 라말라 등지의 대학들에서도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튀니지 대학생들은 일주일간 수업중단을 선언한 채 전국 각지에서 거리를 행진하며 반전 구호를 외쳤다. 시위에 참여한 현지 대학생들은 6개월 넘게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초토화한 전쟁을 끝내라고 촉구하면서 학교 측에 이스라엘 유관 기업과 관계 단절을 요구했다.

이날 쿠웨이트대학 캠퍼스에는 '쿠웨이트대 학생들이 컬럼비아대 학생들에게 : 우리는 그대들과 함께한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리기도 했다.

텐트 시위대 [사진=AP=연합뉴스]
텐트 시위대 [사진=AP=연합뉴스]

공화당 "주방위군 투입해야" 민주당은 찬반 의견 엇갈려.. 바이든 재선 가도 악재?

미국 내 반전 시위가 확산되면서 정치권도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공화당은 반(反)유대주의를 이유로 주방위군 투입 필요성을 거론하고 있다.

친 트럼프 성향인 공화당 소속의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지난달 24일 컬럼비아대를 방문, 네마트 샤피크 컬럼비아대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시위가 빨리 진압되지 않을 경우 주 방위군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모습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민주당 존 페터먼 상원의원(펜실베이니아)은 "시위는 위대한 미국의 가치지만, 하마스를 위해 소형 텐트에서 사는 것이 정말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모든 시위에 반유대주의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페터먼 상원의원은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나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에서는 이스라엘을 지원하면서 당내 친팔레스타인 목소리에는 선을 긋고 있다.

반면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은 지난달 28일 미국공영라디오 NPR에서 "페터먼 의원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시위에 반유대주의가 있지만, 여론조사를 보면 시위하는 압도적 다수는 우파 극단주의적 이스라엘 정부의 전쟁 기계에 (미국이) 자금을 지원하는 것에 지쳤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코네티컷)도 같은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캠퍼스 내 (시위) 학생의 95%는 이스라엘이 근본적인 불의를 행하고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있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그들의 평화적 시위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대학생들의 시위가 바이든의 재선 가도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NYT는 이번 시위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두 가지 정치적 위험을 안겨준다고 분석했다.

핵심 유권자인 젊은 층에서 민주당 강경파와의 불화를 키우고, 국내외 혼란을 주도하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닌 바이든 대통령이라는 공화당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중도 성향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백악관이 정답이 없는 시험을 앞두고 있다"며 어떤 선택을 하든 정치적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젊은 층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도는 급락했다.

최근 발표된 하버드 청소년 여론조사를 보면 30세 이하 유권자들에게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45%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8%포인트 높다. 2020년 대선 전 같은 시기 같은 집단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23%포인트 차이를 보였던 것에 비하면 격차가 크게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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