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과 정상회담한 앙골라 대통령, '앙골라의 노태우 혹은 DJ?'

尹과 정상회담한 앙골라 대통령, '앙골라의 노태우 혹은 DJ?'

프레시안 2024-04-30 22:05:0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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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30일 방한한 주앙 로렌수 앙골라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실질 협력 증진 방안과 지역·국제정세 의견을 교환했다. 전통적인 친(親)러시아·친중 국가였던 앙골라가 최근 미국과 정상회담을 가지며 외교 노선 전환을 꾀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가치 외교'를 내세운 윤석열 정부와 23년 만에 방한 정상회담이 이뤄진 점이 눈길을 끈다. 앙골라는 산유국으로 자원 부국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앙골라 정상회담에서 "탁월한 리더십과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앙골라의 발전과 아프리카의 안정을 이끌고 있는 로렌수 대통령을 직접 만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2001년 이후 23년 만의 앙골라 대통령의 방한이라는 점에서 더욱 각별하다"며 "한국과 앙골라는 1992년 수교 이래 우호 협력 관계를 지속 발전시켜 왔다"고 양국관계의 전사를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1995년 한국은 유엔 평화유지단의 일원으로 공병대를 파견해 앙골라의 재건을 지원한 바 있고, 그간 한국 기업들은 앙골라의 주요 시설 건설에 참여하고 한국 조선소에서 제작한 선박들이 앙골라의 석유산업에 기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앙골라의 역점 사업인 신재생에너지에 이르기까지 양국의 협력 관계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앙골라는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젊은 인구의 비중이 높고, 한국은 우수한 기술력과 경제 발전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며 향후 양국관계에서 협력이 강화되기를 바란다고 말했고, 로렌수 대통령은 " 대한민국은 짧은 시간 동안에 많은 발전(을 이룬),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배워나갈 생각"이라고 화답했다.

금번 방한한 앙골라의 로렌수 대통령은 지난 2017년 처음 대통령으로 당선돼 임기를 수행했으며, 지난 2022년 재선됐다. 앙골라 대통령 임기는 5년이며, 재선만 허용된다. 그러나 이는 지난 2010년 개정한 헌법에 따른 것으로, 개헌 당시 현직 대통령이던 호세 에두아르두 도스산토스는 연임제한 소급적용을 받지 않는 것으로 규정돼 개헌 이후인 2012년 대통령으로 재선출, 1979년 첫 대통령 선출 이후 무려 38년간 대통령직을 수행했다.

로렌수 대통령은 장기 집권한 도스산토스 정부에서 국방부 장관을 지내는 등 집권 여당 앙골라인민해방운동(MPLA)의 일원이었으며, 2017년 대선과 2022년 재선 모두 MPLA 소속으로 치렀다. 도스산토스 전 대통령과 로렌수 대통령은 모두 군인 출신으로, 앙골라를 식민지배한 포르투갈에 대해 무장투쟁을 벌인 공산·좌익계열 반군에서 활동했다. 두 사람 모두 냉전 시기 소련 유학 이력이 있다.

군인 독재자의 공식 후계자이며, 집권여당 출신 대선후보로 나서 MPLA의 집권을 연장시켰다는 점에 주목하면 도스산토스-로렌수 행정부의 관계는 한국의 전두환-노태우 정부 관계와 유사한 점이 있다. 그러나 1975년 포르투갈 식민지배로부터 독립한 이후, 2002년까지 이어진 내전 기간을 포함해 38년간 지속된 1인 독재를 선거를 통해 끝내 국제사회로부터 민주주의 진전이라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는 점에서 로렌수의 집권은 일면 국내외적으로 '정권교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실제로 도스산토스-로렌수 두 행정부의 노선이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로렌수 대통령은 집권 이후 일종의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이전 정부의 부패 문제 척결에 정치적 노력을 경주했다.

외교 노선에서도 냉전 시기인 1979년 집권한 도스산토스 정부는 친소 노선이 명확했다. 소련 붕괴 이후 외교관계를 넓혔고 한국과의 수교도 이때(1992년) 이뤄졌지만 냉전 이후에도 역시나 기본적으로는 친러-친중 성향이었다. 그러나 2017년 집권한 로렌수 행정부는 미국과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로렌수 대통령은 지난해 12월초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고, 당시 미 <AP> 통신은 이 회담에 대해 "앙골라가 로렌수 대통령 임기 들어 중국·러시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미국의 전략적 파트너로 자리를 옮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AP>는 로렌수 정부를 위해 일하는 로비스트가 바이든 대통령 측근에게 보낸 메모를 입수해 공개했는데, 이에 따르면 앙골라 측 로비스트는 "다른 남아프리카 국가들이 중국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있는 반면, 로렌수 대통령은 중·러와의 역사적 관계에서 탈피해(shedding) 미국과의 새로운 전략적 파트너십을 선호하고 있으며 이는 앙골라 외교정책의 근본적 변화"라고 했다.

그러나 로렌수 대통령은 바이든과의 정상회담 후 3개월 만인 올해 3월에는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중국과의 관계를 '전면적 전략협력 동반자'로 격상시켰다. 흡사 미중 간에서 줄타기 외교를 하는 모양새로, 이번 방한이 이뤄진 것은 이같은 미묘한 시점에서다.

로렌수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많은 분쟁들에 있어서 국제 공조를 통해 함께 해결해 나가는 것이 마땅하다"며 "얼마 전에 있었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도 함께 완화하고 해결할 수 있길 희망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앙골라는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서해안에 위치한 나라로, 인구 약 3800만 명에 1인당 GDP는 3000달러(2022년) 정도다. 석유·다이아몬드·코발트 등 광물자원 부국이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제2의 산유국이며 지난해 11월 OPEC를 탈퇴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앙골라 확대 정상회담에서 주앙 로렌수 앙골라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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