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밸류업과 행동주의⑧] 행주펀 받아들인 태광산업...“ROE개선 시급”

[K-밸류업과 행동주의⑧] 행주펀 받아들인 태광산업...“ROE개선 시급”

데일리임팩트 2024-04-29 14:06:47 신고

29일 서울 중구 굿모닝시티 빌딩에서 진행된 태광산업 제63기 정기 주주총회에 트러스톤자산운용 관계자들이 입장하고 있다. / 사진=최태호 기자
29일 서울 중구 굿모닝시티 빌딩에서 진행된 태광산업 제63기 정기 주주총회에 트러스톤자산운용 관계자들이 입장하고 있다. / 사진=최태호 기자

[데일리임팩트 최태호 기자] "더 이상 주주들의 목소리를 무시하면 안 된다는 대주주 및 경영진의 판단”

안효섭 한국 ESG연구소 본부장은 지난 8일 데일리임팩트 주최로 개최한 행동주의펀드 포럼에서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주주제안 후보가 태광산업 주주총회에서 모두 선임된 것을 두고 이같이 평가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태광산업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제안한 사내외이사 후보 3명이 모두 선임됐다. 앞서 트러스톤운용은 사내이사로 정안식 태광산업 영업본부장을, 사외이사로 안효성 회계회계법인 세종 상무이사와 김우진 서울대 교수를 추천했다.

이성원 트러스톤 ESG운용부문 대표는 당시 주총이 끝난 후 “우리의 주주제안을 회사가 전격 수용한 것은 회사와 대주주가 우리의 진심을 믿어준 결과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트러스톤은 지난해말 기준 태광산업 지분 5.85%를 보유하고 있는 2대 주주지만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과 그 특수관계인 지분인 54.53%에 비해 턱없이 낮았다. 표대결이 벌어질 경우 분리선임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건(김우진 서울대 교수)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올해 트러스톤이 제안한 이사회 후보가 모두 선임되며 태광산업이 행동주의펀드 제안을 전격 수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해 배당금 확대, 자사주 획득안 등의 주주제안이 모두 부결되고,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시도는 이사회에 막힌 것과 다른 온도차를 보인 것.

특히 당시 태광산업의 지배구조와 의사결정과정을 비판해 온 김 교수가 사외이사로 선임돼 눈길을 끌었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김 교수 선임 배경에 대해 “회사에 대한 주주들의 쇄신 요구에 대주주도 상당 부분 공감한 결과”라며 “이사회 중심 경영을 추진하고 주주와의 소통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대화로 이끈 행동주의

포럼에 참석한 연사들도 트러스톤의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데일리임팩트에서 8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1층 EC룸에서 ‘행동주의와 그 적들 시즌2’라는 주제로 자유 토론회를 개최했다. (김우진 서울대 교수) 사진. 김민영기자
데일리임팩트에서 8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1층 EC룸에서 ‘행동주의와 그 적들 시즌2’라는 주제로 자유 토론회를 개최했다. (김우진 서울대 교수) 사진. 김민영기자

태광산업 사외이사로 선임된 김 교수는 “행동주의펀드는 사측과 대립하는 세력으로 인식돼 왔다”며 “그러나 이제 대화의 상대방으로 인식이 바뀌었다는 점에서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안 본부장도 “지배구조 전문가인 김 교수가 사외사로 선임된 만큼 적극적인 성과를 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영진과 행동주의펀드의 소통도 강조됐다.

김형균 차파트너스운용 본부장은 “주주가치 제고의 중요성을 모르다 행동주의펀드들과의 대화로 알아가는 경영진들도 적지 않다”며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이익을 일치시킬 방법을 찾고 지속적인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목대균 KCGI운용 운용부문 대표도 “행동주의펀드의 역할은 대화하기 수월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에 있다”며 “대립하기 보다는 사업구조를 어떻게 더 좋게 개선할 수 있을지와 같은 고민을 경영진과 나누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2년 연속 적자...“ROE 개선 시급”

포럼에 참여한 연사들은 한층 다양해진 이사회를 환영하면서도 동시에 태광산업이 사업구조 개편에 힘써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김 교수는 “빚이 없고 잠재력이 분명 좋은 회사인 건 분명하다”면서도 “주 사업인 석유화학 분야가 중국의 공세 등으로 실적이 악화되고 있어 사업 포트폴리오를 새로 짜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연결포괄손익계산서 기준 2022년에 이어 2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일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도 0.13배다. PBR은 현재 주가를 주당 순자산가치로 나눈 개념으로 PBR 1이하인 기업은 자산가치보다 주가가 저평가 됐음을 의미한다.

다만 태광산업은 당장에 주주환원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향후 회사의 재원은 단기적인 주주환원 정책보단 장기적인 투자재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포럼에서도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선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이 시급하다는 조언이 나왔다.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태광산업의 ROE는 –0.36%다.

목 대표는 “대체로 주주환원에 포커스가 가있지만 어떻게 하면 ROE를 개선할지도 중요한 문제”라며 “많은 국내 기업들이 대외한경으로 ROE 향상에 어려움을 겪는 만큼 사업구조를 바꿔 지속적인 ROE 개선에 힘써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성회용 대표가 주주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최태호 기자
성회용 대표가 주주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최태호 기자

앞서 올해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됐던 성회용 태광산업 대표는 주주총회가 끝나고 “석유화학과 섬유가 침체기인 상황에서 한번에 산업구조를 바꿀 수는 없지만 반도체, 2차전지 등 차세대 먹거리와의 연결고리를 찾아갈 것”이라며 “소액주주의 의견을 한번에 수용하긴 어렵지만 적자 개선 등 산적한 과제부터 하나씩 풀어나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향후 짚어볼 포인트는?

안 본부장은 태광산업이 주주제안을 받아들인 걸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한편 여전히 이사회 다수가 사측 인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안 본부장은 “기존 경영진 측 인사가 4명, 새롭게 선임된 이사가 3명으로 여전히 과반은 사측 인물”이라며 “준법 수준 등 거버넌스 측면에서도 여전히 많은 밸류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ESG(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 위원회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태광산업은 지난해 이산회 산하 기구로 ESG 위원회를 설치했다. 올해 정기 주총 이후에는 곧장 이사회에서 ESG 위원회 위원으로 선임해 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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