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골목에서 발견한 궁극의 럭셔리

뒷골목에서 발견한 궁극의 럭셔리

엘르 2024-04-26 00:00:01 신고

긴자에는 유혹하는 건물이 많다. 독창적인 파사드, 1층의 널찍한 통창, 그 너머로 보이는 화려한 인테리어와 빛나는 명품들. 보기만 해도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그곳에 비하면 ‘도쿄 에디션 긴자’의 출입구는 꽤 소박했다. 하지만 문을 열고 반투명 커튼을 젖히는 순간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온통 금색으로 뒤덮인 미니바, 포근한 느낌의 아이보리 암체어, 얕게 깔린 묵직한 업비트 사운드까지. 짙은 색의 호두나무로 마감된 높은 벽을 흰 계단이 과감히 가로지르고, 리셉션 데스크 뒤로는 20세기 초 일본 전통 병풍이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미니멀과 맥시멀, 모던과 클래식, 서양과 동양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절제미학. 부티크 호텔 창시자이자 에디션 호텔 설립자 이언 슈레거와 세계적 건축가 구마 겐고의 합작품다웠다.

일본 유일의 펀치 칵테일 바가 있는 2층 펀치룸.

일본 유일의 펀치 칵테일 바가 있는 2층 펀치룸.

지난 3월, 긴자에 상륙한 에디션 호텔이 본격적으로 문을 열었다는 소식에 도쿄로 향했다. 도쿄 에디션 긴자는 아시아에서 다섯 번째, 일본에서는 두 번째 에디션 호텔이다. 첫 번째인 도라노몬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압도적 장점은 입지다. 에디션 긴자는 긴자 역에서 도보 5분 거리, 주오도리 바로 뒤쪽 블록에 자리 잡고 있는데, 구마 겐고는 이 골목을 긴자의 본질로 생각했다. 에도시대부터 형성된 긴자 거리에는 과거와 현재, 전통과 혁신이 공존하고 있다. 수십 년에서 100년의 역사를 웃도는 작은 가게들이 곳곳에 건재하고, 1899년부터 자리를 지켜온 가부키자(가부키 공연장)가 여전히 성행하는 것이 긴자의 또 다른 모습이다. 재건축한 가부키자 역시 구마의 작품인데, 오래된 극장의 외관은 유지하되 고층 빌딩을 뒤로 올린 점에서 특유의 ‘약한 건축’ 철학이 여실히 드러난다.

직조’에서 영감받은 도쿄 에디션 긴자의 외관.

직조’에서 영감받은 도쿄 에디션 긴자의 외관.

짙은 색의 호두나무와 크림색의 가구가 어우러져 전통적이면서도 미니멀한 객실 내부.

짙은 색의 호두나무와 크림색의 가구가 어우러져 전통적이면서도 미니멀한 객실 내부.

로비 계단.

로비 계단.

에디션 긴자의 디자인 역시 지역에 대한 존중이 바탕이 됐다. 세 가지 색의 알루미늄 각대를 교차시켜 구현한 파사드는 전통과 현대, 문화와 예술을 씨실과 날실처럼 엮으려는 의도다. 객실은 넓고 풍요로웠다. 긴자 한가운데서 이렇게 넉넉한 공간을 누릴 수 있다니! 별도 거실이 있는 스위트룸부터 41m2 크기의 스탠더드 룸까지 객실은 총 86개인데, 스탠더드 룸은 긴자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이른 저녁, 일본 전통 가옥과 런던의 비밀스러운 사교 클럽 분위기가 기묘하게 섞인 2층 ‘펀치룸’에서 사케와 료쿠차, 향신료 등 일본 특유의 감각을 더한 펀치를 원 없이 들이켰다. 그리고 루프톱에 있는 긴자 최초의 내추럴 와인 바에서 산뜻하게 마무리. 이튿날 숙취는? 아침 햇살이 깊게 드는 14층 레스토랑 ‘소피’에 앉아 인근 농장에서 조달한 제철 재료로 만든 조식을 즐기는 것으로도 충분했다. 조금 쌀쌀하지만 그래서 더 낭만적인 이른 봄, 한적한 긴자 골목에서 발견한 건 궁극의 로컬이자 궁극의 럭셔리였다.

아침 햇살이 깊게 드는 14층 소피의 전경.

아침 햇살이 깊게 드는 14층 소피의 전경.

인근 농장에서 공수한 식재료를 활용한 일본식 아침.

인근 농장에서 공수한 식재료를 활용한 일본식 아침.

도쿄 특유의 감성이 가미된 특별한 펀치.

도쿄 특유의 감성이 가미된 특별한 펀치.

20년 넘게 시부야의 뒷골목을 지킨 ‘나루키요 이자카야’부터 그야말로 ‘사친자(사케에 미친 자)’인 주인장이 만든 바 ‘트웰브(Twelv)’, 쓰키지 수산시장 한적한 골목에 자리한 궁극의 스시 맛집 ‘스시 이와’, 현지인도 줄 서는 130년 전통의 모나카 가게 ‘쿠야’까지. 수많은 선이 교차해 깊이를 만들어낸 에디션 긴자의 외관처럼 이곳에서의 3일은 그간 다녀온 어떤 일본 여행보다 입체적이고 다이내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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