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라의 Play the Stage] 34.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

[박보라의 Play the Stage] 34.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

뉴스컬처 2024-04-25 15:09:37 신고

[뉴스컬처 박보라 칼럼니스트] 거짓말이 위로가 될 수 있다?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이라면 가능하다. 불안장애를 앓고 있는 주인공 에반이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우리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모든 일에 자신 없는 에반은 불안 장애를 앓고 있는 고등학생이다. 나무에서 떨어져 다쳐 깁스를 했지만 누구도 장난 섞인 낙서 하나마저 그려주지 않는다. 개학을 맞이한 그는 상담 선생님이 내준 숙제로 자신에게 편지를 쓰게 된다. 나에게 쓰는 편지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지만, 어렵게 써 내려간 글에는 좋아하는 여학생 조이의 이야기도 살짝 담아냈다. 문제는 에반 자신에게 쓴 편지가 동급생 코너에게 들키면서 시작된다. 우연히 자신의 여동생 조이의 이름이 적혀있는 편지를 본 코너는 에반에게 화를 내며 그의 편지를 가지고 가버린다. 그리고 며칠 뒤 코너의 자살 소식이 전해진다.

공연모습_박강현(홍서영윤석원한유란조용휘). 사진=에스앤코
공연모습_박강현(홍서영윤석원한유란조용휘). 사진=에스앤코

코너의 부모님은 코너가 가지고 있던 편지를 아들이 쓴 유서라고 여기고 에반을 찾아 두 사람의 추억을 들려달라 말한다. 차마 사실을 말하지 못했던 에반은 거짓말로 코너와 자신이 '비밀 친구'였으며,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들을 잃은 부모님을 외면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건넸던 거짓말은 계속해서 커진다. 에반의 상상 속에서 탄생한 코너와의 추억은 학교는 물론 SNS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퍼진다. 시간이 지나면서 에반의 불안 장애는 점차 사그라지고, 심지어는 홀로 짝사랑하던 조이와도 풋풋한 연애를 시작할 정도다. 에반은 부풀려진 거짓말 속에서 '아싸'를 탈출하고 '인싸'가 된다.

그러나 이 세상에 완벽한 비밀은 존재하지 않듯, 위태로웠던 에반의 거짓말은 들통난다. 이혼한 후로 자신을 찾지 않던 아빠와 늘 바쁜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주던 코너의 부모님, 자신을 위해서 모든 노력을 마다하지 않았던 엄마, 좋아했던 여자친구 조이까지 에반에게 실망하고 상처받는다. 그러나 이들은 그를 비난하며 책임을 묻기보다는 그저 멀리서 에반을 지켜봐 준다. 그들도 에반의 거짓말의 시작인 외로움을 알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디어 에반 핸슨'은 화려한 쇼나 폭발적인 스토리가 아닌 위로와 공감으로 잔잔하게 관객을 몰입시킨다. 세상에 우두커니 버려진 외로움을 치유하기 위해 꾸며낸 이야기에 설득력을 더했고, 빠르게 주목받고 사라지는 SNS의 특성이 보이며 에반의 감정에 힘을 싣는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거짓말을 만들어 낸 에반의 행동이 이해할 수 없거나 밉지 않은 것은, 거짓말 속에서 피어난 에반의 꿈과 행복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자신의 곁에 있기를, 함께 울고 웃어주기를 간절히 바란 소년의 이야기가 거짓일지라도 행복하게 피어나는 순간 우리는 기꺼이 에반에게 따스한 손을 내밀고 싶어진다.

결국 에반의 거짓말은 서로를 이해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이 되었다. 모두에게 상처를 남긴 에반도, 늘 바빴던 에반의 엄마도, 서로를 할퀴었던 코너의 부모님도, 오빠를 이해할 수 없었던 조이도 결국 아프지만 한 뼘 더 성장하게 됐다. 이런 에반의 이야기를 보며 비로소 작품 속 "이 모든 일이 아주 오래된 일처럼 작게 느껴질 거야"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여기에 함께 있을게"라는 메시지에 큰 울림을 얻는다.

공연모습_박강현 염희진. 사진=에스앤코
공연모습_박강현 염희진. 사진=에스앤코
공연모습_박강현. 사진=에스앤코
공연모습_박강현. 사진=에스앤코

서정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멜로디의 음악은 '디어 에반 핸슨'의 매력이다. ‘라라랜드’, ‘위대한 쇼맨’, ‘알라딘’ 등 인기 영화 음악 창작자로 유명한 작곡가 파섹과 폴이 참여했으며, 작품은 그래미어워즈 최우수 뮤지컬 앨범상을 수상하며 인정을 받았다. SNS를 통해 에반과 코너의 사연이 퍼지는 과정을 감각적으로 표현한 무대도 신선하다.

동명의 영화 개봉 당시 한국어판 주제가를 부른 박강현을 필두로 김성규, 임규형이 에반 역에 이름을 올렸다. 김선영, 신영숙, 윤승우, 임지섭, 강지혜, 홍서영, 장현성, 윤석원, 안시하, 한유란이 출연하며, 6월 23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뉴스컬처 박보라 newsculture@knewscor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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