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생호의 취향이 집약된 공예 숍

장생호의 취향이 집약된 공예 숍

엘르 2024-04-23 00:00:01 신고

조선시대 문서함과 은성민 작가의 향로.

조선시대 문서함과 은성민 작가의 향로.

공 예 장 생 호
‘공예장생호’는 어머님이 운영하는 ‘고미술 장생호’에서 가져온 이름이라죠. 고미술품과 현대 공예품을 함께 소개하고 있어요
‘장생호’는 십장생이 그려진 항아리라는 뜻이에요. 초정 김상옥 시인이 지어준 이름이죠. 부모님 가게는 여기서 멀지 않은 인사동 초입에 있고, 주로 골동품을 다뤄요. 저는 도자를 전공하고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공예 관련 일하다 2017년 ‘공예장생호’를 오픈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작품으로만 채워진 공간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현태주 작가의 백자.

현태주 작가의 백자.

전통적 분위기의 기물을 모던하면서도 간결한 배경이 뒷받침해 주고 있어요
저희 공간은 갤러리나 숍에 비해 규모도 작고 작품 수도 많지 않아요. 한꺼번에 많이 보여주기보다 진심을 담아 소개할 수 있는 작품만 가져다 놓았어요. 무엇보다 공예품만 돋보였으면 했어요. 한 장소에 너무 많은 게 있으면 손님 입장에서 오히려 선택이 어렵고, 운영도 쉽지 않다는 이유도 있고요. 사람이든 기물이든 공간이든 어느 정도 힘이 빠진 게 좋아요. 너무 기운이 넘치는 건 그다지 매력적인 것 같지 않아요.


흰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놓인 작품은 해인요 백자.

흰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놓인 작품은 해인요 백자.

숍은 운영자의 취향이 집약된 곳이죠. 어떤 아름다움을 선호하나요
화려하기보다 소박한 멋이 있고,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공예품을 좋아해요. 또 다른 기준은 한국적 면모예요. 현대 공예 작가들의 작품 중엔 한국 도자 역사가 스며들어 있어요. 고려청자와 조선백자가 다르듯 시대별 미감은 상당히 다르지만, 작품을 보면 과거 어느 시기의 아름다움이 반짝일 때가 있어요. 그런 순간을 선사하는 작품이 제겐 크게 다가와요. 긴 시간을 통과한 아름다움에 공감하는 또 다른 이가 있다고 생각하면 괜스레 반갑기도 하죠.


오선주 · 오수 작가의 오브제 ‘영원한 초록’.

오선주 · 오수 작가의 오브제 ‘영원한 초록’.

현태주 작가의 높은 굽 접시.

현태주 작가의 높은 굽 접시.

최근 당신에게 설렘을 안겨준 작가는
은성민 작가. 어려서부터 전통 가마를 사용하는 도제식 교육을 받았는데, 생각이나 표현은 무척 자유로운 편이에요. 전통에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동시에 컨템퍼러리함을 추구하죠. 엄격함 속에 자유분방함이 꿈틀대고 있달까요. 은성민 작가는 작업실 주변에서 구한 다양한 흙으로 분청 작업을 하는데, 그 안에 섞인 불순물이 가마 속에서 타오르며 독특한 무늬를 만들어내요. 의도된 듯 의도되지 않은 결함이자 아름다움이죠. 불규칙해 보이는 형태 역시 엄격한 규칙을 따른 결과예요. 작가 안에 내재된 충돌이나 모순이 작품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게 흥미로워요.


주병과 다관, 숙우, 찻잔을 모아둔 테이블. 모두 현태주 작가의 작품.

주병과 다관, 숙우, 찻잔을 모아둔 테이블. 모두 현태주 작가의 작품.

각기 다른 작가의 유리공예품으로 만들어낸 정물 풍경. 왼쪽부터 김동완 작가의 유리 화병, 김은주 작가의 유리 열매, 이승정 작가의 유리 호롱.

각기 다른 작가의 유리공예품으로 만들어낸 정물 풍경. 왼쪽부터 김동완 작가의 유리 화병, 김은주 작가의 유리 열매, 이승정 작가의 유리 호롱.

살 것도, 볼 것도 넘쳐나는 때입니다. 이러한 때에 공예 작품만이 전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면
공예는 제게 ‘쓰는 즐거움’을 줘요. 원래 차를 즐겨 마시지 않았는데, 써보고 싶은 공예품(주전자)이 생겨 조금씩 사용하다 보니 어느새 차 마시는 즐거움을 한껏 알게 됐죠. 이승정 작가의 유리 호롱도 즐겨 사용하는데, 요즘 같은 때에 호롱에 촛불 켜두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하지만 막상 불을 붙이면 어느덧 일상에 새로운 재미가 더해진 걸 체감합니다. 살아가면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지만 또 필요하다면 필요한 것이 바로 공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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