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탓만 할 수 있을까?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탓만 할 수 있을까?

평범한미디어 2024-04-22 17:21:33 신고

3줄요약

#2023년 11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이내훈의 아웃사이더] 21번째 칼럼입니다. 이내훈씨는 프리랜서 만화가이자 배달 라이더로 활동하고 있으며, 주로 비양당 제3지대 정당에서 정치 경험을 쌓은 민생당 소속 정당인입니다.

 

[평범한미디어 이내훈 칼럼니스트]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출마한 지역구 낙선자 대부분은 득표율 40%를 넘겼다. 대략 30%로 추산되는 국민의힘 지지층은 물론이고 민주당이 싫은 무당층의 표심을 받아안았다. 다만 전체 무당층의 표심에선 더불어민주당이 더 많은 표를 받았다. 국민의힘은 왜 무당층 포섭에 실패했을까?

 

얼마 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낙선자 간담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성토가 가득했다. 윤 대통령 때문에 민심이 성났다고들 한다. 그런데 정말 대통령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국민의힘이 무당층의 표심을 잡지 못한 것은 자업자득이다.

 

국민의힘 당선자들이 총선 실패의 원인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실정을 탓하고 있다. <그래픽=이내훈 칼럼니스트>

 

사실 국민의힘이 무당층을 포섭하지 못 한 가장 큰 부분이 바로 준연비제(준연동 비례대표제) 반대에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의힘 당론과 별개로 준연비제(공직선거법 개정안)는 지난 20대 국회(2016~2020년)에서 적법하게 통과되었다. 그런데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은 승자독식 선거제도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착각을 갖고 있는 탓에 법률 통과 절차를 막아섰고, 끝내 위성정당까지 만들었다. 민주당도 국민의힘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명분으로 위성정당을 만들었다. 국민의힘의 이런 입장은 21대 국회(2020~2024년)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무당층은 말 그대로 스윙보터다. 기본적으로 양당에 대한 고정적인 지지를 갖고 있지 않다. 경우에 따라 양당이 자신들을 대변하지 못 한다는 판단 하에 제3정당에 표를 주기도 한다. 그래서 지역구 승자독식 선거제도의 사표를 보정해줄 수 있는 준연비제에 호의적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오로지 자신들이 확보할 의석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여겨 강하게 반대했다. 민주당은 핑계라도 있다. 준연비제에 동의하지만, 국민의힘이 과도하게 의석을 가져가는 것을 막기 위해 준연비제를 무력화시키는 위성정당을 만드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이번 총선에서 녹색정의당과 조국혁신당의 운명을 가른 것은 진보진영과 무당층의 선호 변화가 주효했겠지만, 준연비제에 대한 입장과 태도 역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녹색정의당은 20대 국회에서 어렵게 준연비제를 통과시켜놓고도 준연비제의 취지를 희석하는 해산이 예고된 연합정당을 만들어 22대 총선에 임했다. 물론 100석 넘는 거대 양당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위성정당을 만드는 것과, 6석 정당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연합정당을 만드는 것은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은 녹색정의당이 스스로의 주장을 뒤집은 것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 아무튼 녹색정의당의 바람과 달리 유권자들은 무식하고 완고한 기득권 거대 양당에 표를 몰아줬다.

 

조국혁신당이 12석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도 윤석열 정부에 대한 견제 심리가 크게 작용했겠지만, 양당의 위성정당에 표를 주지 않고 싶은 반감 정서가 있었을 것이다. 국민들이 위성정당에 둔감해졌을 것 같지만, 여전히 위성정당이 반칙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알고 있다. 다만 대안이 없어 표를 주는 것이다. 참고로 이번 총선 무효표가 131만표로 개혁신당이 확보한 표(3.61% 102만5775표)보다 더 많다. 필자는 위성정당에 대한 반감이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무효표 규모라고 생각한다.

 

국민의힘은 비례성 후퇴와 직결되는 의원 정수를 줄여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2023년 11월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는 의원 정수 10% 감축 권고안을 의결했고,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총선에서 승리해 국회의원 수를 300명에서 250명으로 줄이는 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OECD 평균으로 봤을 때 한국 국회의원 정수는 부족한 편이다. 국회의원 1인당 17.1만명 수준인데, OECD 평균은 10.8만명이다. 소수가 엄청난 예산과 권력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현재 국회가 양당 독식 구도를 유지해가며 다원화된 국민 의사를 반영하지 못 하고 있다는 것은 모든 정치학자들이 인정하는 중론이다. 그런데 의원 정수를 감축하자니? 그야말로 정치 혐오 정서에 기댄 포퓰리즘적 접근에 불과하다. 통상 여론조사를 해보면 우리 국민들은 의원 정수 증원에 반대하는 쪽이 우세하나, 비례성을 높이는 선거제도 개혁에는 압도적으로 찬성하는 의견이 많다.

 

대체적으로 국민의힘 후보들이 30%의 득표율을 확보했음에도 아주 많이 낙선한 이유는 다시 말하지만 윤석열 정부에 대한 반감 여론 때문만이 아니다.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지만 자신의 정치적 입장이 의회에 반영되길 원하는 무당층이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승자독식 선거제도 하에서는 이들의 표는 사표가 된다. 국민의힘은 몰빵론의 수혜자가 된 민주당처럼 국회 의석을 다 먹을 수 있다는 착각을 버려야 한다. 앞으로 누구보다 승자독식 선거제도의 피해자가 될 주체는 바로 국민의힘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당제의 싹을 스스로 잘라버리려는 국민의힘은 이런 지점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 하고 있다. 적어도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준위성정당”을 만들 수밖에 없는 현실을 알아달라고 했던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단 반보 더 낫다. 노골적으로 선거제도 개혁에 반대해왔던 국민의힘이 대가를 치른 셈이다. 국민의힘 낙선자 간담회에서 준연비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은 것은 씁쓸한 일이다. 4년 뒤 총선을 다시 치른다면 아마도 국민의힘은 이번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은 성적표를 또 받게 될 것이다.

 

양당 구도가 더 심화됐다고 하지만 필자는 이번 총선에서 우리 국민들은 여전히 대안정당을 찾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국민들의 선택을 받는 유력한 대안정당의 길과 그 가능성은 어느 정당에나 열려 있다. 더 말해서 입만 아픈 적대적 양당 구도로는 미래를 대비하는 데 한계가 분명하다. 그래서 원내 진입하지 못 한 정당들의 건투를 빌고 싶다. 물론 필자가 속한 민생당을 포함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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