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의대 교수들 사직 결의…병원 경영난 점점 심각
(전국종합=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의과대학 증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공의들과 직접 만나 대화할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전국 의료계에선 엇갈린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의정 갈등 해소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와 만나봐야 양측의 입장차만 확인할 것이라는 회의가 교차하고 있는 것이다.
의료 공백 사태가 두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일부 병원에선 산부인과, 소아과 등 필수 의료 분야의 진료 및 수술이 차질을 빚고 있는 등 의료 현장의 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외래 진료 단축으로 인한 환자들의 불편은 물론, 일부 병원은 사태 장기화로 인해 심각한 경영난에 내몰리고 있다.
◇ 대통령·전공의 대화 두고 반응 엇갈려
대통령이 전공의와 대화 의사를 밝힌 데 대해 경상국립대는 의대 관계자는 3일 "병원에서 교수들만으로 버티는 것은 이제 정말 한계에 다다랐다"며 "이번 대화 의지가 정치적 고려든 아니든 사태가 꼭 수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의 한 의료계 관계자는 "해결책이 어떠한 방법으로든 나와야 할 때"라며 "전공의가 돌아와야 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직접 대화하려는 시도 자체는 매우 중요하다"고 긍정적으로 봤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사는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수원 아주대 병원의 한 교수는 "지난 1일 대통령 담화는 의사들을 카르텔 집단으로 몰아가고 '2천명 의대 증원'에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는 데 그쳤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는 전공의와 대화에 나서겠다니, 윤 대통령의 진의가 명확하지 않아 혼란스럽다는 게 많은 의대 교수의 반응"이라고 말했다.
충북대학교 의대 겸직교수는 "정부는 의료계에 구체적인 방안을 제안하라고 하지만 그동안 과학적으로 접근해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는 의견을 줄곧 내왔다"며 "정치적으로 총선 전에 그림을 만들려는 것인지, 실제로 대화할 의사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전라북도의사회 관계자는 "정부에서 유연하게 대처를 한 점은 조금 변했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지난 대통령 담화에서 2천명 증원에는 변함이 없었다. 2천명을 못 박아둔다면 대화가 어려울 거란 생각이 든다"고 했다.
◇전공의·교수들 사직 결의 잇따라
의정 갈등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의료 현장은 더욱 혼란에 빠지고 있다.
충북대병원과 의대에선 교수 200여명 중 100여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제주대병원에선 10여명이 사직 의사를 밝혔고 인하대병원 교수회는 교수 66명의 사직서를 모았으나 이번 주 내로 타협안이 나올 가능성을 열어두고 실제 사직서 제출은 하지 않은 상황이다.
전공의들의 업무 복귀 또한 요원하다.
전날까지 인턴 임용 등록이 마감됐지만 대전·충남지역 대학병원에서 수련 접수를 한 인턴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대학교병원 역시 28명이 모두 등록하지 않았고, 한림대 춘천성심병원의 경우 14명이 등록을 거부했다.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관계자는 "인턴 임용자들이 없다고 해서 교수 진료에 무리가 가는 상황은 아니지만, 인턴을 마치고 레지던트로 올라가면서 병원의 일손이 되는 거라 내년부터는 인력난이 생길 수 있어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강원대병원 관계자는 "사태가 어떻게 마무리되느냐에 따라 대응책도 달라질 수 있어 상황을 지켜보고자 한다"며 "이후 인턴 임용 추가 등록 또는 특별 지침을 건의하는 방식으로 대책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외래 진료 축소 등으로 병원들 경영난
전공의 집단이탈이 장기화하면서 소아과 등 필수응급의료 분야를 중심으로 의료 공백이 빚어지고 있다.
대전성모병원 응급실은 소아과·성형외과 진료가 불가능하고 산부인과·안과 응급 수술도 어려운 상황이다.
제주대병원 교수들은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 결정에 따라 근무 시간을 법정 근로시간인 주 52시간으로 맞춰 진료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비상경영체제 3단계 중 2단계를 유지하고 있는 부산대병원은 지난 2월 20일부터 지난달 20일까지 150억원 가량의 손실액이 발생했다.
부산대병원은 수술 건수와 병상 가동률이 평상시와 비교해 40∼50%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전북대병원은 지난달 5층 1개 병동의 운영을 중단했고, 의료진 대상 무급휴가도 시행하고 있다.
전북대병원 관계자는 "병원 지출 중 인건비 비율이 상당히 높다. 진료비를 벌어서 지출하는 구조인데, 수입이 줄었으나 지출은 그대로니 병원 경영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아마 다른 병원도 모두 마찬가지 상황일 듯하다"고 말했다.
(박주영 강태현 나보배 고성식 김솔 이강일 김상연 박성제 박정헌 장지현 천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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