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원정서 8연승 도전하는 한화 이글스에 1-0 승
트레이드 영입 손호영 결승타..9말 두 차례 만루작전
과감하게 엔트리 변화 주면서 승리 발판 마련
명장의 본능일까.
김태형 감독이 지휘하는 롯데 자이언츠가 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펼쳐진 ‘2024 신한 쏠뱅크 KBO리그’ 한화전에서 9회말 두 차례나 고의4구 작전을 쓰면서 1-0 승리했다.
김태형 감독의 지략에 힘입어 어렵사리 2연패를 끊은 롯데는 시즌 2승째(6패)를 수확했다. 7회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롯데 1라운드 신인 전미르는 프로 데뷔 첫 승을 거뒀다.
주초 평일 경기에도 1만2000석(매진)이 꽉 찼다. 완벽한 분위기 속에서 8연승을 눈앞에 둔 한화를 상대로 걱정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구단 역사상 기록에 남을 만한 스타트를 한 한화와 달리 롯데는 ‘봄데 효과(?)’마저 누리지 못한 채 7경기 1승6패로 9위까지 내려앉은 상황이었다. 이번 시즌 초반에도 어렵게 추격해 동점을 만들고, 뒷심이 부족해 허무하게 무너지는 패턴이 이어졌다.
팬들 사이에서는 “명장 김태형 감독도 어쩔 수 없는 것인가”라며 탄식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결코 가벼울 수 없는 마음으로 한화전에 나선 롯데는 예상 밖 짜릿한 1-0 승리를 따냈다.
일단 롯데 선발 나균안이 잘 던졌다. 팀타율 2위(0.291)의 한화 타선을 상대로 6이닝 동안 무려 10개의 삼진을 잡았고, 4피안타 3볼넷 무실점 호투했다. 하지만 타선이 한화 선발 리카르도 산체스에 눌려 점수를 뽑지 못했다.
선발 투수들 호투와 함께 스코어는 7회까지 0-0 팽팽했는다. 0의 행진을 깬 쪽은 롯데다. 8회 빅터 레이예스 내야안타와 도루, 전준우 볼넷에 이어 폭투로 1사 1,3루 찬스를 잡은 롯데는 노진혁이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지난달 30일 트레이드로 영입한 손호영의 좌익수 방면 적시타가 터졌다. 이날 경기에서 나온 유일한 득점이다.
결승타 주인공이 된 손호영은 지난달 30일 우강훈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LG 트윈스에서 롯데로 건너왔다. 내야 수비와 공격력 강화가 시급했던 김태형 감독 요청에 따라 이뤄진 트레이드였다. 지난달 31일부터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손호영에 대해 김태형 감독은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그에 화답하듯 손호영은 어려운 경기에서 귀한 타점을 하나 올렸다.
트레이드로 즉효를 본 김태형 감독은 9회말 1점 앞선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고의4구 작전을 연달아 펼쳐보였다. 마무리 김원중이 선두 타자 하주석에게 볼넷을 내주고 대타 최인호에게 2루타를 얻어맞아 무사 2,3루 위기에 놓였다.
이때 김태형 감독은 9번 타자 이재원을 고의4구로 내보내는 만루 작전을 구사했다. 결과는 대성공. 무사 만루에서 김원중은 1번 타자 문현빈을 2루수 땅볼 유도했고, 2루수-포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연결됐다.
순식간에 아웃카운트 2개를 잡은 롯데의 김태형 감독은 다시 한 번 고의4구 만루 작전을 폈다. 5할 타율을 넘나드는 2번 타자 페라자를 내보냈다. 다시 한 번 2사 만루 위기에서 김원중은 3번 타자 채은성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며 1점 차 승리를 지켜냈다.
야구팬들은 “김태형 감독의 과감한 결단이 승리를 불러왔다”고 입을 모았다. 2024시즌을 앞두고 롯데와 계약(3년 24억원)한 김태형 감독은 두산 베어스의 7시즌(2015~2021) 연속 한국시리즈(KS)를 이끌며 세 차례 우승을 일군 명장이다.
전문가들도 김태형 감독의 ‘명장 본능’이 서서히 나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단순히 이날 9회말 보여준 작전 때문만은 아니다. 잠재력이나 이름값을 떠나 과감하게 1군 엔트리에 변화를 줬고, 그것이 바로 효과를 일으켰다는 점에 점수를 주고 있다.
감독의 능력도 한계가 있다. 반등의 실마리를 찾았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선수들이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흔들림 없이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감독의 존재는 선수들이 기량을 한껏 발휘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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