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잃은 이들에 관한 이야기

가족을 잃은 이들에 관한 이야기

디컬쳐 2024-04-01 10:06:00 신고

▲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 무대 사진 / 사진=엠피엔컴퍼니 제공


노멀(normal)하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흔히 우리말로 ‘평범’, ‘정상’이라고 번역하지만, 평범하다는 것, 정상이라는 것의 정의를 어떻게 내릴지 매우 난해하다.

그래서 사회복지에선 노멀리제이션(normalization)을 ‘정상화’라고 번역하기보다 원어 그대로 사용하는 일이 많다.

여기 한 여성이 있다. 남편이 집에 오자 10대 후반의 아들에게 “넌 찐따”라며 얼른 아빠를 피해 방으로 들어가라고 하고, 새벽까지 공부하는 10대 중반의 딸에겐 “난 아빠랑 섹스하러 올라간다”고 말한다.

그녀의 행동을 보고 있노라면 노멀하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그녀의 속사정을 알고 나면 다르게 보일지도 모른다.

사실 그녀는 17년 전 생후 8개월 된 아들을 병으로 먼저 떠나보냈다.

가슴에 아들을 묻은 그녀는 아직까지 아들을 놓아주지 못한다.

남편이나 딸 눈엔 안 보여도, 여전히 아들과 대화를 나눈다.

약을 몇 가지나 먹어도 소용이 없자, 보다 못한 남편이 전기충격 요법을 권한다.

그렇게 그녀는 아들에 대한 기억을 잃게 된다. 이제 평범하게 살아가게 됐나 했는데 그게 아니다.

퇴원 후 집에 간 그녀는 딸도 몰라본다.

죽은 아들에 대한 기억만 잊었으면 좋았을 텐데, 필요한 기억도 잃게 된다.

딸 얼굴 몰라보는 것쯤이야 다시 익히면 되지, 17년째 죽은 아들을 잊지 못하는 게 더 큰 문제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의사의 실수로 죽은 아들의 존재를 알게 된다.

괴로워하는 그녀에게 딸은 말한다. 자기는 평범하게 사는 건 고사하고, 평범함에 가까운(next to normal) 삶만 살아도 좋겠다고 말이다.

우리 사회에는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이들이 있다. 어느 부모를 막론하고, 자식을 앞세우고 정상적인 삶을 살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남은 가족 모두 정상적인 삶을 포기해야 하는 건 가혹하다.

특히 자식을 앞세운 부모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는 다른 자식은 평범 비슷하게만 살아도 좋겠다는 소망을 품게 된다.

하지만 너무나 괴로워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차마 입 밖으로 말을 꺼내기도 힘들다.

곧 제주 4·3희생자 추념일과 4·16 세월호 참사 기념일이 다가온다. 사회적 참사로 가족을 잃은 이들에게 무슨 말로 위로를 건넨들 소용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사회적 참사로 자식을 앞세운 부모만 신경 쓸 게 아니라, 다른 가족들의 상처도 생각해야 한다.

언니가 떠난 후, 부모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희생자의 동생, 동생을 잃은 후 상실감에 빠진 희생자의 형, 손자를 잃었지만 차마 희생자의 부모 앞에서 슬픔을 표현하지 못하는 희생자의 할머니 등도 우리 사회가 품어야 한다.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은 내달 19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관객과 만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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