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전시관] 김한라 작가의 ‘둥글게 이어진 사이’展...유기적 순환

[NC전시관] 김한라 작가의 ‘둥글게 이어진 사이’展...유기적 순환

뉴스컬처 2024-03-22 15:34:34 신고

[뉴스컬처 김기주 기자] 자연은 생성과 소멸이라는 순환 고리로 연결되어 있으며 인간 또한 자연을 삶의 기반으로 삼는다. 인간은 자연의 섭리 속에서 자신의 존재에 대해 인식하고 생명력을 확인하여 스스로의 질서로 생성하고 발전한다.

그 과정을 면밀히 관찰해보면 모든 존재들은 서로 연관되어 수많은 관계 속에서 상호작용하며 변화해 나가게 된다. 이로써 세상을 이루는 모든 구성요소들은 유동적이고 관계적인 존재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존재가 생성되고 소멸하는 과정이 지극히 자연스러우며 필연적인 현상임을 깨닫게 된다. 이렇듯 자연의 본성을 이해하는 것은 인간의 궁극적인 삶을 알아 가는 것이며 이러한 맥락에서 김한라 작가는 자신의 성장배경 속 자연과 함께한 경험이 인간과 자연에 대한 사유로 이어져 현재의 작업에 이르게 되었다.

김한라 작가의 ‘둥글게 이어진 사이’展 포스터. 사진=갤러리 도스
김한라 작가의 ‘둥글게 이어진 사이’展 포스터. 사진=갤러리 도스

작가의 작품은 자연의 순환 원리를 단순히 자연의 모습으로 재현하는 것이 아닌 자연이 갖는 흐름의 생동감과 삶과 죽음이라는 순환을 인간의 인생사, 특히 눈에 잘 보이지 않았던 여성상의 모습을 통해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하여 창조적인 도자예술의 새로운 시도를 보여준다. 도자 재료인 점토는 표현 욕구를 보다 자유롭게 발산시킬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에 작가가 인식한 자연의 모습과 여성으로서의 삶과 같은 개인적인 주제의 표현적 특성을 부각시키기에 아주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작가가 주로 추구하는 조형적 의도는 점토의 물성을 활용한 회화적 표현으로 여성의 이미지를 은유적이며 서정적으로 형상화시킨다. 여성의 이미지는 여성의 얼굴 또는 신체 모습 그 자체로서 근원적이고 시각적으로 풍부한 요소를 갖춘다. 이미 다양한 의미가 담기는 작품의 형상은 작가에게 끝없이 예술적인 영감을 불어 넣어주는 매체로 활용된다.

대표작 ‘아름다움의 어둠’은 여성의 신체 모습으로 점토 조각을 쌓아 올려 하나가 된 덩어리로, 물이 담긴 유리관 속에서 3차원의 형태로 완성되어 표면은 채색한 듯 금박으로 장식된다. 작품의 형상과 표면은 서로에게 시각적인 영향을 미치며 회화적 표현은 극대화되어 작가의 의도에 따라 화려한 외면 이면의 감정이 느껴지게 된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고 물에 의해 풀어진 점토 덩어리는 더 이상 이전의 모습은 아니지만 재사용이 가능해지는 상태가 됨으로써 생성과 소멸의 순환을 보여주는 지점이 된다.

이렇듯 현대 사회에 놓인 여성으로서 작가는 시시때때로 외부 환경과 내면의 감정 사이에서 끊임없이 상호 작용한다. 화려한 껍질로 가려진 여성의 신체를 통해 자신의 모습과 감정의 흔적을 표현하고 삶과 죽음의 다양한 측면에 대한 고민을 이어나간다.

작가는 주체로서의 자신의 존재를 고민하고 주체가 놓인 환경에서 서로 상호작용하며 가변 될 수 있는 정체성과 그를 표출하고자 하는 자아를 도자예술로 표현하고자 한다. 작업은 존재의 생성과 소멸을 다루며 인간의 관념을 해체하고 존재의 본질 그 자체와 만나 유기적 과정의 끊임없는 생성, 성장, 소멸의 순환하는 연속성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흔히 보기 어려운 독특한 도자예술의 새로운 시도를 보여줘 보는 재미를 한층 더한다. 익숙한 형상임에도 낯선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은 입체적이면서도 독특한 표현 방식 때문일 것이다. 직접적이고 직설적이기보단 은유적으로 표현된 작품은 낯설지만 오히려 우리가 직면한 삶을 보다 입체적이고 솔직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할 것이다.

김한라 작가의 ‘둥글게 이어진 사이’展은 이달 27일부터 4월 2일까지 갤러리 도스에서 열린다.

구멍난 신체 시리즈 Holey Body, 도기질 적토 red earthenware clay 15x25x15 cm, 2024
구멍난 신체 시리즈 Holey Body, 도기질 적토 red earthenware clay 15x25x15 cm, 2024
구멍난 신체 시리즈 Holey Body, 도기질 적토 red earthenware clay dimensions variable, 2024
구멍난 신체 시리즈 Holey Body, 도기질 적토 red earthenware clay dimensions variable, 2024
껍질 Bark, 석고 plaster dimensions variable, 2024
껍질 Bark, 석고 plaster dimensions variable, 2024
둥글게 이어진 사이 Connected in a Circle, 도기질 적토 red earthenware clay dimensions variable, 2024
둥글게 이어진 사이 Connected in a Circle, 도기질 적토 red earthenware clay dimensions variable, 2024
뿌리 Radical, 자기질 백토 white porcelain clay dimensions variable, 2024
뿌리 Radical, 자기질 백토 white porcelain clay dimensions variable, 2024
어둠 속 아름다움 Beauty in the Dark, 흑토, 배양된 버섯 black clay, culturde mushrooms 10x10x8 cm 2024
어둠 속 아름다움 Beauty in the Dark, 흑토, 배양된 버섯 black clay, culturde mushrooms 10x10x8 cm 2024

#글=김민영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사진=갤러리 도스

뉴스컬처 김기주 kimkj@knewscorp.co.kr

 

Copyright ⓒ 뉴스컬처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