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정비사업 활성화 기조를 이어가며 대상지로 선정된 지역이 하루 만에 매물 가격이 수천만원씩 급등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투기 우려를 차단한다는 서울시 정비사업 대상지 선정 원칙과는 대치되는 모습을 보이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우후죽순 생겨나는 선정지역 가운데서 실제 정비사업 추진 가능성과 속도 등을 잘 따져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 모아타운 대상지로 선정된 서초구 양재2동 매물은 하루 만에 매매가가 3000만원 이상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모아타운 대상지 선정 발표 전 빌라 가격 대지지분 평당 매매가 약 7000만~8000만원 수준에서 발표 직후 1억원 이상으로 올랐고, 매도호가는 1억원 이상 뛰었다"며 "발표 이후 거래가 몰려 해당 구역 매물은 바로 자취를 감췄고, 대신 인근 구역 물건들의 가격이 오르며 거래가 활발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선정된 동작구 상도동 279 일대 모아타운 대상지도 하루 만에 매도호가가 3000만~5000만원가량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상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대상지 선정 직후 매도자들이 이미 내놨던 매물 가격을 평균적으로 5000만원 가까이 올려서 내놨다"며 "발표 전과 발표 후 가격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최대한 빠르게 계약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강남구의 한 모아타운 사업지 관계자는 "이번 양재2동과 앞서 일원동은 발표 이후 평당 1억원까지 가격이 급등한 것으로 안다. 똑같이 선정돼도 높은 동의율을 기록한 곳일수록 가격이 더 오르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모아타운 등 서울시 정비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이후 하루 만에도 가격이 폭등하는 현상이 반복되며 투기 수요가 쏠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투기 우려가 있는 지역은 선정 후보에서 제외한다는 서울시 정비사업 운영 원칙과 엇갈리는 모습이다.
정비사업 규제 완화 기조가 지속되며 '재개발 추진지' 거래도 성행하는 분위기다.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실제 추진 현황과 관계없이 '신통기획 추진지' '모아타운 추진지' 등으로 이름을 붙여 매물 거래를 유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마포구 대흥·서강대역세권 재개발 사업 추진지도 아직 사업지로 선정되지 않았지만 중개업자들은 역세권 재개발 매물이라며 투자를 권유하고 있다. 신속통합기획 추진위원회가 꾸려진 단계인 용산구 청파4구역, 신당13구역 등도 신속통합기획 대상지로 매물이 나와있다.
전문가들은 해당 지역의 사업 추진속도와 입지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노후도, 동의율 등 신청요건이 완화되며 재개발 예정지 시장이 뜨거워지고 있지만 향후 사업이 끝까지 완성될지는 의문이다. 가짜 추진준비위원회 사무실을 차려놓고 동의율을 받다가 빌라를 어느 정도 팔고나면 떠나는 경우도 있다"며 "즉 사업성, 입지, 분담금 납부 능력이 동반되지 않으면 사업이 끝까지 추진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신중히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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