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예술 오페라로 천재 이상의 시 감각적으로 느껴보세요"

"종합예술 오페라로 천재 이상의 시 감각적으로 느껴보세요"

연합뉴스 2024-03-03 08:02:00 신고

창작 오페라 '이상의 날개' 초연…지은주 예술감독·임선경 연출 인터뷰

"이상 일대기 아닌 시 엮어낸 무대…해외에서 'K-오페라'로 흥행 목표"

왼쪽부터 오페라 '이상의 날개' 지은주 예술감독과 임선경 연출 왼쪽부터 오페라 '이상의 날개' 지은주 예술감독과 임선경 연출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오페라 '이상의 날개' 지은주 예술감독과 임선경 연출이 지난달 27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3.3 aeran@yna.co.kr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천재 시인 이상의 일대기도, 이상의 단편소설 '날개'의 이야기도 아니에요. 이상의 시들을 엮어나가면서 그가 가지고 있었을 생각들을 감각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죠."

푸치니, 베르디 등 유명 오페라 작곡가들의 작품이 아닌 'K-문학'에 기반한 'K-오페라'가 무대에 오른다. 민간오페라단인 대전오페라단이 창단 36년 만에 처음으로 만든 창작 오페라 '이상의 날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23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선정작으로 8∼10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초연한다.

공연을 앞두고 지난 달 27일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만난 대전오페라단 단장인 지은주 예술감독과 임선경 연출은 작품을 소개하며 "정말 감각적이에요"라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상의 날개'는 이상의 시 '오감도', '거울', '꽃나무', '이런 시' 등을 통해 예술에서 얻을 수 있는 가치와 영감을 관객들에게 전한다.

오페라 '이상의 날개' 오페라 '이상의 날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임 연출은 "드라마적으로 짜여있는 오페라들과는 조금 다른 작품"이라며 "시대를 앞서간 예술가인 이상이 품었을 아픔과 고민을 청각, 시각적으로 보여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극의 논리적 흐름이 없어 배우들이 힘들어한다"며 "감정이 차곡차곡 발전해야 하는데 몽환적인 구조다 보니 그 사이사이의 이야기를 채우려고 배우들이 책도 찾아보고 함께 고민을 많이 했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소설가, 수필가, 건축가, 화가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했지만, 26년이란 짧은 삶을 살다 간 이상은 난해하고 모호한 작품 세계로 오늘날까지도 호기심을 일으키는 인물이다. 이 때문에 연극, 뮤지컬, 무용 등 다양한 장르에서 그의 삶과 작품이 재조명되곤 한다.

지 감독은 이상을 모티브로 삼은 다른 장르의 작품들과 차별화되는 오페라만의 매력을 묻자 "오페라는 음악, 안무, 연기, 무대 디자인 등이 다 들어간 종합예술"이라며 "감각적인 이상의 시를 보여주는 데 가장 특화된 장르"라고 답했다.

"이상의 시는 시각적으로 어떻게 이해했느냐에 따라 그 해석이 달라지기도 해요. '오감도'는 조감도에서 한자 하나(새 조 '鳥')를 까마귀 '오'(烏)로 바꾼 시잖아요. 위에서 내려다본 사람들을 형상한 모습이 합창곡으로 표현돼요. 합창단의 대형도 정말 멋있고요. 왜 (시에서) 아해가 무섭다고 했는지 느껴지기도 하죠."

오페라 '이상의 날개' 지은주 예술감독 오페라 '이상의 날개' 지은주 예술감독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오페라 '이상의 날개' 지은주 예술감독이 지난달 27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3.3 aeran@yna.co.kr

두 사람은 공연 곳곳에 이상의 작품을 아는 사람이라면 눈치챌 수 있는 흔적들을 숨겨놨다며, 공연에 오기 전 이상의 시를 읽고 오길 추천했다.

임 연출은 "이상의 시 중에는 점, 선, 면으로 된 시들도 있다"며 "이런 부분은 노래로 만들 순 없지만, 무대 디자인이나 영상, 인물들의 대형 등으로 시각적으로 표현했다"고 귀띔했다.

이상의 모호한 작품세계를 무대 위에 구현하는 작업이 녹록지 않았을 것 같지만, 임 연출은 "직관을 따랐다"며 "만약 논리적으로 따져보고 계산했다면 이상의 시의 질감과는 다른 연출이 됐을 것"이라고 웃었다.

"가끔 창작오페라를 보면 '안녕하세요' 같은 글에 음정만 붙여 재미가 없어지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데 우리 작품은 작사가가 이상이잖아요. 이미 충분히 음악적인 가사에 곡을 붙으니 청각적으로도 잘 맞아떨어지죠."

시놉시스를 보면 해경(이상의 본명)과 거울 속 세계에만 존재하는 해경의 분신 이상이 등장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임 연출은 "현실의 삶에서 고뇌하는 해경과 문학으로 아직 우리 곁에서 숨 쉬는 문학적인 자아 이상, 두 인물을 설정했다"며 "해경이 인생의 굽이 굽이에서 선택할 때마다 자기 자신(이상)에게 물어보고 피드백을 받는데 이런 모습이 실제 이상의 시에서도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오페라 '이상의 날개' 임선경 연출 오페라 '이상의 날개' 임선경 연출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오페라 '이상의 날개' 임선경 연출이 지난달 27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3.3 aeran@yna.co.kr

'이상의 날개'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흥행도 목표로 하고 있다. 공연장을 대극장이 아닌 500여석의 달오름극장을 택한 것도 해외 오페라 극장들이 이 대부분 800석 안팎의 규모라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지 감독은 "이상처럼 시대를 앞서간 우리의 오페라를 만들고 싶었다"며 "해외에서 주목받는 K-문학과 K-오페라가 만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봤다"고 자신했다.

이어 "초연을 올린 뒤 작품을 보완해 프랑스로 들고 나가려고 번역 작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며 "프랑스 관계 기관과도 연락을 취하고 있는데, 민간 단체의 한계가 있는 만큼 국가 차원에서 연계를 도와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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