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 부족과 함께 만든 퍼렐의 세 번째 루이 비통 컬렉션

인디언 부족과 함께 만든 퍼렐의 세 번째 루이 비통 컬렉션

에스콰이어 2024-02-22 16:00:00 신고







LED 스크린 너머 보이는 무성한 풀숲과 거대한 석산, 그 아래로 넓게 펼쳐진 모래 바닥. 광야를 가득 메운 사람들이 제자리를 찾아가자 소음이 잦아들고 대신 북소리가 공간을 채우기 시작했다. 타음이 발끝을 울릴 때마다 힘차게 런웨이를 걷는 모델들의 모습도 함께 선명해졌다. 그리고 여기에 인디언의 허밍이 더해지는 순간, 어떤 숭고함까지 느꼈다면 과장일까?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지만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루이 비통의 키를 쥔 퍼렐의 세 번째 컬렉션, 그가 주목한 곳은 미국 서부 어디쯤이라는 사실을.
튼튼한 천으로 만든 웨스턴 셔츠, 허리선부터 프린지가 길게 늘어진 레더 챕스, 빛 바랜 데님 덩거리, 그리고 카우보이 해트와 부츠, 버클 벨트, 볼로 타이… 이 클래식한 웨스턴 아이템들을 하이패션의 영역으로 가져다 놓은 건 놀라운 수준의 디테일과 장인정신이었다. 진주와 스팽글, 시퀸, 터키석이 아낌없이 쓰였고, 정교한 자수가 카디건부터 재킷, 데님 셋업, 셔츠, 코트와 가방 위를 가리지 않고 누볐다. 이 모든 작업은 다코타 amp; 라코타 부족의 장인과 협업한 것이기에 더욱 특별했다. 무엇보다 눈에 들어온 건 가방, 그중에도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된 스피디였다. 뽀얀 크림색 모노그램 캔버스 위에 놓인 다코타 플라워 자수와 말갈기를 염색해 만든 키링은 인디언 부족에게, 아일릿과 스터드, 웨스턴 하드웨어는 서부 워드로브에 바치는 루이 비통의 헌사처럼도 보였다. 악어와 타조, 누벅 가죽, 송치는 물론 새롭게 해석된 카무플라주까지 소재 또한 그 어느 때보다 다채로웠다. 쇼는 아메리칸 인디언 출신 파우와우 그룹 보이스 오브 레지스탕스의 연주로 막을 내렸다.
이날 밤 루이 비통이 남긴 여운은 원고를 쓰고 있는 이 순간까지 이어지고 있다. 보이스 오브 레지스탕스의 음악을 찾아 들으며 그날의 분위기를, 감동을, 벅차오름을 몇 번이고 되살리기도 했다. 퍼렐이 아니었다면, 루이 비통이 아니었다면 할 수 없었던 쇼. 그가 보여줄 미래가 더 궁금해졌다. 패션 하우스가 가야 할 건강하고 아름다운 방향인 것 같아서.



EDITOR 성하영 PHOTO 루이 비통 ART DESIGNER 박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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