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문 진심합심] 표현을 바꾸면 생각과 결과가 달라진다

[김종문 진심합심] 표현을 바꾸면 생각과 결과가 달라진다

일간스포츠 2024-02-13 07:30: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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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선수는 이달 초 출국 인터뷰 때 “책임감은 있지만 부담감은 없다”고 말했다. 다른 시기 인터뷰에선 “부담감 대신 기대”라고 표현했다. 언어와 생각의 프레임 전환에 대해 깊은 이해도를 보였다. 그의 멘털 파워다. 사진은 1일 인천공항 출국 장면. 정시종 기자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선수의 말입니다. 올해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뛰는 그는 최근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출국 전 가진 공항 인터뷰 중 제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아래 내용입니다.

“많은 돈을 받았다고 해서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은 있지만 부담감은 없다. 내가 그렇게 많은 돈을 받고 가서 잘해야 나 다음으로 한국에서 도전하는 후배들이나 선수들이 좋은 대우를 받는 거라 생각한다. 내가 잘한다면 한국 선수에 대한 기대치나 대우가 더 좋아질 거라 생각해 책임감은 있다.”

책임감 대 부담감. 스포츠 선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살면서 겪는 대표적인 고민거리입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잘하고 싶은데 스트레스가 많다’ ‘사람들 기대치에 부응하고 싶고 나도 만족하고 싶은데 제 자신을 압박하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 놓습니다. 많은 경우 책임감과 부담감이라는 경계선에 서 있는듯 합니다. 

책임감은 맡은 일, 역할을 잘해내고 싶다는 긍정적 의무감이라면 부담감은 맡은 일과 역할 때문에 생기는 걱정과 불안 같은 부정적인 감정입니다. 두 감정은 어쩌면 동전의 양면처럼 하나의 뿌리에서 출발했다고 하겠습니다. 뿌리에 해당하는 건 맡은 일과 역할이겠죠.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차이로 책임감일 수도, 부담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구분이 감정과 생각, 태도, 결과를 만듭니다. 여러분 의견은 어떠세요. 

이정후 선수 외에 다른 스포츠 스타의 최근 인터뷰를 봐도 책임감, 부담감을 나눠 긍정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춘 내용이 많이 보입니다. 비(非)자유계약선수(FA) 다년 계약에 성공한 KT 위즈 야구단 투수 고영표 선수도 그렇습니다. 프로축구 FC서울의 새 사령탑에 오른 김기동 감독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김 감독은 "주위 많은 사람들이 ‘감독의 무덤인 FC서울을 왜 가느냐’고 했다. 하지만 부담보단 설렘이 크다”고 했습니다. 

주어진 상황과 자기 앞에 놓인 할 일의 무게감이 매우 큽니다. 그렇지만 부담이란 감정 대신 책임, 설렘이란 표현을 선택하는 이분들은 성향이 단지 긍정적이기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어떤 말을 선택해 밖으로 끄집어 내느냐에 따라 자기 감정과 생각이 어떻게 바뀌는지 알기 때문입니다. 과정을 극복하는 힘이 생기고 마지막 결과물이 달라지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자기 암시, 스스로 하는 멘털 코칭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정후 선수의 예를 다시 들면 지난해 빅리그 계약 이후 “부담 보다는 기대가 크다”는 식으로 계속 말하고 있습니다. 마음의 짐이 될 수 있는 부분을 대신해 기대, 책임, 설렘 등으로 치환하고 있습니다. 언어를 바꾸고 감정을 돌려놓으면 뇌에서 자극되는 부위가 달라진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말의 힘을 통해 생각과 관점의 틀을 새로 만드는 것입니다.

책임감·부담감처럼 바꿔서 생각과 관점의 틀을 새로 만들 수 있는 표현이 많습니다. ‘긴장과 흥분’이 대표적입니다. 다르지만 비슷하고, 비슷하지만 다른 말입니다. 서로 어떤 느낌인가요. 긴장에서는 생각과 몸이 경직되는 답답함이 떠오릅니다. 반대로 흥분에서는 기대감이 차오르고 에너지가 치솟습니다. 그런데 두 감정 모두 심박수가 뛰는 등 몸의 반응이 닮았습니다. 

같은 상황을 놓고 불편하고 어렵다고 받아들이기보다 도전의 상황, 새로운 시도에 자극받는 상태로 프레임을 짜는 것이 필요합니다. ‘내가 긴장하고 있네’ 대신 ‘이거 흥분되는데’라고 바꿔 말하는 것이 효과적인 멘털 훈련입니다. 

자신이 예민하다고 느끼는 어느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섬세하다는 말로 바꿔보자는 제안을 한 적이 있습니다. 대화를 마칠 때 상당히 밝아진 그의 얼굴이 기억납니다.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자책하던 중 그런 기질이 주는 긍정적인 요소를 발견하고 자신감으로 연결됐습니다. 어느 조직의 리더는 ‘망했다’고 말하는 후배에게 ‘경험했다’라고 말해 보라고 조언한다고 합니다. 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자책하고 부정적인 감정으로 빠지지 않으려면 다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말의 힘은 크고, 생각도 훈련이 필요합니다.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김종문 coachjmoon 지메일

김종문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2011~2021년 NC 다이노스 야구단 프런트로 활동했다. 2018년 말 '꼴찌'팀 단장을 맡아 2년 뒤 창단 첫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현재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PC)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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