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서른명에게 물어본 올해의 쇼핑

Part 1. 서른명에게 물어본 올해의 쇼핑

에스콰이어 2023-12-02 18:00:00 신고

3줄요약

1. VITRA AKARI 15A LAMP 거실의 포인트가 될 조명이 필요했다. 어떤 가구와도 잘 어울릴 것 같은 이사무 노구치의 타원형 펜던트가 제일 적합해 보였다. 이왕이면 크기는 아주 큰 것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15A를 아직까지도 체크하고 있다. - 강준혁(인플루언서) 2. CHANEL TWEED JACKET상징적인 클래식 아이템을 모두 모으는 게 평생의 목표다. 이 트위드 재킷도 그런 의무감에 덜컥 사버렸다. 셋인 실루엣과 골드 버튼의 블랙 트위드 재킷은 생각보다 만나기 힘든 것이라서. 가격은 무려 1400만원.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오르는 금액이었지만 비슷한 스타일을 다시 볼 수 없을 거라는 불안감이 결제를 앞당겼다. 피팅할 땐 꽤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한 번 입은 뒤로 옷장 붙박이가 됐다. 이걸 입은 날엔 ‘나 샤넬이야’ 써 붙인 것 같아서. - 이민혁(빅터쇼룸 대표) 3. DOUBLET FINGER KEYRING 나를 아이처럼 웃게 만드는 더블렛의 위트가 좋다. 이상한 키링에 30만원을 쓴 바보라고 놀림받아도 상관없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지니까. 잃어버리고 찾기를 반복하던 지갑도 이 키링을 달아둔 뒤론 애써 찾을 필요가 없어졌다. 어딘가를 갈 때면 이 손가락을 꼭 쥐어야 마음이 편해서. 어떤 물건보다도 가장 먼저, 열심히 챙기게 된다. - 성하영(에스콰이어 패션 에디터) 4. LIGNE ROSET LEATHER TOGO SOFA 신중하게 고르고 오랜 시간 기다려 내게 온 소파. 이 소파의 장점에 대해선 몇 시간을 이야기할 수 있지만, 최고는 온몸을 소파 안으로 파묻는 듯한 착석감이다. 종일 기대 앉아 시간을 보내도 뻐근한 법이 없다. 올해 가장 잘한 쇼핑이다. - 강준혁(인플루언서) 5. LEE UFAN PAINTING 올해 이배, 윤형근, 김동준의 작품을 들였다. 한국적인 작품으로 공간을 채우다 보니 우연찮게 만난 이 작품에도 마음이 갔다. 이우환이 1996년 그린 가로 50cm, 세로 35.5cm의 수채화. 침대방 한편에 고이 세워뒀는데 볼 때마다 마음이 고요해진다. - 김재훈(포토그래퍼) 6. JIL SANDER YOGA MAT 하루 종일 노트북을 쳐다보며 굽어가는 몸이 가엾기도 했고, 몸을 움직이며 마음의 평화를 찾고 싶어 야심 차게 발레학원에 등록했다. 그런데 첫 수업을 들으며 다시 한번 깨달았다. 내 몸이 얼마나 뻣뻣한지를. 집에서도 스트레칭을 하리라 마음먹고, ‘운동은 장비빨’이라는 말을 주문처럼 되뇌며 평소 눈여겨본 질 샌더 요가 매트를 구입했다. 발레를 시작한 지도, 이걸 구입한 지도 반년이 넘어가지만 정작 아끼느라 몇 번 펴보지도 못했다. - 이다은(에스콰이어 패션 에디터) 7. CHANEL MINI FLAP BAG 스트리트 룩에 조그만 퀼팅 플랩 백을 크로스로 멘 내 모습을 자주 그려보곤 했다. 그래서 올해 1월, 파리에서 이 가방을 덥석 집어왔다. 그런데 한국에 돌아오니 특유의 정서 때문인지 이상하게 손이 안 간다. 내 처음이자 마지막 샤넬 백이 될 것 같다. - 안건영(조하리스토어 대표) 8. BALENCIAGA LEOPOLD BALLERINA SHOES 성별을 따지지 않고 옷을 입는 내게도 이 신발은 어렵다. 발레코어 붐이 불던 시기에 약속이라도 한 듯 눈앞에 나타난 이 플랫 슈즈가 어찌나 빛나 보이던지. 당장 구매해 여기저기 매치해봤지만 도무지 어떻게 신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갖고 있는 발렌시아가 옷과의 궁합도 딱히 모르겠고. 딱 두 번 신고 봉인해두었는데, 심지어 그 두 번조차 어떻게든 신어보려는 처절한 발악이었다. - 조성일(인플루언서) 9. EYEVAN SADLER EYEWEAR 안경이 부러져서 수리를 맡긴 바람에 서랍장 깊숙이 박혀 있던 옛 안경을 꺼냈다. 균형을 맞추려고 안경점을 찾은 김에 이것저것 써봤는데, 사장님이 슬쩍 내민 아이반의 새들러 안경은 솔깃한 제안이었다. 결국 잘 어울린다는 유혹에 넘어가 충동적으로 안경을 구매했다. 그런데 웬걸. 얼마 후 수리한 안경을 받고 보니 두 안경이 너무 비슷했다. 안경은 여러 개일수록 좋다며 위로하고 있다. - 윤성남(알란스 매니저) 10. PER GOTESSON DENIM JACKET 올여름을 기점으로 스타일과 취향이 크게 변했다. 이제는 오버사이즈보다 레귤러한 실루엣이 좋고, 손맛이 느껴지는 디테일보다 정제되고 미니멀한 만듦새에 눈길이 간다. 올해 초 퍼 고테슨의 시그너처 데님 재킷을 비싼 가격에 오더메이드 했지만 한 번도 입지 못했다. 가을이 되어서야 제품을 받았고, 그사이 내 스타일은 되돌릴 수 없을 만큼 변했기 때문에. 나름대로 귀여운 재킷이지만 그대로 보관 중이다. - 김진환(스타일리스트)
11. FEDELLOS DO COUTO BASTARDA WINE 올해의 식사로 6월 세션 아츠 클럽에서의 점심을 꼽는다. 혼자 길게 한 여행의 마지막 만찬처럼 음식 열한 접시와 와인 일곱 잔을 해치울 적에, 마지막으로 마신 레드 와인에 대한 기억이 오래 남았다. 하지만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는데 갑자기 길에서 동전 줍듯 11월에 생각이 나버렸으니, 스페인에서 세 병을 주문해놓고 학수고대 기다린다. 연말을 위하여. - 장우철(작가) 12. SANRIO NAIL CLIPPERS 홍대 AK 플라자 3층에 위치한 이와야는 어른아이의 놀이터다. ‘이거 어디서 샀어? 일본 갔다 왔어?’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면 추천하는 쇼핑 스폿. 이곳을 구경하다가 사소한 일로 다툰 언니를 생각하며 이 손톱깎이를 구매했다. 나는 포챠코를 사고, 언니에게는 마이멜로디를 사줬는데 이것으로 우리는 화해했다. 손톱이 잘 깎이지 않는 게 흠이라면 흠이지만 뭐 어떤가. 귀여움은 때로 기능보다 우선한다. - 김보람(아데쿠베 마케팅) 13. MIUMIU HANDLE BAG 쇼를 보자마자 결심했다. 이 가방을 사기로. 브라운 모델은 이미 매진이어서 대신 머스터드 컬러를 골랐는데 이래저래 굉장히 잘 들고 다녔다. 출근길에 재미 삼아 뽑는 가챠를 주렁주렁 달기도 하고. - 유승민(비이커 바이어) 14. BALENCIAGA DEFENDER SNEAKER 타이어를 그대로 뜯어 붙인 듯한 아웃솔과 과장된 크기, 교묘하게 전복시킨 디테일에 사로잡혀 큰맘 먹고 구입했다. 그런데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온 타이어 블록 때문에 막상 운전할 때는 신을 수가 없다. 신발장에 박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신발 중 하나. - 노상호(아티스트) 15. CERAMIC OCARINA 예루살렘을 걷다 기묘한 세라믹을 발견했다. 이걸 오카리나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오브제라고 해야 할지 그 구분도 명확하지 않지만. 보리스 카츠라는 이스라엘 아티스트가 만든 이 오카리나는 운지를 하고 불면 소리가 난다. 매우 부정확한 음으로. 20만원이나 줬는데 왜 샀는지는 아직도 모를 일이다. 테이블 위에 두고 보며 가끔씩 웃는다. - 윤웅희(에스콰이어 패션 디렉터) 16. CELINE DICE SET 지난 4월, 파리 셀린느 매장에서 구매했다. 면도기, 헤어 빗, 거울 파우치 같은 물건을 실제로 보고 싶었는데 주사위 세트까지 사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 쓸모를 고민했다면 딱히 사지 않았을 아이템. 친구들을 불러 모아 부루마불이라도 해야 하나 싶다. - 강인기(비디오그래퍼) 17. VEGANIFECT CLEAN AND GLOW GREEN BARLEY FIRST ESSENCE 피부가 건조한 편이라 유수분 밸런스를 챙긴다. 올해 우연히 비건이펙트 청보리 퍼스트 에센스를 알게 됐는데 이제까지 써본 에센스 중 독보적이라 할 만큼 뛰어나다. 여러 통 사서 손 닿는 곳마다 두고 쓴다. - 장해인(헤어amp;메이크업 스타일리스트) 18. SUPER73 ZX 좀 더 건실한 삶을 꿈꾼다. 아침 7시에 출근해 새벽 3시에 퇴근하는 그런 삶 말고. 그 방법 중 하나가 자전거 출퇴근이었다. 용산에서 강남까지, 그냥 자전거는 조금 무서우니까 전기자전거로. 슈퍼73 ZX는 나의 두 번째 전기자전거다.(처음 산 자전거는 무식하게 크고 충전이 번거로워 스튜디오 구석에 세워뒀다) 안장에서 페달까지의 거리가 내 다리 길이에 딱 적당했고, 무엇보다 GD가 타는 전기자전거라는 점에 홀린 듯 500만원을 결제했다. 산 지 여섯 달이 넘었는데 지금껏 다섯 번 탔다는 건 비밀로 하고 싶다. - 최나랑(포토그래퍼) 19. CELINE MONOGRAM TIE 지난 10년간 몇 번이나 타이를 맸던가? 기껏해야 한두 번 정도다. 그런데 올해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갑자기 타이를 사고 싶어졌다. 심플한 블랙 컬러와 잔잔한 모노그램, 슬림한 디자인의 이 셀린느 타이가 마음에 쏙 들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태그도 뜯지 않은 채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 앞으로도 굳이 타이를 맬 일은 없어 보이는데 되팔아야 할지 억지로라도 한 번 매볼지 고민 중이다. - 남호성(르메르 amp; 아미 브랜드 매니저) 20. AMBUSH MA-1 ROBE JACKET 뮤지션 존 메이어의 기모노 재킷을 떠올리며 샀다. 상징적인 카키색 나일론 외피와 오렌지색 내피, 왼팔 소매 포켓 등 존 메이어의 그것보다 MA-1 재킷의 특징을 살린 디자인도 마음에 들었다. 흔하지 않은 디자인이라 호기롭게 구매했지만, 입을 때마다 도복 아니냐는 아내의 놀림 때문에 좀처럼 손이 가지 않는 것이 고민이다. - 이혜성(타임 옴므 디자이너)

21. MARTINE ROSE MULE 밀라노 출장을 갔을 때, 저녁 약속까지 시간이 남아 들어간 숍에서 이 신발을 발견했다. 마틴 로즈 특유의 각진 앞코, 단박에 눈길을 사로잡는 파이톤 프린트, 게다가 70%의 파격적인 할인. ‘웬 횡재냐’ 하며 샀는데 지금까지 딱 두 번 신었다. 너무 무겁고 신을 때마다 발등이 까져서 얼마를 주고 샀는지도 잊고 싶다. - 윤웅희(에스콰이어 패션 디렉터) 22. SAINT LAURENT LUCAS BOOTS 생 로랑의 대표 부츠지만 좀처럼 연이 닿지 않았다. 인기가 많은 모델이라 원하는 컬러와 소재, 사이즈의 제품은 항상 품절이었다. 인연이 아닌가 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올여름, 밀라노 출장 중에 운명처럼 만났다. 애타게 찾아 헤맬 때는 나타나지 않더니. 기분이 좋아 새 부츠를 신은 채 밤새 걸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내내 잘 신고 있다. - 김성덕(스타일리스트) 23. SUBDUED T-SHIRT 레터링 아이템을 피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올여름, 이 티셔츠를 산 이유는 순전히 무구한 문구 때문이었다. 파리의 섭듀드 매장을 지나다가 그곳에서 쇼핑하는 어린 소녀들의 모습에 홀린 듯이 들어갔고 뭐라도 사야겠다는 마음에 이 티셔츠를 집어 들었다. 나는 더 이상 소녀가 아니지만! - 김보람(아데쿠베 마케팅) 24. SAINT LAURENT VELVET JACKET 평소엔 저승사자처럼 검은 옷만 입는다. 아내는 그런 날 영 못마땅해했다. 그러다 올해 초 파리 생 로랑 매장에서 이 재킷을 만났다. 괜찮다는, 잘 어울린다는 아내의 한 마디에 용기를 한번 내봤다. 하지만 결국 이 재킷은 현재 와이프 옷장에 걸려 있다. - 강인기(비디오그래퍼) 25. CHROME HEARTS MESSENGER BAG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크롬하츠 사랑은 종류와 형태를 가리지 않는다. 주얼리부터 가방, 안경, 모자, 옷 심지어 속옷과 인센스 홀더까지. 크롬하츠라면 뒤도 안 돌아보고 구매했다. 올해는 유독 출장이 많았고, 자질구레한 물건을 넣을 수 있는 작은 가방이 필요했다. 그러던 중 이 백을 샀는데 예상과는 달리 너무 부드럽고 스크래치가 잘 나는 가죽이었다. 결국 방 한쪽에 고이 모셔두었고 어떻게 멜지는 앞으로 조금 더 고민해보려 한다. - 이현우(헤어 스타일리스트) 26. DAVID SHRIGLEY RUG 데이비드 슈리글리의 책과 굿즈 포스터를 모으고 있다. 올해 초, 슈리글리 전시에서 사두고 아끼느라 못 썼던 러그를 거울 앞에 고이 깔았다. 그전까지는 머리를 대충 말리는 편이었는데, 이 러그를 깔고 나선 왠지 모르게 꼼꼼하게 말리게 된다. 사소한 변화라면 사소한 것, 하지만 크다면 큰 기분의 변화. 하루를 산뜻하게 만드는 아이템이다. - 서부원(작가) 27. ATC SCM 50 PSL SPEAKER 5월에 새로운 집으로 이사했다. 그 김에 벼르고 벼르던 스피커를 장만하고 싶었다. 스승님의 추천으로 정한 것은 그리폰 디아블로 300 앰프와 두 대의 ATC 스피커였다. 밸런스 잘 잡힌 사운드가 꽤 마음에 든다. 덕수궁을 바라보며 소파에 앉아 멍하니 듣는다. - 김재훈(포토그래퍼) 28. UNDERCOVER COIN POUCH 8월 도쿄 여행의 목적 중 하나는 언더커버 디렉터 준 다카하시의 첫 개인전이었다. 그의 컬렉션처럼 그림에도 묘하고 기이한 아름다움이 담겨 있었다. 전시장을 나서자마자 언더커버 매장을 찾았고, 그가 좋아하는 체리가 그려진 파우치를 골랐다. 평소 내 스타일과 어울리진 않지만 망설임 없이 샀다. 올해 도쿄의 여름을 기억하고 싶어서. - 김유진(에스콰이어 패션 에디터) 29. YETI TUMBLER 텀블러 유목민이던 내가 드디어 안착한 예티의 텀블러. 산책할 때, 운전할 때, 운동할 때, 어딜 가든 온종일 나와 함께한다. 쉽게 열고 닫히는 뚜껑 때문에 음료가 쏟아질 위험이 있긴 하지만 내구성이나 보온·보냉성은 다른 어떤 텀블러보다 뛰어나다. 깔끔한 스틸과 블랙 조합의 디자인도 마음에 쏙 들고. - 안영채(모델 amp; 배우) 30. GIBSON THUNDERBIRD BASS GUITAR 지금 쓰고 있는 기타도 너무 아끼지만 아주 오랫동안 주시해온 기타가 있다. 어린 시절부터 동경해온 나의 아이콘 킴 고든이 사랑한 깁슨 선더버드의 베이스다. 199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그녀의 스타일은 늘 내게 본보기다. 내릴 기미도 보이지 않는 달러 환율을 미워하며 틈틈이 구글링하고 있다. 올해가 가기 전에 꼭 갖고 싶어서. - 정글(뮤지션)



EDITOR 에스콰이어 패션팀 PHOTOGRAPHER 정우영 ASSISTANT 최지훈 ART DESIGNER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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