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영욱 기자] 게임업계의 장르와 플랫폼 다각화 전략 속 국내 출시작들이 글로벌 시장에 속속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반짝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는 모습이다.
2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국내 게임사들은 콘솔 게임에 그간 PC와 모바일 플랫폼에서 개발하며 쌓아올린 기술력 등을 녹여낼 것으로 분석됐다. 단, 성공을 위해서는 기술력 뿐만 아니라 게임 이용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스토리’ 등 ‘콘텐츠’를 준비해야 하는데 국내 게임사들은 아쉬운 부분이 존재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모바일 게임 출시에 치중하며 국내 이용자로부터 ‘재미없는 게임’이라는 혹평을 들어왔기 때문에 분위기 반전을 위해서는 ‘완성도’가 성공 여부에 중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는 장르를 불문하고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 여름 뜨거운 관심을 받은 ‘발더스 게이트 3’는 벨기아 게임사 라리안 스튜디오가 만든 CRPG 장르로 널리 알려진 장르가 아님에도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했다.
CRPG는 컴퓨터 롤플레잉 게임이다. 컴퓨터가 없던 시절 성행했던 TRPG를 PC로 플레이할 수 있는 것으로 텍스트 위주에 비디오적 요소를 덧붙인 턴제 게임이다.
발더스 게이트 3는 한국어 미지원에도 불구하고 국내 이용자들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번역, 플레이했다. ‘올해의 게임(GOTY)’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은 바 있다.
‘장르’보다는 게임의 ‘완성도’와 ‘재미’를 더욱 중요시 여기는 이용자의 가치관이 영향을 준 것이다. 국내 게임 중 네오위즈의 ‘P의 거짓’도 유사한 반응을 이끌어 냈다.
네오위즈의 ‘P의 거짓’은 소울라이크 장르로 고난이도로 허들이 높은 게임이다. 특히 소울라이크는 ‘어려운 장르’로 여겨지면서 특정층만이 즐기는 장르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글로벌 100만장 판매에 성공했다. 게임 출시 이후부터 난이도 하향 패치 등 이용자 피드백을 적극 반영하면서 게임을 유지보수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네오위즈는 ‘P의 거짓’ 차기작과 DLC(Downloadable content, 다운로드 가능 콘텐츠)를 준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정태 동양대학교 교수는 “콘솔 게임은 클라우드 기반 기술이 발전하면서 진입장벽이 낮아지긴 했으나 아직 높은 편”이라며 “국내 게임사들이 만들기 시작한지 3~5년밖에 되지 않아 노하우가 일본이나 미국보다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짧은 기간에 완성도가 굉장히 높아지고 있고 이제 막 시작 단계이기에 시행착오는 계속 거칠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가 계속 노력해야할 부분이며 기술 외에도 콘텐츠적으로도 해결할 숙제들이 아직 많다”고 덧붙였다.
장르를 불문하고 게임이 재밌으면 성공하는 가운데 국내 게임 중 ‘베일드 엑스퍼트’와 ‘사이드불릿’은 서비스 종료를 선언했다. 두 게임 모두 올해 정식 출시됐는데 ‘내부 판단’ 하에 이러한 조치를 결정했다고 전해졌다.
베일드 엑스퍼트는 올해 5월부터 얼리엑세스 형태로 서비스 중인 PC 슈팅 게임으로 넥슨이 내세우는 핵심 게임으로 분류된 바 있다.
전술적인 면을 부각시켰으며 게임 내에서 전략을 짤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정도로 넥슨의 차기 ‘e스포츠’ 주력 종목이 될 것이란 전망도 존재했다.
지난 6일 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 ‘오픈 챌린지 시즌2’가 진행되는 등 넥슨이 힘줄 것으로 예상됐으나 일주일 만에 '내달 14일 서비스를 종료하겠다'는 공지를 올렸다. 스팀 DB에 따르면 베일드 엑스퍼트는 24시간 내 최고 동접자 수가 187명이며 스팀에서 실시간으로 플레이 중인 이용자가 21일 기준 58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더파이널스’ 오픈 베타 테스트가 영향을 줬다고 추측했다. ‘더파이널스’가 최근 베타 테스트에서 누적 이용자 750만, 최고 동시 접속자 27만명을 달성하는 등 서든어택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할 여지를 보인 점이 베일드 엑스퍼트와 대비되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넥슨 측은 “전혀 상관없는 결정이며 서비스 지속성을 고민한 끝에 진행한 것”이라며 두 게임의 제작사가 서로 다르다는 점, 하나가 잘된다고 다른 게임을 문닫는다는 것은 억측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데브시스터즈가 지난 2월 ‘데드사이드 클럽’이라는 이름으로 첫 선을 보였던 ‘사이드불릿’도 막을 내린다. ‘사이드불릿’은 IP(지식재산권) 다변화를 위해 ‘쿠키런’을 활용하지 않고 개발한 사이드스크롤 온라인 슈팅 게임으로 플레이스테이션 5로 플레이 가능하다.
지난 3분기 데브시스터즈는 흑자전환에 실패하며 6개 분기 연속 적자로 비상 경영을 선언했다. 신작 성과가 미미했다는 점을 실적 반등 실패 요인으로 꼽았다.
이로 인해 올해 선보인 ‘사이드불릿’ 서비스를 중단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데브시스터즈 개발 스튜디오 프레스에이가 개발한 게임으로 지난달 5일 글로벌 동시 출시됐는데 오는 27일, 불과 한 달 만에 문을 닫을 예정이다.
데브시스터즈 관계자는 “독창적 재미를 충분히 보여드리지 못한 점을 인지하고 많은 고민 끝에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며 “무엇보다 새로운 게임 경험에 관심과 애정을 보여준 이용자에 죄송한 마음이 크나 사이드불릿으로 얻은 경험으로 향후 더 나은 개발과 서비스에 집중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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