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세실과 세드릭이 살았는데….”
‘세실 앤 세드릭(Cecil and Cedric)’의 공간 안에 들어서면 문득 이렇게 시작되는 동화가 있었던 것 같은 착각에 사로잡힌다. 유럽 어딘가의 작은 숍 같지만, 이곳은 분명 주방 가구 가게와 재래시장이 지척인 신당동이다. 세실 앤 세드릭의 김상완 대표가 이 자리를 찾았을 때는 지금처럼 주변에 트렌디한 가게들이 들어서기 전이었지만, 폭이 좁고 천장고가 높은 독특한 형태의 공장 건물에 반해 흔쾌히 낙점했다.
한 점의 명화를 연상하게 하는 월 패브릭 겸 러그.
자연스러운 향과 달콤한 컬러가 조합된 세실 앤 세드릭의 프레이그런스 제품들.
“오히려 한국적이고 활기찬 바이브가 넘치는 분위기가 좋았어요.” 그는 아우어 베이커리, 나이스 웨더, 올드 페리 도넛 등 ‘힙’한 매장을 디자인한 인테리어 스튜디오 ‘엑세스 엑셀’을 이끌고 있다. 브랜드 속에 또 다른 스토리를 담아 새롭게 브랜딩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그런 행보는 세실 앤 세드릭에도 자연스럽게 반영됐다. “폭넓게 확장하며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려면 그 안에 영혼이 담겨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취향이 다른 한 커플을 상상해 봤습니다. 고미술을 공부했고 빈티지 컬렉터인 세실, 가드닝과 캠핑을 좋아하는 세드릭.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동유럽 스타일로 꾸민 코지한 부엌.
둘이 하나의 공간을 만든다면 어떤 물건이 그 안에 놓일지 생각했죠. 그 결과 유럽 곳곳에서 선별한 빈티지 아이템과 새롭게 제작한 클래식하고도 감각적인 아이템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게 됐어요.” 세실 앤 세드릭은 그와 이곳을 함께 만들어가는 친구들의 취향이 듬뿍 담긴 분더카머와 같은 공간으로 완성됐다. 현재 1층에는 18세기 아포테케리에서 영감을 받은 향 아이템과 가드닝 관련 아이템이, 2층에는 도자기와 포스터 · 러그 · 가구 등 집 안을 아름답게 장식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채워져 있지만 김상완 대표, 아니 세실과 세드릭의 관심사에 따라 얼마든지 자유롭고 유연한 변화가 가능하다.
클래식한 버섯 일러스트레이션이 인상적인 그릇을 들고 있는 김상완 대표.
유럽 곳곳에서 온 빈티지 아이템과 세실 앤 세드릭의 제작 아이템이 어우러진 풍경.
“누구나 하나의 취향만 갖고 있지는 않잖아요. 순간의 기분과 상황에 따라 세실일 때도 있고, 세드릭일 때도 있죠. 저 역시 다년간 파리와 뉴욕에서 다른 삶을 경험해 여러 문화가 취향 속에 뒤섞여 있거든요.” 그는 요즘 세실과 세드릭이 동양적인 아름다움에 반한다면 어떤 물건을 선택할지 떠올려보고 있다. 이 상상이 언젠가는 또 다른 브랜드로 세상에 드러날 수도 있다. “그들의 세계 속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하니까요.” 세실과 세드릭의 이야기는 어디로 향하고 흘러갈지 그 끝을 알 수 없어 더욱 깊고 신비롭다.
컨트리뷰팅 에디터 정윤주 사진가 이주연 아트 디자이너 이아람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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