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르보이스] 의도적인 접점이 필요할 때

[엘르보이스] 의도적인 접점이 필요할 때

엘르 2023-11-21 09:00:00 신고

copy; Ryoji Iwata


copy; Ryoji Iwata


‘해야 할 일이 하고 싶은 일을 대신해, 의지와 바람과는 별개로 감당해야 할 일이 많아진다. 결핍을 채우기 위해 살아가지만, 동시에 결핍을 채우고 난 이후를 걱정한다. 익숙함은 권태로움을, 낯선 일은 두려움을 낳는다.’


안정과 불안정을 저울질할 때 써 내려간 내 첫 책의 문장들이다. 당시 일과 육아 사이에서 안절부절못했던 나를 일으켜 세운 말이 또 있었다. 책 〈어떻게 한발 앞서갈 것인가〉에서 발견한 ‘임의적인 사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긍정적인 피드백으로 축적되고 확대될 수 있다’는 말.

그렇다. 인생은 늘 계획대로 되지 않지만 그래도 원하는 방향으로 바람이 불도록 거들어줄 수 있는 ‘임의적인’ 사건들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나는 현재부터 파악했다. 일과 육아 외에 나를 알아가기 위해 글을 쓰든 사람을 만나든, 내가 하루에 투자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을 산출했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종이에 적으며 할 수 없는 것을 향한 의지와 바람을 과감히 버렸다. 당시의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앵커로서 일했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인터뷰라는 결론을 내렸고, 창업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들, 나와 전혀 다른 세계에 사는 환상 속 멘토가 아니라 나와 같은 고민을 안고 그 고민을 조금 더 잘 해결해 가는 현실의 동반자를 찾아 나섰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왠지 모르게 용기가 생길 것 같았다. 그러나 그렇게 쌓인 원고는 출판사들에서 몇 번의 거절을 당했다. 취지는 좋지만 많이 팔리지 않을 것 같다는 이유였다. 지칠 즈음 학창시절 동경의 대상이었던 출판사와 최종적으로 계약했으니 결국 해피 엔딩이지만.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글을 쓰고 창업해서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아직도 아침마다 숨 고르기 바쁘다고 대답하겠다. 여전히 일과 육아는 어렵지만 고민의 결이 달라졌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잘하는지, 어떻게 할지 몰라 헤매는 것이 아닌, 삶의 목적을 알고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과정에서 더 나은 방법을 고민한다. 잦은 시도는 선택의 무게를 가볍게, 성취의 경험은 또 다른 시작의 지혜를 남긴다. 실패했다면 어떻게든 배우려는 태도가 일에 대한 가치를 다르게 만들었다. 그렇게 깨달은 것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느슨한 연결을 위한 ‘의도적인 접점’이 정서적 환기를 위해 필요하다는 점이다.



최근 3년간 내가 사람들과 가진 의도적인 접점은 다름 아닌 ‘언더우먼 임팩트 컨퍼런스’다. 까르띠에는 2006년부터 여성 창업가를 후원하는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Cartier Women’s Initiative)’ 프로그램을 전 세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한국의 여성 혁신가를 발굴하고 양성하기 위해 '언더우먼 임팩트 커뮤니티 amp; 컨퍼런스'라는 협력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한다. 올해 열린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 2023 어워드 세리머니’에서 한국의 문우리 대표가 동아시아 부문 1위를 거머쥔 덕분에 더 많은 여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올해 컨퍼런스 역시 한자리에 모인 참가자들의 응축된 에너지가 얼마나 뜨거운지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 해가 갈수록 가치 창출 비즈니스에 여성들의 관심이 많아졌다는 것은 늘어난 인원뿐 아니라 올해의 키워드인 DEI(Diversity, Equity, Inclusion)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자신의 비즈니스에 어떻게 반영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모습에서도 찾을 수 있다. 사람은 사람을 통해 다시 일어설 힘을 얻는다. 도전하는 여성들의 조언을 통해 발견한 다섯 가지 인사이트는 매우 흥미롭다.

하나, 지나친 겸손은 안녕할 것. 많은 여성이 자신의 강점을 인정하기 어려워한다. 늘 부족하다며 자신을 낮추는 걸 미덕으로 알고 있다. 자신의 공을 인정하고 잘한 부분을 스스로 말할 줄 알아야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긴다. 강점을 인정할 때 부족한 부분의 피드백 역시 수용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길. 둘, 내 이야기는 나로부터 시작된다. 자기다움에 대한 인식이 잘된 사람은 외부 자극에 흔들릴 수는 있어도 부러지지 않는다. 삶의 우선순위는 인생 주기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주변을 두리번거리기보다 지금 내 상황에 맞는 속도, 나만의 방법, 내 사람들로 자기다움을 지켜야 짧지 않은 인생 레이스를 완주할 수 있다. 셋, 딸과 아내, 엄마, 회사 직함…. 늘어나는 역할을 하나로 묶지 말 것. 마주하는 상황에 따라 역할이 바뀔 때마다 스위치의 온오프가 빠르게 이뤄져야 자신도, 타인도 헛갈리지 않는다. 넷, 기회를 잡는 것에 익숙해지자. 실행력이 필요하다. 완벽한 준비는 없다. 기대가 클수록 두려움도 크다. 실패와 성공에 대한 부담감은 도전 경험이 없을수록 강하게 다가온다. 가장 안전한 건 변화다. 다섯, 건강한 몰입과 함께 분리 시간이 필요하다. 전부이되 전부가 됨을 경계하는 것. 좋아하는 일을 찾으면 온전히 자신을 던지게 된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자기 경영을 위해 오롯이 자신만을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요가와 산책, 달리기와 명상 같은 스트레스 관리법을 찾을 것.

올해 언더우먼 임팩트 컨퍼런스에서 영상으로 만났던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 글로벌 프로그램 디렉터인 윈지 삼파이오의 말처럼 비즈니스뿐 아니라 우리 삶은 장기전이라 ‘잘 지내야(Well Doing)’ 한다. 부싯돌도 어둠 속에 덩그러니 떨어져 있으면 돌멩이일 뿐이지만 부딪히면 어둠을 밝힐 수 있다. 빛을 위해 서로 부딪히는 시도가 필요하다. 나를 위해 그리고 우리를 위해.



Writer 도현영
차분하지만 동적이고 싶은 고전 문장 컬렉터. 한국경제 TV 앵커로 일하다가 현재는 ‘멘탈 뷰티’라는 키워드로 글을 쓰고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나는 착하게 돈 번다〉, 〈그녀들의 멘탈 뷰티〉, 〈요즘 여자〉를 썼다.

→ 2023 언더우먼 임팩트 커뮤니티 컨퍼런스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컨퍼런스 시청하기!










에디터 이마루 글 도현영 아트 디자이너 김민정 디지털 디자이너 장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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