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영은 지난 20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 네이플스의 티부론 골프클럽 골드코스(파72)에서 열린 LPGA 투어 2023시즌 마지막 대회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합계 27언더파 261타를 기록한 양희영은 공동 2위 그룹을 3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지난 2019년 2월 혼다 타일랜드 이후 4년 9개월 만에 나온 개인 통산 5승째다.
양희영은 지난 2008년 LPGA 투어에 데뷔했다. 2013년 한국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했고 2015년과 2017년 2019년엔 태국에서 열린 혼다 타일랜드를 연달아 제패했다.
하지만 2020년부터 주춤하기 시작했다. 그해 양희영은 LPGA 투어에서 한 번도 톱10에 들지 못했다. 2021년엔 톱10에 5차례 진입하며 반등하나 싶었으나 우승 소식은 전하지 못했다.
지난해는 성적도 저조했고 부상까지 당했다. 취미로 삼았던 암벽 등반에 몰두한 나머지 왼쪽 팔꿈치에 '테니스 엘보' 진단을 받았다.
부진과 부상이 겹치면서 은퇴까지 고려했다. 양희영은 "골프를 하면서 많은 일이 있었지만 올해처럼 은퇴까지 생각한 적은 없었다"면서 "부상으로 지치면서 은퇴가 최선이 아닐까 하는 고민도 했다. 선수 생활을 할 날이 얼마 남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참고 견뎠다. 다시 마음을 다잡은 양희영은 올해 몇 차례 우승 경쟁을 펼치며 감을 끌어 올렸다. 지난 4월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셰브론 챔피언십에서 공동 4위에 오른 것이 시작이었다. 6월 마이어 클래식 공동 3위, 8월 메이저대회 AI 위민스 오픈 공동 4위 11월 아니카 드리븐 4위 등 여러 차례 우승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최근엔 메인 스폰서 우리금융그룹과 계약 만료로 홀로 대회를 준비해야 했다. 이번 대회 때 쓴 모자 정면에는 메인 스폰서 로고가 아닌 스마일 문양이 있었다. 메인 스폰서를 구하지 못하자 모자 정면을 공백으로 두고 싶지 않아 스마일 문양을 직접 수 놨다.
포기하지 않고 노력을 이어왔던 양희영은 마침내 시즌 마지막 대회에서 정상에 서며 고진감래의 결실을 맺었다. 특히 지난 2008년 LPGA 투어 데뷔 후 처음으로 미국 본토에서 열린 대회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가장 절박했던 순간에 이뤄낸 우승이기에 기쁨은 더 컸다. 양희영은 "항상 미국에서의 첫 우승을 꿈꿔왔는데,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거두게 돼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양희영은 "경기 내내 긴장됐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나를 믿는 것 뿐이었다"면서 "할 수 있다고 말하며 노력했는데 결국 해내서 정말 기쁘다"며 민무늬 모자에 수 놓은 스마일 문양처럼 활짝 웃었다.
Copyright ⓒ 머니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