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즈가 도대체 뭐야? 프리즈를 둘러싼 말말말

프리즈가 도대체 뭐야? 프리즈를 둘러싼 말말말

코스모폴리탄 2023-10-04 00:30:00 신고



TOPIC 1


Q
프리즈는 왜 서울을 택했는가?
황규진(타데우스 로팍 디렉터)프리즈가 아시아에 론칭을 꾀하던 시기에 코로나19가 터졌다. 당시 아트바젤이 자리 잡고 있던 홍콩은 중국과의 정치적 문제와 팬데믹으로 인한 록다운 때문에 거점으로 두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일본은 컨템퍼러리 아트보다는 앤티크 아트가 발달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국립·시립·사립 미술관이 전국에 포진돼 있고, 뼈대 있는 미술 대학도 많아 작가층도 탄탄하다. 모든 요소가 프리즈가 서울에 상륙하려던 시점에 폭발적으로 발휘됐다.
이지혜(〈아트토크 머니토크〉 저자)프리즈와 함께 미술 시장의 양대 산맥인 아트바젤은 2013년 홍콩의 토종 아트페어인 ‘아트홍콩’을 인수해 ‘아트바젤 홍콩’을 론칭하며 아시아 시장에 진출한 후 성장을 거듭해 뉴욕과 런던에 이어 세 번째 규모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장기화로 홍콩의 국경 봉쇄 기간이 무한정 길어지는 동안 홍콩 바젤의 본래 기능을 해내지 못했다. 2023년 코로나19 이전의 아트바젤 홍콩의 저력을 보여주고자 했으나, 2019년에 비해 적은 숫자의 갤러리만이 참가하며 이전과는 다른 인상을 남겼다. 반면 한국은 그 기간 미술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22년 온라인 플랫폼 아트시에 유입된 한국인 컬렉터의 비율은 2021년 대비 230% 증가하며 성장률 1위에 등극했다. 즉, 한국은 미술 시장이 성장하는 동시에, 세대가 교체되며 젊은 컬렉터들이 대거 등장하는 시기를 맞은 것이다. 해외 메가 갤러리들이 일제히 상륙했고, 아트바젤의 아시아 허브인 홍콩이 주춤하는 동안 프리즈 아트페어마저 프리즈 서울을 론칭하며 새로운 아트 시티의 탄생을 알렸다.
이현(〈아트인컬처〉 부편집장) “왜 서울인가?”라는 질문에 프리즈가 공식적으로 제시한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역사적인 문화 인프라, 교통 요충지, 젊은 컬렉터의 열정, 정치·경제적으로 자유로운 분위기 등이다. 여러 가능성 중에서도 가장 눈여겨봐야 할 강점은 아티스트 풀이다. 프리즈 제1의 경쟁사인 아트바젤 홍콩과 비교하자면, 한국에는 무궁한 잠재력을 지닌 아티스트가 훨씬 많다. 이는 프리즈 상륙 이후 한국 미술계가 이전보다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지역과의 상생을 캐치프레이즈로 삼는 프리즈에게 한국은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도시다.
손엠마(리만머핀 수석 디렉터) 한국은 미술품 거래에 사진과 판화를 제외하고는 세금이 붙지 않는다. 중국에선 약 30%의 특소세가 과세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어떤 국가의 사람들은 자국에서 미술품을 거래하는 것보다 저렴하게 매입할 수 있다는 것도 이유가 될 것이다.
일레인 콱(하우저앤워스 아시아 총괄 파트너)서울은 갑자기 주목받은 것이 아니다. 현대미술 시장에서 한국은 항상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리움미술관,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등 대기업이 전개하는 전시가 문화적으로 잘 녹아들고 있다는 게 큰 이유다. 사립 박물관이 많아 작품 수집량과 전시가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많다는 것 역시 서울의 강점이다.
리오 슈(데이비드 즈워너 디렉터) 한국은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아트 시장이 성숙했다. 지난 수십 년간 미술관과 갤러리를 잘 구축해왔고 컬렉팅 범위와 가격대도 다양하다. 문화의 힘이 강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팬데믹 이전에도 한국에 정기적으로 왔었지만 팬데믹 이후의 이 도시는 완전히 다르게 변한 것 같다.
이지현(‘널 위한 문화예술’ COO) 흔히 홍콩과 서울을 많이 비교한다. 미술 시장이 더 활성화된 쪽은 홍콩이지만, 예술 생태계의 건강함 면에서는 서울을 더 높게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은 단순히 작품 거래를 넘어 작가가 발굴되는 마더 갤러리, 미술관과 대안 공간 같은 비영리 기관과 유기성이 높다.
노두용(실린더 대표)해외에서 단색화나 양혜규·이미래 작가 등이 주목받으면서 한국 작가에 대한 관심이 올라온 지금 중국 시장은 제한이 많고, 일본 시장은 자국 위주의 보수적인 분위기에 2차 시장이 더 활성화돼 있기에 절충지가 된 것 같다.
권오상(작가) 2010년대 후반부터 단색화, 실험 미술이 주목받으며 서울은 아트 신에서 유니크한 위상을 확보해왔다. 또한 한국 컬렉터들의 특징은 직구를 많이 한다는 건데, 국내 갤러리에서 해외 갤러리로 이직한 한 갤러리스트는 이렇게 많은 한국인 컬렉터들이 직구를 하는지 몰랐다더라. 작가와 고객 양쪽에서 한국은 매력적인 시장일수밖에 없다.
김성우(프라이머리프랙티스 큐레이터)우선 정치적 이유를 들 수 있겠다. 홍콩에 대한 중국의 개입은 홍콩 시장을 이전과 다른 분위기로 이끌었고, 팬데믹의 여파 없이 홍콩 시장을 위축시켰다. 그런 상황에서 서울은 꽤 매력 있는 아트 도시로 대두됐다고 본다. 거기에 더해 지난해부터 시작된 신흥 컬렉터의 급증은 서울 시장의 경쟁력을 더 견고히 만들었다.
이소영(컬렉터) 팬데믹 기간에도 ‘2021 아트부산’이나 ‘화랑미술제’ 등 국내 아트페어가 취소되지 않고 안전하게 진행됐던 것이 프리즈 서울까지 이어진 것 같다. 그리고 아트페어를 개최하려면 교통이 편리해야 하고 해외 미술 애호가들을 맞이할 호텔이 많아야 하는데, 삼성동 일대가 그 조건에 딱 부합한다. 이건희 컬렉션 기증, 방탄소년단의 RM 같은 슈퍼 인플루언서들의 아트 컬렉팅 소식이 알려진 후 일반인들이 미술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한몫했을 거다.

TOPIC 2


Q
프리즈와 서울, 앞으로의 공생 관계를 점친다면?
이지현(‘널 위한 문화예술’ COO)서울이라는 도시가 국제적 아트 플랫폼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언어를 비롯한 시스템 부분에서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것으로 안다. 그러나 최근 2년간 프리즈를 지켜본 바 아주 빠르게 개선되는 부분이 포착됐다. 가령 프리즈와 BMW가 공식 파트너십을 맺어 이동의 편리성과 프리미엄 경험을 제공한 것과 OVR도 매우 훌륭했다. 국제적인 플랫폼으로 도약하는 단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현(〈아트인컬처〉 부편집장) 프리즈를 기점으로 많은 국내외 갤러리가 서울에 문을 열었다. 예전부터 5월과 9월은 전시 성수기였지만, 특히 2022년 이후 가을은 서울 미술계에 최고의 미술 주간이 됐다. 그만큼 많은 문화예술 기관이 프리즈 기간에 맞춰 다양한 전시와 행사를 준비하는데, 이 과정에서 여러 기관이 이벤트를 공동 개최하거나 협력하며 영향력을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메이저 미술 기관 군단과 이들의 활발한 커뮤니케이션, 이 2가지가 서울의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황규진(타데우스 로팍 디렉터) 일각에선 해외 유명 갤러리들이 한국 고객과 작가들을 독점한다고 우려하지만, 결국 공생 관계라고 생각한다. 한국 작가들도 해외 큐레이터와 갤러리를 만나 견문을 넓힐 수 있고, 해외 컬렉터들도 한국 로컬 갤러리에 관심을 가진다. 이번에 부스에서 심심찮게 들은 해외 고객의 요청 중 하나가 “한국 작가의 작업실에 방문해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지속적으로 네트워크를 쌓아간다면 서로 윈윈하며 공생할 수 있을 것이다.
장진택(독립 큐레이터)이번엔 민간과 공공의 상호 공조가 돋보였다. 해당 주간을 ‘축제’로 상정하고 서울 전역에 걸쳐 미술계 각계각층의 협조와 참여를 도모한 ‘서울아트위크’는 그런 의미에서 ‘2023 프리즈 서울’이 창출한 공공과 민간을 아우르는 상업 미학적 협업 모델의 성공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이러한 기획은 그간 수면 아래 있던 순수 미술과 상업 미술계 사이의 관계를 공공의 장으로 끌어올리며, 사회구조 안에서 동시대 미술의 역할과 기능을 고민케 하고, 그 실현을 위한 인력 수급과 전략 수립의 중요성을 상기하기도 했다. 한편 서울을 휩쓴 광열한 미술의 열망 이후 미적 명분과 당위에 대한 질문이 남는다. 누군가는 성공적이라 할지 몰라도 프리즈 서울을 둘러싼 일련의 기획을 문제적이라 느끼는 것은 문화예술 분야를 향한 공적 지원과 사적 비즈니스 사이의 석연찮은 공조 방식 때문이다. 이것을 새로운 미학적 협업의 가능성으로 볼 것인지, 관료적 예술 행정의 성과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더 생각해볼 문제다. 한국 동시대 미술사는 이 신자유주의적 사건을 과연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TOPIC 3


Q
프리즈로 본 아트 컬렉팅 시장의 지형도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황규진(타데우스 로팍 디렉터) 과거엔 부유층이 각종 소비재를 사고 가장 마지막으로 사는 게 미술품이었다. 그래서 나이가 지긋한 컬렉터가 많았는데, 요즘은 젊은 컬렉터가 많다. 아트 컬렉팅을 취미로 삼고, 어디서 어떤 작품을 샀는지 인스타그램에 공유한다. 컬렉팅 문화가 양지로 나오고 있는 풍경이 흥미롭다. 갤러리와 아트페어가 대중화되며 진입 장벽이 낮아진 덕이다.
손엠마(리만머핀 수석 디렉터) 팬데믹 때 아트 컬렉팅 시장은 크게 성장했다. 토이나 시계, 신발 등을 컬렉팅하던 젊은 층이 미술 분야로 흘러 들어온 것도 계기가 된 것으로 본다. 다만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작년 말부터 거래량이 대폭 줄었는데, 그럼에도 이번 프리즈 서울의 판매량은 대체로 준수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지현(‘널 위한 문화예술’ COO) 확실히 구매 연령층이 낮아졌다. MZ 컬렉터들이 컬렉팅 시장에서 중요한 고객이 된 것이 가장 확실한 변화다. 다만 이를 제외하면 큰 범위에서 변화는 미미했다. 가령 동시대 미술품이 여전히 평면 작품에 국한되고 있는 점. 캔버스 밖을 벗어난 작품들, 또 새로운 매체를 사용해 공간을 가로지르는 여러 작업을 미술 시장 안에서 만나보긴 여전히 어렵다. 미술 시장이 다른 시장과 다른 유일한 특성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만드는 시장이 아니라는 점’을 떠올려본다면, 현재 미술 시장이 지나치게 소비자의 니즈 기반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보게 되는 지점이다.
이현(〈아트인컬처〉 부편집장) 프리즈 상륙 이후 한국 미술 시장의 ‘품목’이 다양해졌다. 한국과 글로벌 아트 신의 시차가 더욱 좁혀진 것이다. 최근 해외 미술계에 떠오르는 장르와 재료가 올해 프리즈 서울에서도 자주 보였는데, 대표적으로는 초현실주의 화풍 그림과 공예 재료를 사용한 조각 작품을 들 수 있다. 상품의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젊은 컬렉터들도 유행을 맹목적으로 좇기보다 자기 기준을 세우고 취향을 넓혀가는 경향을 보인다.
윤혜정(국제갤러리 이사) 지난해에 비해 메가 갤러리들의 작품 가격이 대체적으로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접근 가능한 가격의 작품을 대거 선보인 느낌이다. 해외 갤러리들이 한국 컬렉터의 스케일과 스타일을 빠르게 파악한 것 같다. 지난해보다 더 많은 해외 컬렉터들이 서울을 찾았다는 점도 유의미한 현상이다. 지난 10여 년간 한국 미술 사조 중 단색화가 해외 미술계와 시장에 자리매김했다는 건 더 말할 나위 없는 사실이지만(모노크롬 페인팅이라는 말 대신 이제는 ‘단색화’로 정확히 발음한다), 올해는 박서보, 하종현 같은 단색화 작가뿐만 아니라 이기봉, 함경아, 이광호, 구본창, 양혜규, 박진아, 강서경은 물론이고 이희준 같은 젊은 작가의 작품까지 다양하게 팔렸다. 단색화의 뒤를 이을 한국 미술가들의 작품이 회자되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권오상(작가)올해 프리즈는 지난해보다 시끌벅적했지만 작품들은 오히려 차분해졌다. 올드 마스터들의 작품이나 범접할 수 없는 가격대의 작품보다 실질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작품이 많이 나왔다. MZ 컬렉터들이 증가하며 그들을 타깃으로 한 작품이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대단한 부자가 아니어도 회사원들이 월급을 아껴 작은 작품부터 시작해 사는 문화가 생긴 것이 요즘의 달라진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인스타그램을 보면 컬렉터들이 동호회처럼 움직이면서 파티와 행사를 즐기더라. 다른 컬렉팅보다 아트가 즐길 게 많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다.
노두용(실린더 대표)요즘 콜렉팅 문화는 다소 우려가 되는 부분이 있다. 어떤 작가가 핫하다고 하면 작품에 대한 순수한 관심 이전에 일단 우르르 몰려가 사는 경우이다. 최근 미술 시장의 문턱이 낮아지고 콜렉터 풀이 넓어지면서 그런 트렌드가 형성된 것 같은데, 자기만의 고유한 기준을 가지고 작가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함께 오랫동안 애정을 줄 수 있는 작품을 산다면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콜렉팅 문화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재석(갤러리 현대 디렉터) 프리즈 이후 서울에 새롭게 공간을 마련한 해외 주요 갤러리가 어떤 프로그램을 선보일지 주목하자. 블루칩 작가 이외에도 서울에서 만나기 어려웠던 작가의 작품을 실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 갤러리들이 한국의 어떤 작가들과 함께 일할 것인지도 관전 포인트다.
김성우(프라이머리 프랙티스 큐레이터)커머셜 갤러리들의 체질 개선이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고 느낀다. 국제적인 아트페어와 함께 한국에 들어온 많은 갤러리가 동시대 미술 작가들의 작업을 수용하며 거래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주요 갤러리들 역시 기존의 영리 시장에서 수용하지 못했던(조금은 난해한) 작업들을 수용해야만 하는 상황이 왔고, 그렇게 오늘날의 현상을 담아내는 작가들이 커머셜 신에 수용되는 것 같다.
이지혜(〈아트토크 머니토크〉 저자)몇 해 전 ‘무슨무슨 테크’라고 하는 신조어가 하루가 멀다 하고 탄생하던 때가 있었다. ‘롤테크’와 ‘샤테크’를 비롯해 와인, 스니커즈 등 그 항목도 다채로웠다. 모두가 매장으로 달려가는 ‘오픈런’ 현상이 동반해서 나타났다. 그 열기가 미술 시장까지 옮겨 붙은 이유는 줄 서서 명품을 사는 이들과 새로 미술 시장에 진입한 초보 컬렉터가 같은 소비자 층이기 때문일 것이다. 고금리 시대가 도래하며 그 열기는 사라졌지만 이번 페어에서도 여전히 긴 줄을 볼 수 있었다. 다만 손님들이 특정 작가의 작품만을 향해 달려가지 않았다는 것은 달라진 점으로 꼽을 수 있겠다.
송정희(〈매혹하는 미술관〉 저자) 이번 프리즈는 한국 컬렉터들의 수준과 성향, 트렌드까지 파악하고 나온 느낌이었다. 가령 피카소의 대작보다는 드로잉을 가지고 나와 판매 가능성을 높였다. 물론 쿠사마 야오이의 작품이 70억에 국내 컬렉터의 손에 들어간 경우가 있었지만 한국 아트페어 수준에 맞는 판매 가능성이 높은 작품들을 구성해서 나왔다는 것이 특기할 만했다.
리오 슈(데이비드 즈위너 갤러리 디렉터) 한국은 바잉 파워가 탄탄하다. 지난 몇 년간 경제적으로 안정돼 있어 아트 시장 역시 안정적이다. 물론 호황기와 불황기가 분명히 구분되긴 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하면 흔들림이 적은 편이다. 입지를 확립한 현대미술 작가 외에도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같은 신예 작가들의 작품까지 컬렉팅하는 긍정적인 흐름이 보인다.
이소영(컬렉터)경기 침체로 인해 시장이 조용해지긴 했다.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한국 미술 시장의 내공을 키울 타이밍이라고 본다. 원래 경제 호황일 때 미술을 투자 수단으로만 보는 사람들이 우르르 생기고, 불황일 때 ‘진짜’ 컬렉터와 미술 애호가가 남기 때문.

TOPIC 4


Q
프리즈에서 눈에 띈 갤러리
이지현(‘널 위한 문화예술’ COO) 제이슨 함, 화이트 큐브, 그리고 호치민의 꾸인 갤러리. 특히 호치민 갤러리는 의외의 발견이었다. 이런 발견이야말로 아트페어에서 느낄 수 있는 큰 기쁨.
노두용(실린더 대표) 모던 인스티튜드의 부스는 프리즈 첫날 월터 프라이스의 작은 회화와 벤치를 두어 메인 섹션의 광활한 공간성을 돋보이게 하는 설치를 했는데, 시각적으로 명쾌했고 작품 사이 여유 공간을 통해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다음 날엔 바닥 카펫을 걷어내고 부스 전체를 짐 람비의 작품으로 채웠다. 과감하게 부스의 분위기를 바꾸고 양극단에 존재하는 감각을 끌어온 점이 멋졌다.
이지혜(〈아트토크 머니토크〉 저자)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프리즈에 참가한 악셀 베르보르트의 부스는 언제나 낮은 조도의 명암이 짙게 드리워진 부스를 연출해 멀리서도 눈에 띈다. 벨기에 안트베르펜에 자리 잡은 악셀의 갤러리를 직접 찾았을 때, 우리나라 김수자 작가의 작품을 전시 중이어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번 프리즈에서 악셀은 권대섭 작가와 윤형근 작가의 작품과 라이문트 키르케 작가의 작품을 배치해 아름다움을 배가시켰다.
손엠마(리만머핀 수석 디렉터) 내가 일하는 리만머핀 갤러리는 한국과 인연이 깊은 갤러리다. 갤러리 시작부터 서도호 작가와 함께했고, 이번에도 이불 작가, 홍순명 작가, 성능경 작가의 작품을 선보였다. 그 외에는 젊은 베트남계 미국 작가인 태미 응우옌의 작품을 보러 오는 분들도 많아 고무적이었다.
윤혜정(국제갤러리 이사)포커스 아시아 섹션의 모든 갤러리. 특히 실린더 갤러리의 유신애 작가의 삼면화가 눈에 띄었는데, 어떨 땐 그림을 닫아 설치미술처럼 보여주고, 때론 활짝 열어서 회화를 보여주는 방식이 일종의 퍼포먼스로 느껴졌다. 모던 인스티튜드 갤러리의 전시 방식도 실험적이었다. 월터 프라이스의 6~8인치 정도 되는 작은 사이즈의 작품이 혼잡한 페어장에서 역설적으로 시선을 끌었다.
이현(〈아트인컬처〉 부편집장) 갤러리 바톤은 부스 전면을 파란색으로 칠하고, 소속 작가들에게 ‘파랑’을 키워드로 한 작품씩 출품해달라 요청했다. 아트페어 특유의 도떼기시장 분위기를 벗어나 부스를 하나의 미술관처럼 연출한 것이다. 보통 아트페어가 종료되면 가장 비싸게 팔린 작품 한두 점이 기억에 남지만, 갤러리 바톤은 하나의 작품이 아니라 ‘바톤’이라는 브랜드를 홍보하는 전략을 세웠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갤러리에게 훨씬 이로운 기회가 됐으리라 본다.
김재석(갤러리 현대 디렉터) 갤러리 현대, 학고재, 가나 등 한국 갤러리가 대거 포진한 프리즈 마스터즈 섹션이 돋보였다. 한국 근현대미술사의 한 흐름을 갤러리의 출품작들을 통해 살펴볼 수 있었다.
장진택(독립 큐레이터) 독립 공간으로서 비제도와 제도 사이의 가교를 자처한 화이트 노이즈와 실린더. 이들은 독립 공간과 갤러리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당대의 새로운 소규모 미술 공간이자 조직으로서 포커스 아시아 섹션에 참여했다. 독립 공간의 명성이 거대 상업적 공간에서도 통용됐다는 것은 새 시대의 미적 입장을 추동하는 계기일 것이다.
김성우(프라이머리프랙티스 큐레이터)개인적으로는 티나 킴 갤러리가 흥미로웠다. 부스를 바라보고 왼쪽으로는 한국의 단색화와 강서경 작가의 작품을, 오른쪽으로는 이미래와 임민욱 등의 여성 작가를, 그리고 가운데에는 제대로 다시 평가해야 할 가치가 있는 강석호 작가를 함께 프레젠테이션했기에 흥미롭게 볼 만한 갤러리 부스였다고 생각한다.










Editors 이예지/천일홍/김미나 Assistant editor 박한나 Illustrator 유승보 Art designer 김지은 Digital designer 민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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