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번째 르망 24시에서 벌어진 일들

100번째 르망 24시에서 벌어진 일들

에스콰이어 2023-10-03 17:00:00 신고


머케닉이 펜스키 포르쉐 팀 차고에서 모니터링 중이다. 스트리밍 카메라가 트랙 위의 차 위치를 보여준다.

머케닉이 펜스키 포르쉐 팀 차고에서 모니터링 중이다. 스트리밍 카메라가 트랙 위의 차 위치를 보여준다.



6월 11일 일요일, 오전 1시 12분
무더운 여름밤이다. 프랑스 북서부에서 매년 열리는 24시간 자동차 경주의 상징, 르망 레이스의 100주년 행사를 시작한 지 벌써 여덟 시간 남짓 흘렀다. 포르쉐 펜스키 모터스포츠 팀의 머캐닉은 ‘자동차 수술실’ 같은 차고에서 접이식 의자에 몸을 기대고 꾸벅꾸벅 조는 중이다. 차고는 조용하다. 세이프티 카 뒤에 묶여 있는 50여 대의 경주 출전차들이 굉음을 내며 결승점이 있는 직선 구간을 지나기 전까진 아직 3분 정도 남았다. 영화 〈트론〉 속 미래지향적인 차를 연상케 하는 포르쉐 963 하이퍼카, 포르쉐 911 기반의 레이스카 외에 페라리, 쉐보레, 토요타 등 50여 대의 자동차 모두 빠르기가 둘째가라면 서러운 모델들이다. 세이프티 카를 따라 등장한 차들은 미묘하게 서로 다른 소리를 내뿜다가 기차놀이를 하듯 줄지어 1번 코너를 지나 다시 사라진다.
경주 중 사고나 문제가 발생하면 노란색 깃발이 펄럭인다. 지금 세이프티 카가 서킷에 들어간 것도 그래서다. 사고가 수습되고 노란색 깃발이 사라질 때까지 추월은 금지다. 세이프티 카를 줄줄이 따라가는 상황에서도 차들이 내는 속도와 소음은 대단하다. 차에서 뿜어져 나온 진동이 고막과 가슴을 압박할 정도다. 그러나 포르쉐 팀의 머캐닉 팀은 귀가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소음에도 대부분 심드렁하게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불현듯 헤드셋으로 어떤 말이 전해지자 흡사 조각상같이 가만히 있던 그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황급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들이 일을 준비한다는 건 자동차에 어떤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다. 운영팀은 얼어붙은 듯 앉아 있고, 차고에 긴장이 감돈다. 모니터에는 ‘뮬산(Mulsanne)’이라 불리는 직선 구간에서 별똥별처럼 빠르게 나타났다 사라지는 레이스카들밖에 보이질 않는다.
지금 트랙 위에는 5번과 6번, 75번을 단 세 대의 포르쉐 펜스키 하이퍼카가 달리고 있다. 차들의 가치는 대당 280만 유로(약 40억원)쯤 된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성능이 뛰어난 슈퍼카 중 하나다. 르망24시 레이스 최상위 클래스에 출전한 차들은 각각 세 명의 드라이버가 24시간 동안 교대로 운전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매 시간 연료를 보충하고 두 시간에 한 번씩 타이어를 교체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느낌이 다르다. 문제가 생긴 듯하다.
3명의 드라이버 크리스티안 리드, 미켈 페데르센, 율리앙 안들로에르가 운전하는 포르쉐 911 RSR-19이다. 아쉽지만 그들은 사고로 탈락하고 만다.

3명의 드라이버 크리스티안 리드, 미켈 페데르센, 율리앙 안들로에르가 운전하는 포르쉐 911 RSR-19이다. 아쉽지만 그들은 사고로 탈락하고 만다.


점프슈트를 입은 머캐닉 몇 명이 용도를 가늠하기 어려운 커다란 공구를 한 아름 짊어지고 내 앞을 스쳐 지나간다. 다른 머캐닉은 튜브, 펌프, 오일 받침 등 정비 키트를 가지고 나타난다. 5번 하이퍼카가 서킷에서 들어와 차고 앞에 멈춰 서자 머캐닉들은 일제히 차에 달려들어 정비를 시작한다. 그들의 등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바람 빠지는 소리와 전동 드라이버가 돌아가는 소리,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가 연신 울려 퍼진다. 차체를 들어 올리기 위해 차 앞뒤에서 연신 펌프질을 하는 와중에도 드라이버는 여전히 운전석에 앉아 있다. 곧 댐퍼와 스프링, 공기흡입구를 비롯해 복잡하게 설계된 차체 하부가 보이기 시작하고 아이언맨같이 보호장비를 갖춘 머캐닉 두 명이 차체 아래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이윽고 바닥 패널이 분리돼 떨어져 나오고 기름 냄새와 달궈진 금속 냄새가 코를 찌른다. 누군가 몇 개의 부품을 차 아래 자리한 머캐닉에게 전달하자 이윽고 깨끗한 차고 바닥에 누런 액체가 새어 나온다. 수신호에 따라 드라이버는 엔진을 켰다 끄기를 반복하며 차 상태를 확인한다. 5분쯤 지났을까? 수리가 끝났는지 탈거했던 바닥 패널이 다시 차체 하부로 들어간다. 그사이 다른 머캐닉들은 타이어 교환을 준비한다. 수리와 타이어 교환을 마친 머캐닉들은 차를 지면으로 내렸고 차는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부릉거리며 서킷을 향해 달려나간다. 차가 어둠에 가려 사라지기도 전에 팀원들은 바닥을 닦기 시작한다. “방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봐도 될까요?”라고 머캐닉에게 질문을 건넸지만 으쓱거리는 어깨와 윙크만 돌아온다.
“5번 차의 냉각 시스템에서 누수가 있었습니다” 레베카 존스의 말이다. 포르쉐 펜스키 모터스포츠 팀이 공식적으로 언론에 전달하는 사항은 모두 그녀를 통해 이루어진다. 우리는 어둑한 피트 뒤의 사무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새벽 2시 20분인데도 날이 무덥다. “차를 분해하고 파이프 구성을 바꿔야 했어요. 수리에 총 23분 걸렸죠.”
차고에서는 머케닉들이 다시 자고 있다. 그 옆에 교체를 준비하는 드라이버가 가볍게 몸을 움직이고 있다. 세이프티 카가 피트를 통과하고, 경주가 다시 시작되고, 모여서 달리던 차들은 빠르게 속도를 높이며 간격을 벌린다. 경주 종료까지는 14시간 남았다.
F1의 모나코 그랑프리, 인디애나폴리스 500 경주와 더불어 르망 24는 모터스포츠의 3대 왕좌의 하나로 꼽힌다. 스티브 맥퀸의 영화 〈르망〉에 묘사된 바 있는 이 경주는 매년 6월 르망시 외곽에 위치한 ‘라 사르트 서킷(Circuit de la Sarthe)’에서 열린다. 라 사르트 서킷은 여느 서킷과 달리 일반 도로와 경주용 트랙이 섞여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평생 마주칠 기회조차 없는 초고성능 자동차부터 양산차 수준의 차가 함께 달리는 것도 르망의 묘미다.
약 8시간 전인 6월 10일 오후 4시로 잠시 돌아가보자. 가수 두아 리파는 마이크를 잡은 채 꽃가루를 뿌렸고 NBA의 전설 르브론 제임스는 레이스의 시작을 알리는 삼색 깃발을 흔들었다. 12시간이 지난 오전 4시에도 몇몇 관중은 침낭에 몸을 웅크린 채 관중석 높은 곳에서 차들이 지나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12시간 만에 서킷 위의 화려함은 온데간데없고 드라이버와 머캐닉, 관람객의 투지와 피로만 서킷 위에 남았다.
1시간 남짓 달리는 짧은 그랑프리 경주가 지배적이었던 시기에 르망 24시는 빠르면서도 믿음직한 차를 만드는 능력을 테스트할 수 있는 좋은 무대였다. 자동차업체 입장에선 자신들의 기술력을 자랑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정해진 거리를 가장 짧은 시간에 달리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시간 동안 가장 먼 거리를 달리는 식으로 말이다. 100년이 지나 배터리와 내연기관이 결합하고 포도주 찌꺼기를 이용해 자동차 연료를 만드는 시대가 됐지만, 우승을 결정하는 건 결국 팀워크와 평정심 그리고 드라이버의 체력이다.
운영요원이 출발선이 있는 직선 구간 아래 터널 그늘에서 경기 전 브리핑을 받고 있다.

운영요원이 출발선이 있는 직선 구간 아래 터널 그늘에서 경기 전 브리핑을 받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경기 운영팀도 피곤하긴 마찬가지다. 밤에는 6시간씩 교대 근무를 하는 식이다. 케빈 에스트레와 앙드레 로테러의 헬멧. 배우 마이클 패스벤더가 르망 완주를 위한 두 번째 시도에 나섰지만 일요일 아침 사고로 탈락하게 된다. 케빈 에스트레가 자신의 포르쉐 펜스키 963 경주차에 오르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경기 운영팀도 피곤하긴 마찬가지다. 밤에는 6시간씩 교대 근무를 하는 식이다. 케빈 에스트레와 앙드레 로테러의 헬멧. 배우 마이클 패스벤더가 르망 완주를 위한 두 번째 시도에 나섰지만 일요일 아침 사고로 탈락하게 된다. 케빈 에스트레가 자신의 포르쉐 펜스키 963 경주차에 오르고 있다.


경주가 시작되기 직전, 한 드라이버는 반농담처럼 “르망에선 차가 달리고 있거나 망가졌거나 둘 중 하나예요”라고 이야기했다. “길 위를 달리고 있지 않으면 벽에 부딪쳐 있을 거라는 얘기죠.” 전직 F1 드라이버, 나스카 챔피언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온 프로와 아마추어 드라이버 모두 자신의 행운을 시험하기 위해 이곳에 온다. 성별 제한도 없다. 남성과 여성이 나란히 경쟁한다. 올해는 여성이 팀의 주축인 ‘아이언 데임스(Iron Dames)’가 시상대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이는 이례적인 일이다. 대부분의 경주가 그렇듯, 르망은 프로 드라이버와 재력이 충분한 ‘젠틀맨 드라이버’들로 이루어진 매우 남성적인 영역이다. 어쩌다 예외적인 경우가 있더라도 모터스포츠 특유의 화려함과 경쟁심리에 이끌린 남성 배우들과 예술가들이 대부분이었다.
배우 마이클 패스벤더는 자신의 두 번째 르망 경주 출전을 앞두고 포르쉐가 마련한 자리에서 “집중력과 정확성은 연기와 경주 사이를 가로지르는 두 가지 요소입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런 능력이 있어야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죠. 연기와 레이싱 모두 짧은 순간 온 정신을 집중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해요.” 그는 그랜드 투어링 카 내구 레이스 아마추어 부문(GTE-Am)에 출전하고 있다. 그가 모는 911 RSR-19 모델은 다른 프로 드라이버들이 모는 괴물 같은 하이브리드 경주차들에게 밥 먹듯 추월당할 게 뻔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 듯하다. “세계 최고의 드라이버들과 함께 트랙을 달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워요. 여기에 오는 팬들이 갖고 있는 열정도 마찬가지예요. 무려 35만 명 남짓한 사람들이 경주를 위해 여기 모였어요. 정말 놀랍지 않나요?”
패스벤더처럼 GR 레이싱의 독립 드라이버인 벤 바커 역시 르망을 집중력과 흐름이 어우러진 것이라고 표현한다. “너무 강렬해요. 가장 강렬한 것은 조명이에요. 사이드미러에는 그저 작은 빛만 보이기 때문에 다른 차와의 거리를 판단하기 어려워요. 저는 그냥 리듬을 탈 겁니다. 언덕에 줄지어 선 관중의 실루엣을 보면 ‘맙소사, 저 사람들이 아직 여기에 있고 여전히 경주를 보고 있네!’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난데없이 나타난 뒤차와 격렬한 경쟁을 펼치기도 하고요.”
“르망은 불을 끄고 운전하는 것과 같아요.” 이곳에서 네 번의 경주를 치르고 그중 한 번은 시상대 위에도 올랐던 전 F1 드라이버 마크 웨버의 말이다. 그는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내빈으로 초청받았다. “제대로 된 야간 경주입니다. 르망을 달릴 땐 아름다움과 외로움이 동시에 느껴져 무척 놀랍죠. 르망에서 꽤 여러 번 선두를 달렸지만 완주하지 못하고 포기해야만 했던 순간이 인생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순간 중 하나예요. 2015년이 그랬죠. 하지만 그런 경험이 우승을 거머쥘 수 있는 진정한 원동력입니다. 물론 운도 필요하고요.” 사실 거의 모든 드라이버가 이렇게 이야기한다. “운이 없다면 르망에서 우승할 수 없다.”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포르쉐 드라이버 닉 탠디는 2015년에 웨버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는데, 밤에 달렸을 때 자신의 랩타임을 대폭 단축한 덕이었다. 그는 야간 운전에 대해 “힘들죠. 실수하기 쉬워요”라며 “낮에 운전을 시작해 밤으로 접어들면 피로감이 극심합니다. 완전히 해가 지지 않아 어둑어둑할 무렵이 특히 위험해요”라고 대답했다. 더 큰 문제는 환하게 불이 켜져 있는 차고에서 나오자마자 캄캄한 트랙으로 나가는 일이다. “어둠에 눈이 익숙해지기까지 세 바퀴쯤 걸립니다. 그 세 바퀴 동안은 마치 잔뜩 젖은 길에서 운전하는 기분이죠.”
머캐닉들이 6번 포르쉐 펜스키 963 하이퍼카의 슬릭 타이어를 홈이 있는 젖은 노면용 타이어로 교체하기 위해 전력 질주 중이다.

머캐닉들이 6번 포르쉐 펜스키 963 하이퍼카의 슬릭 타이어를 홈이 있는 젖은 노면용 타이어로 교체하기 위해 전력 질주 중이다.



6월 10일 토요일, 오후 6시 55분
경주가 시작된 지 3시간 만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이 커다란 서킷의 특징 중 하나는 코스마다 기상 상황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팀과 드라이버가 깊은 고민에 빠지는 순간이다. 시간을 잡아먹더라도 타이어 교체를 해야 할까? 차고까지 몇 km나 남았지? 빗방울이 굵지 않은 것 같은데 그냥 계속 달릴까? 다른 팀은 어떻게 하고 있지? 대부분의 팀은 비가 곧 그칠 거라고 믿으며 슬릭 타이어(접지면이 매끄러운 경주용 타이어)를 끼운 채 달리고 있다. 그런데 비가 점점 더 많이 내린다.
다섯 대의 차가 빠른 속도로 커브에 진입해 고여 있는 물을 밟았다. 그런데 갑자기 한 대가 미끄러져 트랙을 직선으로 가로지른다. 글리켄하우스 하이퍼카 한 대는 이리저리 흔들리더니 통제 불능 상태에서 거꾸로 돌진하는 빨간색 페라리에 부딪쳐 앞부분이 떨어져 나간다. 몇 초 뒤에는 캐딜락 한 대가 접지력을 잃고 스핀해 트랙 한복판에 멈춰 선다. 이를 피하려던 GTE-Am 포르쉐는 가드레일에 부딪혀 뒤쪽이 움푹 파인다. 세이프티 카가 트랙 위에 들어선다. 움직일 수 있는 차들은 비틀거리며 피트로 돌아온다. 부서진 차 안에 앉아 눈만 깜빡이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르망에서 사고는 흔한 일이다. 2021년 아시아 르망 시리즈 챔피언인 ‘에이페이 예’는 선두로 달리고 있었지만 방벽에 부딪쳐 경주차의 엔진이 드러날 만큼 박살이 났다. 프랑스 출신의 ‘케빈 에스트레’가 몰던 포르쉐 963은 자갈로 덮인 안전구간을 가로질러 타이어 방벽에 처박혔다. 마이클 패스벤더는 코너링을 실수해 연석을 가로질러 미끄러졌고 자신이 몰던 911을 방벽에 부딪히며 경주에서 물러났다.
르망에는 낮과 밤, 승리와 패배, 꿈과 악몽이라는 가혹한 이분법이 늘 공존한다. 야심 차게 준비한 최상위 클래스의 하이퍼카가 9위라는 실망스러운 성적을 낸 포르쉐에게 르망 100주년은 잊고 싶은 해로 기억될 테지만, 반면 페라리는 즐거움을 만끽했다. 마지막으로 르망에 출전한 지 50년 만에 돌아오자마자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GR 레이싱의 벤 바커는 출전한 부문에서 3위를 차지했고, 그의 인스타그램 피드는 샴페인과 기쁘면서도 지친 얼굴로 가득 찼다.
경주 종료를 뜻하는 체크무늬 깃발이 나오기 1시간 전, 나는 포르쉐 팀 휴식 공간에 있는 케빈 에스트레에게 다가갔다. 트랙에서 빠르고 과감하게 달리기로 이름난 그는 키가 크고 조각 같은 외모를 지닌 드라이버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슬프고 우울한 모습이었다. 그의 차가 경주를 이어나가기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충돌이 일어나던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시야는 나쁘고, 앞유리는 벌레들이 잔뜩 붙었고, 눈앞에서 벌어진 사고 탓에 노면에는 고무 조각과 기름, 잔해들이 가득했어요.” 잔해를 밟으면 타이어에 펑크가 나거나 차가 미끄러질 수 있으므로 그는 일부러 아스팔트 옆 잔디를 밟는 편을 택했다. 실제로 케빈은 뉘르부르크링에서 열린 레이스에서 잠시 앞바퀴와 뒷바퀴 한쪽이 풀밭에 나간 상태로 시속 277km로 달려 앞차를 추월하며 선두를 차지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잔디가 예상보다 미끄러웠던 것이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었어요. 아쉽네요.” 앞으로 몇 주 동안 그는 벽에 부딪히기 직전 미끄러지는 차를 바로잡기 위해 운전대를 이리저리 돌리며 씨름하던 순간이 마음속을 맴돌 것이다. “눈을 감을 때마다 후회가 되겠죠. 하지만 저는 그 경험에서 교훈을 얻을 겁니다.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거고요. 오늘 밤에는 맥주 몇 잔 마시면서 잊어버리도록 노력할 거예요. 매일 배우고 앞으로 나아갑니다. 이런 게 모터스포츠이고 제 삶이니까요.”
오전 1시 20분, 머캐닉들이 냉각수 누출로 차고에 들어온 미카엘 크리스텐센의 포르쉐 펜스키 963을 수리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참고로 레이스카는 경주 중 최대 30번까지 타이어 교체를 위해 멈춘다. 포르쉐 펜스키 팀원들이 잠시 짬을 내어 잠을 청한다. 프로젝트 1 포르쉐 911이 어둠을 뚫고 내달리고 있다.

오전 1시 20분, 머캐닉들이 냉각수 누출로 차고에 들어온 미카엘 크리스텐센의 포르쉐 펜스키 963을 수리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참고로 레이스카는 경주 중 최대 30번까지 타이어 교체를 위해 멈춘다. 포르쉐 펜스키 팀원들이 잠시 짬을 내어 잠을 청한다. 프로젝트 1 포르쉐 911이 어둠을 뚫고 내달리고 있다.

르망 피트 레인에서 보기 드문 정적의 순간이다. 경주를 시작한 62대의 차 가운데 40대가 체크무늬 깃발을 받으며 완주했다.

르망 피트 레인에서 보기 드문 정적의 순간이다. 경주를 시작한 62대의 차 가운데 40대가 체크무늬 깃발을 받으며 완주했다.



EDITOR DAN RICHARDS PHOTOGRAPHER NICHOLAS JR WHITE TRANSLATOR 류청희 ART DESIGNER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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