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랜드마크"로 묘사되는 플라타너스 나무가 지난 9월 28일(현지시간) 불법 벌목됐으나,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
수령 약 300년의 이 나무는 '시카모어 갭'에 서 있었다. 시카모어 갭은 영국 북부의 고대 로마 요새 하드리아누스 장벽 지역에 위치한다.
2016년에는 영국 숲 보호단체 '우드랜드 트러스트'가 주최한 대회에서 올해의 나무로 선정되기도 했다.
관계자들은 이 나무가 전기톱에 의해 고의로 벌목됐다고 밝혔다.
플라타너스 그루터기는 싹을 틔울 수 있다
그러나 식물 전문가들은 플라타너스 그루터기가 새로운 싹을 틔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국의 유산보전 자선단체 '내셔널 트러스트'는 내년 봄에 나무가 다시 자랄 수 있도록 그루터기 보호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 나무의 씨앗을 모으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었다.
사진작가 이안 스프로트는 자연 현상 '오로라'를 배경으로 이 나무를 촬영했다. 계절이 바뀌는 동안에도 촬영을 반복했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플라타너스 나무는 회복력이 강하다. 앞으로 수십 년이 지나면 나무가 다시 자랄지도 모른다. 보살핌이 필요하다.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나무가 특히 아름다운 이유는 대칭성에 있습니다. 양쪽 언덕 중앙의 나무, 북해를 향한 밤하늘과 그 뒤의 오로라가 대칭을 이루고 있어요. 사진작가에게 이보다 더 완벽한 배경은 없을 겁니다."
스프로트는 벌목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설명했다.
"처음엔 분노가 치밀어 올랐고, 직접 올라가 나무를 보니 더없이 슬펐습니다. 그저 슬픔이 밀려왔죠. 여긴 사람들이 현실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화를 얻는, 작은 안식처 같은 곳이에요. 하지만 이제는 사라졌습니다."
체포
경찰은 "고의적인 손괴 행위"가 있었다며 16세 소년을 체포했다.
'로빈 후드 나무'
이 나무는 할리우드 영화에도 등장했으며 잉글랜드 북동부 지역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랜드마크였다.
1991년 케빈 코스트너와 앨런 릭먼 주연의 영화 '로빈 후드: 도둑들의 왕자'에 등장한 이후 영국에서 가장 많이 촬영된 나무 중 하나였고 '로빈 후드 나무'로 알려졌다.
'몰지각한 행동'
댄 뉴먼은 이 플라타너스 나무에 숨어 있다가 케빈 코스트너의 캐릭터에 의해 구출되는 어린 소년 울프 역을 연기했다.
지금은 개인 트레이너로 일하고 있다. 뉴먼은 "사실 그 장면을 영화 촬영 첫날에 가장 먼저 찍었다"고 말한다.
"아름답고 상징적인 모습이죠?"
"반향이 큽니다. 동네 주민이나 원래 관심을 가졌던 사람들만이 아니에요."
그는 나무를 벤 것이 "몰지각한 행동"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안 스프로트는 이 나무의 벌목으로 또 다른 피해도 있었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나무 근처에서 떠나간 가족을 추모하고 사랑하는 이들의 화장된 유골을 뿌리곤 했다.
그런데 "나무가 잘리면서 낮은 벽 너머의 추모 장소로 쓰러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매우 슬퍼하고 있습니다."
'우리 유골이 뿌려질 곳'
이 나무는 지역 주민 케빈 베인브리지에게도 "매우 특별한 장소"였다.
그는 나무 그늘에서 아내에게 청혼했다. 가족의 화장된 유골도 같은 곳에 뿌려졌다.
베인브리지는 "우리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저 나무 아래가 우리 유골이 뿌려질 곳이라고 항상 말하곤 했다"고 강조했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유적지에 있으니까요."
"이 경관이 상징적인 이유, 수많은 사진이 찍힌 이유가 있습니다."
이안 스프로트는 많은 방문객과 소셜미디어에서 느낀 분위기를 이렇게 요약한다.
"단순한 나무 그 이상입니다. 거의 성지와도 같았어요."
취재: BBC North East, BBC Newsr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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