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령은 20일 변호인을 통한 입장문을 내고 “고 채 상병 사건이 한달이 지난 지금까지 경찰에 의한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보고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유가족들에게 죄송한 심경을 감출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젊은 해병이 꽃도 피어보지 못하고 생을 했는데, 우리 모두 책임이 있다”면서 “직간접적으로 죽음에 대해 과실이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여러가지 이유로 정상적인 수사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그 누군가는 책임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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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은 지난달 19일 경북 예천 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작업에 투입됐다가 급류에 휩쓸려 순직했다. 해당 사건을 수사한 해병대 수사단은 지난 달 30일 국방부 장관에게 사고 조사 결과 결재를 받은 후 경북경찰청에 수사 보고서를 이첩했다. 그러나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를 어겼다며 수사단장이었던 박 대령은 보직에서 해임됐고, ‘항명’ 혐의를 입건됐다.
국방부 검찰단이 경북경찰청으로부터 수사 보고서를 회수했기 때문에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직 경찰 수사는 개시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군인·군무원이 사망한 경우 그 원인이 된 범죄에 대한 재판권이 민간에 있어 수사권 또한 민간 경찰이 갖고 있다. 박 대령은 “사건이 조기에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공동의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특히 박 대령은 여당의 공세에 반박했다. 그는 “시작도 그러했고 지금도 앞으로도 군인일 뿐”이라면서 “충성, 정의, 의리밖에 모르는 바보 군인이다. 정치, 여야, 정무적 판단 잘 모른다. 앞으로 알고 싶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앞서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박 대령이 ‘항명’ 혐의로 입건된 이후 국방부 검찰단 조사를 거부한 것을 두고 “저질 3류 정치인이나 할 법한 망동”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한 바 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지난 14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박 대령이 군인인지 정치인인지 헷갈린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박 대령은 “고 채 상병의 죽음을 둘러싼 여러가지 의혹과 추측이 난무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저는 어떠한 정치적 성향, 의도와 무관하다”면서 “앞으로도 오로지 군인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 제 명예를 되찾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저는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고 채 상병 사건이 조기에 적법하게 처리 되기를 바랄 뿐”이라면서 “이번 사건이 마무리되면 군인의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 남은 군생활 조용히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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