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은 흔히 자동차 엔진에 비유되곤 한다. 하지만 심장은 단순한 엔진이 아닌 인간 문화와 본성의 핵심이자 생명활동의 중추다.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심장에 영혼이 담겨 있다고 믿었다. 때문에 미라를 만들 때 심장만 따로 방부처리해 보존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심장은 지능과 감정, 영혼의 자리’라고 말했다.
오랜 세월을 거치며 우리는 심장에 대한 많은 지식을 축적했다. 하지만 여전히 심장을 장기 중 하나가 아닌 ‘마음’ 그 자체로 여기고 있다. 필자는 심장이 사랑과 영혼의 진원지라는 믿음에서 시작해 심장의학과 미래의 치료술, 그 너머까지 들여다본다.
“이 책은 몸의 폭이 1밀리미터도 안 되는 생명체에게는 쓸모가 없다. 이들에게는 순환계가 없으니까”
심장이 감정과 영혼에 중요하다는 믿음은 대부분 현대과학이 증명할 수 없는 영역에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는 결국 심장과 마음이 연결돼 있다는 징후를 찾아냈다.
실제로 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우리 몸의 신경계, 특히 자율신경계의 교감신경 부분이 순환계에 스트레스호르몬을 잔뜩 흘려보낸다. 정상적인 몸 상태라면 우리 몸은 실재하거나 예상되는 위험에 대응하게 한다.
하지만 뇌에서 스트레스호르몬을 과잉생산하는 환자는 심혈관문제가 발생하고 관상동맥과 미세혈관의 경련이 일어날 수 있다. 이는 슬픔 같은 감정이 심장에 물리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증거다.
그렇다면 우리와 다른 형태의 심장을 가진 생명체는 어떨까. 자연계에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하트모양의 심장 외에도 수많은 형태가 존재한다. ▲겨울에는 스스로 얼어붙는 심장 ▲투명하거나 푸른색 피를 내뿜는 심장 ▲한몸에 여러 개의 심장 ▲1분에 1260회나 뛰는 심장 등 이 책은 인간의 심장뿐 아니라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의 심장과 순환계를 두루 소개한다.
특히 심장이 없는 동물은 어떻게 살아갈까, 도대체 어떻게 푸른색 피가 있을 수 있나, 오징어는 심장이 세 개라는데 왜 세 개나 필요할까, 심장이 얼어붙었다 다시 녹았는데 어떻게 다시 뛸 수 있을까 등 우리가 평소 가졌던 궁금증에 대해서도 친절히 설명한다.
과거 심장은 스스로 재생하는 능력이 없다고 간주돼 왔다. 하지만 최근 의학계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 환자가 본래 갖고 태어났지만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는 장기를 대체하기 위해 심장을 비롯한 다양한 장기를 다루는 장기공학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또 이 책은 심장에 대한 궁금증을 경쾌하게 풀어내면서도 자연스레 심장생물학의 현재와 미래도 담았다. 심장이 잘려 나가도 스스로 재생하는 제브라다니오, 필요할 때 심장을 키울 수 있는 미얀마비단뱀, 인공심장과 심장이식 등 인간생명연장을 위한 놀라운 연구도 살펴볼 수 있다.
단순히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다른 동물들의 사례를 소개하는 것이 아닌 자연에 존재하는 다양한 심장을 연구하는 일이 결국 우리 인간의 심장을 더 건강하게 만들 수 있음을 알려준다.
이 책은 생명을 구하는 방법에 대해 열렬히 고심하는 연구자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게 하는 한편, 우리가 그간 심장에 대해 알고 있던 것이 얼마나 협소하고 한정적이었는지 깨닫게 해준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이제는 자동차 라디에이터가 고장 나면 수리를 하지 않아요. 통째로 새 라디에이터로 갈아끼우지요.”
지금은 괴짜라고 느껴질 수 있는 이런 고민과 연구들이 언젠가는 현실이 돼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할 필요 없이 심장을 갈아 끼우는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