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운 감독 "'거미집'의 마지막 장면, 나를 마주보는 기이헌 체험" [칸 리포트]

김지운 감독 "'거미집'의 마지막 장면, 나를 마주보는 기이헌 체험" [칸 리포트]

데일리안 2023-05-27 09:11:00 신고

3줄요약

세 번째 칸 초청작 '거미집'

김지운 감독이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 이어 '거미집'으로 세 번째 칸의 선택을 받았다. 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거미집'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다시 찍으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 감독이 검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악조건 속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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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김기열 감독은 "자신을 믿는 게 재능이야"라면서 걸작을 만들기 위해 몸부림 친다. 이 모습이 김지운 감독이 작품을 내놓기 위해 거치는 고뇌 같이 느껴졌다. 26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칸 팔레 데 페스티벌 영화진흥위원회 부스에서 만난 김지운 감독은 자신 뿐만 아니라 모든 창작자 및 영화인들을 향한 헌사 같은 영화라고 밝혔다.

"스스로에 대한 불확실성에 가득 차 있는 것이 예술가의 본질이란 생각이 들어요. 김기열 감독 뿐 아니라 완성된 예술가는 이 세상에 없어요. 백 회장이 난장을 피울 때 상처 받는 김기열 감독의 무너짐을 저는 참 좋아해요. 외부로 인한 좌절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에 대한 실망, 나약함에 대한 자괴감 이런 요소들이 정말 좋았습니다. 이런 것들이 켜켜이 쌓여 마지막 장면에서 김기열 감독이 마지막에 알 수 없는 표정을 짓잖아요. 이게 영화의 함축적인 의미이자 우리의 모습인 거죠. 저도 어떤 날은 내가 천재 같고 어떤 날은 쓰레기를 만들고 있는 것 같아요. 이걸 왜 해야 하나 자괴감이 들면 답이 없죠. 막연하니까 그냥 '나를 믿는 게 재능이구나' 이런 말을 할 수 밖에 없어요. 그런 의미에서 재능에 대한 화두가 떠올랐죠. 재능이고 뭐고 어렴풋이 보이는 것에 계속 덧칠하고 채색해 형태가 나올 때까지 믿고 가야 해요."

마지막 장면의 김기열이 완성된 작품을 내놓고 웃는 건지, 아쉬운 건지 미묘한 표정에서 김지운 감독은 자신을 봤다.

"내 영화는 보면 볼 수록 괴로운 지점이 많아서 기술시사 끝나면 봐요. 그런데 꼭 참석해 봐야 하는 권위적인 영화제라서 쭉 봤죠. 김 감독의 모나리자 미소 같은 표정을 보는데, 제가 김기열 감독이 돼 있더라고요. 트랙 인(영화에서 대상을 향하여 나아가면서 이동하는 촬영 방법) 들어가는데 나를 마주 보고 있구나 싶은 게,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기이한 체험을 했어요."

'거미집'은 송강호부터, 임수정, 전여빈, 오정세, 정수정, 박정수, 장영남 등 화려한 캐스팅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김지운 감독은 '거미집'이라는 영화 속에 또 다른 영화 '거미집'을 완성해가는 과정을 통해 배우들이 보여줄 수 있는 스펙트럼을 넓히고 앙상블에 초점을 뒀다.

"이 영화를 최초로 찍은 이유는 배우들의 앙상블을 보고 싶어서였어요. 앙상블이 이렇게 재미있는 또 하나의 장르구나 보여주고 싶었죠. 그래서 온전하게 배우들을 따라가는 화면 비율을 선택했어요. 낯간지럽지만 '거미집'을 본 후, 송강호라는 원톱부터 단역까지 모든 배우가 다 보이는 영화를 만들었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어요. 만약에 내가 잘한 지점이 있다면 그것 같아요."

김지운 감독은 1970년대 유신정권으로 영화를 검열하던 상황이, 현재 팬데믹으로 가로막힌 창작과 멈춰버린 영화 산업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현재 이 시점에서 영화의 원론적인 것을 수면 위로 끌어내고 싶었다. 그리고 파고들어보니 영화에 대한 사랑 만이 중심에 덩그러니 놓여있었고, 이를 반영해 '거미집'을 완성시켰다. 모두가 '거미집'을 걸작이라고 말해도 김지운 감독은 여전히 자신을 의심하고 돌아본다.

"팬데믹이 아니었어도 왜 영화를 하고 감독을 하는 것인가란 질문을 다시 할 때란 생각이 들어요. 팬데믹이 증폭시킨 계기가 된 거죠. 제가 생애 걸작이란 걸 만들 수 있을까요? 대표작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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