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더컬처]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 예술감독 카트린 할과 무용수 발레리아 쿠즈미카·이치노세 히로키 “경계를 넘어 혁신적인 예술로!”

[人더컬처]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 예술감독 카트린 할과 무용수 발레리아 쿠즈미카·이치노세 히로키 “경계를 넘어 혁신적인 예술로!”

브릿지경제 2023-05-26 18:00:00 신고

예텐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
첫 내한공연에 나선 예텐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의 카트린 할 예술감독(왼쪽부터)와 무용수 이치노세 히로키, 발레리아 무즈미카(사진제공=LG아트센터)

 

“세계 유수의 안무가들과의 커미션 작업들을 비롯해 신진 예술가 발굴에 굉장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경계를 확장하고자 합니다. 더불어 사회적으로 시의성 있고 예측불가의 작품들을 선보이며 혁신적인 예술을 나누는 것이 저희의 목적입니다.”

다미안 잘레(Damien Jalet)의 ‘카이츠’(Kites)와 샤론 에얄(Sharon Eyal)의 ‘사바’(SAABA)로 첫 내한 무대를 선보일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이하 예테보리)의 예술감독 카트린 할(Katrin Hall)은 이렇게 전하며 “저희의 예술적 야망은 재능 있는 신진 예술가 발굴과 미래 관객 교육”이라고 밝혔다.

“저희가 제작한 공연들에 대한 독점적인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예테보리만의 굉장한 강점이자 정체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무용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새로운 예술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것과 더불어 어린 관객 혹은 미래 관객에게 다가가고자 노력하고 있죠.” 

 

예텐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
첫 내한공연에 나선 예텐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의 카트린 할 예술감독(사진제공=LG아트센터)

그리곤 “예테보리 지역에서 어린 관객, 난민 등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아우트리치(Outreach) 프로그램”을 예로 들었다.

“학교, 교실, 도심, 지역소극장 등에서 공연 등을 선보이는 예술활동 프로그램으로 무용수 중 한명이 유치원에서 슈퍼맨 역할을 하며 공연을 하기도 했죠. 이번 시즌 안에 100회 정도를 진행하게 될 겁니다. 그렇게 예술가로서 경계를 확장하고 보다 많은 그리고 다양한 관객층에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죠.”


◇삶의 위태로움을 주제로 한 다미안 잘레의 ‘카이츠’와 샤론 에얄의 ‘사바’

“이번 내한공연에서 선보일 ‘카이츠’와 ‘사바’는 인생이 가진 위태로움, 취약성 등을 표현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사바’는 삶의 취약성을 강렬한 신체성을 통해 드러내죠. ‘사바’가 사용하는 동작의 어휘를 무용수들이 익히고 무대에서 선보이면서 영혼을 밖으로 노출시켜 취약성이 야기되는 공연입니다.”

카트린 할이 이렇게 소개한 ‘사바’는 ‘언타이틀 블랙’(Untitled Black), ‘오토댄스’(Autodance)에 이은 샤론 에얄과 예테보리의 세 번째 협업작이다. 그는 “한 안무가와의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협업관계 구축이 궁극적으로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믿는다. 안무가와 무용수들이 서로를 잘 알게 되고 스타일을 공유하면서 예술적 결과물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덧붙였다.

“2022년 세계 최초로 선보인 ‘카이츠’는 2017년 다미안 잘레가 우리 무용단과 선보인 ‘스키드’(SKID)와 재밌는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작인 ‘스키드’는 34도로 기울어진 경사도에서 무용수들이 춤을 추는 녹록치 않은, 신체적으로 많은 것을 요구하는 작품이었어요. ‘카이츠’에서는 ‘스키드’에서 선보인 바람, 공기 등을 새로운 측면으로 가져오죠. ‘스키드’에서는 아래로 내려갔던 방향이 이번에는 위로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샤론에얄 _SAABA__credit Tilo Stengel (8)
샤론 에얄의 ‘SAABA’(사진제공=LG아트센터)

 

‘사바’에 출연하는 하와이 출신의 무용수 이치노세 히로키(Hiroki Ichinose)는 “샤론이 특유의 작업스타일로 예테보리를 위해 만든 작품”이라며 “샤론은 기획이나 계획을 가지고 오는 것이 아니라 각 무용수가 가진 본질적이고 본능적인 면에 초점을 맞춘다”고 말을 보탰다.

“작품 곳곳에 독무가 포함돼 무용수 개개인에 초점을 맞추는 동시에 전체를 아우르는 집단성도 엿볼 수 있죠. 한명의 무용수가 무대에서 춤을 추는 순간에도 백스테이지에 있는 모든 무용수들의 존재감이 분명하게 느껴지도록 만들어진 작품이에요. 무용수 각각이 가진 부서지기 쉬운 취약성을 가감없이 드러낸 특별한 작품이죠.”

‘카이츠’에 출연하는 라트비아 출신의 무용수 발레리아 쿠즈미카(Valerija Kurmica)는 “자연이 갖고 있는 힘을 들여다 보는 작품”이라며 “제목 ‘연’은 외부적인 힘이 가해져야 움직인다. 이를 통해 작품은 새, 바람 등 자연의 다양한 요소가 가진 힘에 대해 풀어낸다”고 부연했다.  

 

예태보리오페라 댄스컴퍼니
첫 내한공연에 나선 예텐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의 무용수 발레리아 무즈미카(사진제공=LG아트센터)

 

“보통의 무용작품에서는 굉장히 많은 자유가 허용되는 반면 다미안과의 공연에서는 제한된 상황 속에서 저희가 자유를 찾아나가야 한다는 점이 흥미로워요. 저희에게 새로운 도전과제를 준달까요. 신체성이 도드라지는 공연이죠. 저 역시 개인적으로는 신체성을 볼 때 감동 받고 이를 통해 감정적인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발레리아 쿠즈미카의 설명에 이치노세 히로키는 “두 작품 모두 서사가 아닌 감정과 느낌에 중점을 둔 작품”이라고 말을 보탰다.

“관객들로 하여금 뭔가를 이해하거나 얻어가게 하기 보다는 경험, 느낌을 주고 예전 경험을 소환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충분히 제공하는 작품입니다. 이렇게 반추하는 경험을 통해 관객은 일종의 최면 상태에 빠진다고 할 수 있죠.”


◇집단 창작시스템으로 다양성을 향해

다미앙잘레 _Kites__credit Tilo Stengel (7)
다미안 잘레의 ‘Kits’(사진제공=LG아트센터)

 

“저희의 창의성 발전을 위해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창작 기회를 주는 시도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그 예가 3년마다 진행하는 팝업페스티벌이죠. 이 팝업 페스티벌에서는 사무실, 쇼핑몰 등 공연장 밖에서 장소특정형 공연을 만들어서 선보이거나 국립극단, NDT 등과의 협업을 하고 여성안무가들의 재능과 노력을 선보이는 작업도 하죠.”

카트린 할 감독은 “다름을 인정하고 지지하는 환경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모든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고 들어주는 분위기 속에서 진행을 하고 있다”며 “결국 다른 모두를 연결시키는 요소는 춤”이라고 밝혔다.

 

“춤에는 언어나 문화적인 차이가 없거든요. 예테보리는 전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다양한 배경을 가진 무용수들로 구성돼 있어요. 고전 무용, 재즈, 힙합 등 다양한 트레이닝을 받은 사람들이죠. 그럼에도 궁극적으로 춤은 우리 몸을 이용해서 표현해요. 무용수들의 다국적성이 저희 무용단이 추구하는 다양성에 크게 기여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무용수가 공동창작자로서 집단 창의력을 발휘해 작품을 만들거든요. 그들이 가진 다양한 문화적 배경, 느낌 등이 작품에 스며들죠.”

 

예태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
첫 내한공연에 나선 예텐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의 무용수 이치노세 히로키(사진제공=LG아트센터)

 

이어 “무용수들이 모든 공연에 예술적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무용수를 뽑는 것이 중요하다” 덧붙인 카트린 할 감독은 “오디션 공고를 내면 다양한 국가의 무용수 1200~1300명 정도가 지원하고 그 중 오디션을 볼 7, 80명을 선발한다. 이 과정을 통해 매해 2, 3명을 뽑는데 지난해에는 8명의 새 무용수들을 선발했다. 그 중에는 한국무용수 김다영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치노세 히로키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무용수들의 창의성을 키워나가도록 독려한다는 점”을 예테보리의 강점으로 꼽았다. 

 

“카트린 할 감독의 말처럼 모든 공연이 창의적 협업을 통해 완성됩니다. 단순히 동작을 배분해주기 보다는 각 무용수가 가진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측면을 공연에 녹여내거든요. 이같은 과정이 예테보리의 공연을 특별하고 독특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하와이에서 나고 자란 이치노세 히로키는 “3살 때부터 춤을 추기 시작해 11살에 K팝 오디션을 본 적이 있다”며 “춤과 안무는 통과했는데 노래의 장벽은 넘기 쉽지 않았다”고 한국과의 특별한 인연을 털어놓았다.

예텐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
첫 내한공연에 나선 예텐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의 카트린 할 예술감독(왼쪽부터)와 무용수 발레리아 무즈미카, 이치노세 히로키 (사진제공=LG아트센터)

“어린시절 친구 중 한명이 K팝의 관팬이었어요. 친구를 따라 호놀를루에서 오디션을 보고 그때부터 K팝을 즐겨들었죠. 안무가 호페쉬 쉑터와 협업한 공연이 있는데 초반 15분이 MTV 뮤직비디오 같아요. 호페쉬 쉑터는 K팝 아이돌그룹의 미학을 담은 것 같은 이 공연의 동작을 무용수들에게 맡겼는데 그때 (K팝 오디션에서 고배를 마셔) 못다 이룬 한을 풀었죠.”


이치노세 히로키의 말에 카트린 할은 “유명 K팝 기획사로부터 뮤직비디오를 함께 작업하자는 제안을 받은 적이 있는데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흐지부지됐다. 앞으로 또 어떤 일이 있을지 기대 중”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K팝 뿐 아니라 신진 예술형태에서 영감받는, 더 많은 협업을 정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진행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노르웨이 출신으로 스웨덴에서 활동하고 있는 안느 브런(Ane Brun)이라는 팝스타와 ‘12 송스’(12 Songs)라는 작품을 선보인 것이 그 예죠. 다미안 잘레 뿐 아니라 톰 요크와의 작업, 영화감독 폴 토머스 앤더슨과 협업해 ‘스키드’ 안무로 만든 넷플릭스 시리즈 ‘애니마’(Anima) 등 장르적 크로스 시도를 계속 하고 있죠.”

이어 “요안 부르주아는 해리 스타일스, 콜드플레이와, 시디 라르비 셰르카위는 비욘세, 다미난 잘레는 마돈나와 작업을 했다”고 덧붙였다. 카트린 할 감독의 말에 이치노세 히로키는 “저희는 현대무용 그리고 보다 접근가능한 대중문화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동의를 표했다.

“동시에 무용수로서는 대면 관객과의 교류가 굉장히 중요해요. 현장 관객과의 교류를 통해 무엇보다 동작의 본질을 깊이 전달할 수 있거든요. 더불어 인간의 의지력과 사회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국 관객들을 만나는 게 너무 기대가 돼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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