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어 른 강훈

좋은 어 른 강훈

아레나 2023-05-26 09:00:05

3줄요약

매주 토요일 <무한도전>을 기다리던 농구부 소년 강훈은 배우가 되어 말을 타고 칼을 휘두른다. 이제는 좋은 어른이 될 차례라는 강훈과 나눈 이야기.

니트 티셔츠는 자크뮈스 제품.

싱글 블레이저와 팬츠는 모두 폴스미스 제품.

화보 촬영 전에 유독 긴장한다고 들었어요. 어제 하루는 어떻게 보냈나요?
사실 어제 한국에 왔어요. 이번 촬영 스케줄 잡히자마자 베트남 냐짱에 갔거든요. 코로나19 이후 첫 여행인데 와이파이 터질 때마다 시안 찾아봤어요.(웃음) 살찌면 안 되니까 음식도 자제했고요.

매 끼니가 소중했겠네요. 기억에 남는 음식 있어요?
기억에 남는 것보다 처음 알게 된 게 있어요. 저 고수 먹을 줄 알더라고요. 음식 안에 고수가 있는 줄도 모르고 신나게 먹었는데 아무렇지 않았어요. 고수만 따로 먹었는데도 괜찮더라고요. 여태까지 남들이 다 빼니까 저도 뺐거든요.

마침내 고수 가능자가 되셨군요. 연기를 10년 넘게 했어도 화보 촬영은 또 다른가 보네요.
연기는 미리 준비해서 동작을 편하게 만들 수 있는데 사진은 그렇게 찍으면 결과물이 뻔하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화보 촬영이 연기보다 훨씬 어렵죠.

배우 강훈의 대표작으로는 <옷소매 붉은 끝동>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작품이 끝나고 일상 안팎으로 달라진 점이 있나요?
스스로 달라졌다고 느끼는 점은 없어요. 일상에서 차이가 있다면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많아졌다는 거? 이번 베트남 갔을 때 모르는 분이 “액터?” 하시더라고요. 부끄러워서 “에 에 ” 하는데 “강훈?” 하고 되물으셨어요. 깜짝 놀랐죠. 내가 눈치채지 못하는 곳에서도 연기를 지켜봐주시는 분들이 있구나 싶어 기뻤어요.

가장 최근 출연한 <꽃선비 열애사>도 사극입니다. 사극 연기는 현대극보다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더 많을 것 같아요.
일단 말투죠. 지금 저희가 쓰는 말투랑 다르니까요. 장소에 따라 조금 더 어려워지기도 해요. 특히 궁에 들어가면 그래요. 왕이 사는 곳이잖아요. 몸도 경직되고 예의도 차려야 하니까 확실히 어려워요. 평범한 선비일 때가 더 행복한 것 같아요.

정말로 왕 앞의 신하가 되는 거네요. 전 배우 인터뷰를 읽을 때마다 캐릭터 분석은 어떻게 하는 걸까 늘 궁금하더라고요.
사람마다 다르긴 할 텐데 저는 일단 목소리의 높낮이와 톤을 잡아요. 그리고 집요하게 이 사람이 누군지 파요. 대본에 안 쓰여 있으면 생년월일까지 정합니다. 대본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인물을 구체화하고 대본을 읽으면 확 달라요.

신분 조사에 가까운 작업이네요. 말을 잘 탄다고 들었습니다. 승마도 자전거처럼 한 번 타는 법을 익혀두면 까먹지 않고 탈 수 있나요?
처음에는 똑같이 어려워요. 다른 점이 있다면 말은 생명체니까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거죠. 가장 무서웠던 게 낙마예요. 떨어지면 아프겠지 하는 생각 때문에 몸이 굳어요. 그러다 한 번은 진짜 말에서 떨어졌는데 안 아픈 거예요. 그때부터 실력이 훅 늘었어요. 선생님도 제가 처음 말에서 떨어진 후로 실력이 늘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안 떨어졌으면 계속 무서워했을 거예요. 사람은 뭐든지 직접 겪어봐야 하나 봐요.

강훈의 인생 영화 5편

<우드잡>, 야구치 시노부, 2014
<서바이벌 패밀리>, 야구치 시노부, 2017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이호재, 2013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구파도, 2011
<어바웃 타임>, 리처드 커티스, 2013
티셔츠는 질 샌더, 니트 베스트는 에트로, 리넨 팬츠는 네이비 by 비욘드클로젯, 브레이슬릿은 락킹에이지, 슬리퍼는 로에베 제품.

후드 점퍼는 마르니 by 지스트릿 494 옴므, 레이어드 셔츠는 네이비 by 비욘드클로젯, 레더 쇼츠는 코치, 신발은 8 by 육스, 양말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연기를 위해서 새롭게 배운 것이 또 있나요?
<꽃선비 열애사> 하면서 처음 검을 잡았어요. 손발 모두 왼쪽을 주로 쓰는데 촬영상 오른손으로 검을 휘둘러야 했어요. 처음에는 몸이 고장 난 것 같았는데 이제는 한결 편해요. 나중에 검술 연기할 일이 생기면 그때는 연습 시간에 대본을 좀 더 볼 것 같아요.

배우마다 다르긴 할 텐데 본인이 출연한 작품을 잘 보는 편인가요?
현장 모니터링은 아예 안 합니다. 대부분 본방으로 봐요. 예전에는 했죠. 현장 모니터링할 때는 본방을 거의 안 봤고, 현장 모니터링을 안 한 뒤로는 본방을 챙겨 봐요. 연기를 하다 보면 매번 후회가 남는데 현장에서 모니터링하면 다음 촬영에 영향을 주더라고요. 일단 찍자. 후회를 하더라도 결과물을 보고 하자. 나름 멘털을 지키려고 그렇게 해요.

듣다 보니 참 똑똑하게 연기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쉴 때는 주로 뭘 하세요?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인데 집에서 진짜 가만히 있어요.(웃음) 뭘 하더라도 아무 생각 없이 할 수 있는 걸 해요. 플레이스테이션, 농구 관람, 영화 보기, 드라마 보기, 산책. 이게 하루 일과표 전부예요.

출연할 작품을 정할 때 나름의 기준이 있을 것 같습니다.
대본을 읽다 보면 ‘하고 싶다’ 생각이 드는 작품이 있어요. 여태껏 ‘하기 싫다’ 했던 작품은 없었지만, 만약 어떤 이유로 내키지 않는 작품에 참여하게 된다면 이 일이 재미없어질 것 같아요. 저도 이게 맞는 기준인지는 몰라요. 앞으로 출연할 작품이 줄어들 수도 있죠. 그렇다 하더라도 스스로 흥미가 떨어져서 일을 그만두지 않을까요?

지금은 연기를 하고 있으니 여전히 연기가 재미있다는 뜻이겠네요. 연기하는 것과 보는 것 중 무엇이 더 순수하게 즐겁나요?
연기할 때가 더 재미있죠. 딱 집중해서 어떤 감정을 연기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극적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순간에 느끼는 희열이 있죠. 그 기분이 연기할 때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보상 중 하나가 아닐까 싶어요.

나이 먹을수록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내가 더 이상 슬픈 감정을 잘 못 느끼나?’ 싶을 때가 있잖아요. 배우라면 그런 변화가 직업적인 스트레스로 이어질 것 같기도 해요.
최근에 저도 그 고민을 한참 했어요. 작품을 있는 그대로 봐야 되는데 자꾸 분석하더라고요. 예전 같으면 마냥 울고 웃고 온갖 감정을 다 느꼈을 텐데 ‘연기 잘한다’ ‘나도 저렇게 표현해봐야지’ 하나하나 따져요. 고민한다고 제 연기가 엄청나게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요. 직업을 떠나서 나이 때문에 이런 건가 싶기도 해요.

고등학교 때까지 농구를 했잖아요. 소년체전 3위까지 했다고 들었는데, 농구선수로서 못다 한 아쉬움은 없나요?
농구는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하고 그만뒀어요.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편인데 농구도 재미있어서 한 거예요. 어느 날 ‘이걸로는 내가 밥 벌어먹고 살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딱 들었어요. 키 성장도 멈춘 것 같고요. 그러면서 농구가 재미없어졌어요. 부모님께서 정말 뒷바라지를 열심히 해주셔서 쉽게 그만두겠다는 말이 안 나오더라고요. 혼자 3개월을 두고 ‘내가 농구선수라는 직업이 다시 좋아질 수 있나’ 지켜보면서 운동했어요. 안 돌아오더라고요. 그래서 그만뒀고 후회는 없어요.

어린 나이에도 좋은 기준을 가지고 고민했네요. <더 퍼스트 슬램덩크> 봤어요?
그럼요. 농구선수를 못할 뿐이지 농구 관련된 건 다 챙겨 봐요. KBL, NBA, 대학농구리그까지. 정대만 제일 좋아합니다. 성인 되고서 맞춘 제 유니폼 번호는 다 14번이에요. 정대만 번호.

정대만이 최고인 이유가 있나요?
3점 슛을 좋아해서.(웃음) 덩크는 아무리 멋있게 성공해도 2점인데 3점 슛은 3점이거든요. 제가 농구할 때 가장 잘했던 것도 3점 슛이었어요.

강훈의 인생 드라마 5편

<나의 아저씨> 김원석, 2018
<그 해 우리는> 김윤진, 이단, 2021~2022
<고백부부> 하병훈, 2017
<응답하라 1988> 신원호, 2015~2016
<그저 바라보다가> 기민수, 2009
셔츠는 르메테크 제품.

리본 타이 셔츠는 르메테크, 링은 락킹에이지, 와이드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막연한 상상이지만 저를 보고 연기를 시작한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저도 누군가를 보면서 이 일을 시작했으니까요.
국립중앙박물관 홍보대사로도 활약중이죠. 배우 일을 할 때와는 또 다른 보람이 있을 것 같아요.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중계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그때 좋게 봐주신 게 아닌가 싶어요. 국립중앙박물관은 제가 상경하고서 힘들 때마다 종종 혼자 쉬러 갔던 곳이거든요. 홍보대사가 됐고 ‘그때 여기서 하던 고민이 헛되지 않았구나’ 싶어서 좋았어요.(웃음) 저뿐만 아니라 부모님이 엄청 좋아하셨어요.

부모님이 군산에서 아들 자랑 엄청 하시겠어요.
아유 과할 정도로요.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군산에서 유독 저를 많이 알아봐주세요. 한 번씩 집에 가면 아버지가 “여기 치과 한번 가서 인사해주면 안 되냐?” 하시는데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중하셨으면 좋겠다 싶죠.(웃음)

반대로 누나는 동생이 강훈인 걸 숨기고 다녔다고 했는데 요즘은 변화가 있나요?
이번에 <런닝맨> 나가고 나니까 조금 인정해주더라고요. 유재석 선배님 만나러 간다고 하니까 처음으로 ‘오 그래. 이제는 인정해주마’ 하는 느낌?

올해 하반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너의 시간 속으로> 공개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아직 알려진 것이 많이 없는데 이번에 맡은 ‘정인규’는 어떤 캐릭터인가요?
촬영은 끝났는데 제가 어디까지 말씀드릴 수 있는지 모르겠네요.(웃음) 인규는요. 일단 정말 착한 친구입니다. 할머니와 친구 시현이가 있고, 살면서 처음으로 민주라는 친구를 좋아하게 돼요. <너의 시간 속으로>는 시간 이동이 잦은 드라마라 정말 집중해서 보셔야 해요. 대만 원작 <상견니>의 팬이라면 두 작품의 차이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겁니다.

말씀하셨듯 이번 작품은 대만 드라마 <상견니>의 리메이크작입니다. 촬영을 준비하면서 원작을 참고했나요, 아니면 일부러 안 봤나요?
원작 드라마가 있는 작품을 연기한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원작 소설이 있는 작품은 몇 번 출연한 적 있는데, 첫 작품 작업 때 소설을 읽어봤어요. 그러고 나니까 대본이랑 헷갈리더라고요. ‘잠깐만, 이게 소설 내용이었나? 대본인가?’ 헷갈려서 그 뒤로는 안 봐요. 이번 작품도 안 보려고 했는데, 감독님께서도 ‘이미 봤으면 상관없지만 안 봤다면 끝까지 보지 마’ 주문하셨어요. 자기도 모르게 따라 할 수 있잖아요. 감독님은 이미 보셨고 그래서 더 보지 말라고 하셨던 것 같아요. 드라마 <상견니>도 못 봤는데 이제 촬영 다 마쳤으니까 보려고요.

작품의 배경은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인 1998년이죠. 당시 여덟 살이었는데, 이번 작품 촬영을 앞두고 특별히 조사한 것들이 있나요?
유튜브로 당시에 어떤 가수, 어떤 음악이 인기였는지 찾아봤어요. 교복은 어떻게 생겼고 가방은 어떤 걸 들고 다녔는지도요. 기억이 별로 없지만 저도 1998년도에 살아 있었으니까 그때 사진도 찾아봤고요. 조선시대보다는 남아 있는 게 많으니까 자료 찾기는 훨씬 수월했어요.(웃음)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나요?
순둥순둥한 역할을 많이 맡아서 기가 센 악역 한번 해보고 싶어요. <옷소매 붉은 끝동>의 ‘홍덕로’가 악역이긴 했는데 그보다 훨씬 더 악랄한? ‘저 사람 그래도 옛날에는 착했는데’ 이런 여지도 없는 그냥 악인 한번 맡아보고 싶습니다.

반대로 25년이 흐른 뒤 강훈은 어떤 사람이 되었으면 하나요?
누군가 저를 떠올렸을 때 ‘강훈이 계속 연기하고 있구나’ ‘좋은 어른이지’ 생각하면 좋겠어요. 사실 이번 <런닝맨> 촬영장에서 유재석, 하하 선배님을 보고 있는데 이상하게 가슴이 뭉클하더라고요. 학창 시절에 운동 때문에 정말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토요일 저녁 6시 반이면 <무한도전> 보면서 마냥 웃기만 했거든요. 그때가 우르르 생각나는 거예요. ‘강변북로 가요제 때 나는 이랬는데’ ‘달력 만들기 특집 때는 나 뭐 했는데’ 생각이 들면서 두 분에게 감사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어린 강훈에게 유재석, 하하는 좋은 어른이었겠네요.
그렇죠. 저도 앞으로 필모그래피가 쌓일 텐데 유재석, 하하 선배님이 제게 그랬듯 누군가 ‘나 강훈 그 작품 봤을 때 뭐 했는데’ 식으로 기억된다면 너무 감사하죠. 막연한 상상이지만 저를 보고 연기를 시작한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저도 누군가를 보면서 이 일을 시작했으니까요.

2023년 06월호

Editor : 주현욱 | Photography : 김영준 | Stylist : 황선영 | Hair & Make-up : 이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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