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주인공 된 세월호 엄마들 "코미디만큼 재밌고 발랄한 다큐"

영화 주인공 된 세월호 엄마들 "코미디만큼 재밌고 발랄한 다큐"

연합뉴스 2023-04-01 08:00: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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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개봉 앞둔 다큐 '장기자랑'…4·16 가족극단 노란리본 단원들 담아

이소현 감독 "피해자와 투사 그 사이 모습 보여주고 싶었죠"

다큐멘터리 영화 '장기자랑'의 이소현 감독과 이미경, 김명임 씨 다큐멘터리 영화 '장기자랑'의 이소현 감독과 이미경, 김명임 씨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다큐멘터리 영화 '장기자랑'의 이소현 감독과 출연자 이미경, 김미경 씨가 31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 사옥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4.1 ryousanta@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세월호 얘기를 하면 슬픈 생각이 드니까 피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이 영화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코미디만큼이나 재밌고 유쾌하고 발랄하거든요." (이영만 학생 어머니 이미경 씨)

다큐멘터리 '장기자랑' 속 세월호 피해 가족들의 얼굴은 그간 미디어에서 다뤄졌던 모습과 사뭇 다르다. 이 작품은 세월호 참사 고통을 겪은 엄마들이 속한 4·16 가족극단 '노란리본'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 속 엄마들은 서로 농담을 던지며 활짝 웃기도, 배역에 대한 욕심으로 갈등을 빚기도 한다.

31일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 사옥에서 이소현 감독과 함께 만난 출연자 김명임 씨, 이미경 씨의 모습도 영화 속과 다를 바 없이 밝고 열정적이며 따뜻했다.

곽수인 학생 어머니 김명임 씨는 "영화를 보시고 '우리랑 똑같은 사람들이구나. 이웃 같고 가족 같은 사람들이 그런 일을 겪어서 슬퍼했고 아파하는구나' 하고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 '장기자랑' 다큐멘터리 '장기자랑'

[영화사 진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소현 감독은 "기존 세월호 관련 영화를 보면 참사 피해자분들이 힘들어하고 슬퍼하는 모습 또는 투쟁하는 멋진 모습, 딱 두 가지를 보여준다"면서 "그 사이에 있는 어머니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우리 어머니들은 멋진 배우이자 안전 사회를 위해 싸우는 영웅이라고 생각해요. 다 멋지고 존경스럽죠.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영웅이셨던 게 아니라 정말 평범하셨던 분들이었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영웅이 되어가는 부분에 좀 더 집중했던 것 같아요."

전작 '할머니의 먼 집'(2016)을 통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 했던 할머니와 손녀인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냈던 이 감독은 7년 만에 '장기자랑'을 내놨다.

그는 2019년 일본 NHK에서 제작하는 세월호 다큐멘터리 스태프로 일하면서 노란리본을 알게 됐다고 했다.

이 감독은 "그냥 첫눈에 반했다. 계속 어머니들을 보고 싶은 마음이 커서 무작정 카메라를 사 들고 갔다"고 노란리본과 첫 만남을 떠올렸다.

다큐멘터리 영화 '장기자랑'의 이소현 감독 다큐멘터리 영화 '장기자랑'의 이소현 감독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다큐멘터리 영화 '장기자랑'의 이소현 감독이 31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 사옥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4.1 ryousanta@yna.co.kr

시작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이 감독이 처음 연습실을 찾은 날, 일부 단원들이 캐스팅 결과에 불만을 표출하면서 갈등이 격화됐기 때문이다.

극단 대표를 맡고 있는 김명임 씨는 "처음 감독님을 봤을 때 되게 불안했다"며 "엄마들은 폭발 직전이지, 이분(이 감독)은 와서 쳐다보고 있지, 어떻게 중재해야 하나 가운데서 조마조마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이 감독은 외려 "세월호에 대한 정말 다른 이야기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다큐멘터리 제작에 확신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는 직접 장문의 손 편지를 써 전하고, 다큐멘터리의 방향성을 설명하는 시간까지 가지면서 단원들의 마음을 얻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촬영 전에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로부터 허가도 받았다.

"그 당시만 해도 어머니들이 도청당하는 일도 많았고, 사람을 쉽게 믿을 수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이것(영화) 때문에 또 그런 기분이 들면 안 되잖아요."

이미경 씨는 "늘 조심스럽게 엄마들을 배려하는 모습에서 진솔함이 느껴졌다"면서 "포기하지 않고 찍어줘서 정말 고맙다"며 마음을 전했다.

다큐멘터리 '장기자랑' 다큐멘터리 '장기자랑'

[영화사 진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처음에는 다른 다큐멘터리들처럼 세월호 참사를 알리고 가족들이 투쟁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거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그걸 벗어나서 한 사람 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그려내 주셨죠. 이렇게 재밌고 좋은 영화가 될 줄은 몰랐어요. (웃음)"

'장기자랑' 속 엄마들의 모습이 참사 피해자라는 프레임 밖에 존재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미경 씨와 정예진 학생 어머니 박유신 씨가 주인공 자리를 놓고 벌이는 갈등이 큰 몫을 했다.

두 사람은 영화 속에서 서로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과 상황에 대한 불만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갈등 끝에 박유신 씨가 갑작스레 잠적해 극단이 위기를 맞았던 상황도 그대로 담겼다.

이 감독은 "안에서 계속 욕망이 꿈틀꿈틀하는 부분이 제게는 굉장히 생동감 있고 귀엽게 느껴졌다"면서 "극단을 담기 위해서는 이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미경 씨는 "사람마다 다 각자의 성격과 색깔이 있는데 저는 그냥 되게 솔직한 사람이다. 남이 나를 어떻게 보든, 내 나름대로 즐기고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며 다큐멘터리 속 자기 모습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장기자랑'의 이미경, 김명임 씨 다큐멘터리 영화 '장기자랑'의 이미경, 김명임 씨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다큐멘터리 영화 '장기자랑'의 출연자 이미경, 김명임 씨가 31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 사옥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4.1 ryousanta@yna.co.kr

'장기자랑'은 4월 5일 전국 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김명임 씨는 "우리가 연극으로 만날 수 있는 사람은 한정돼있지만, 영화는 훨씬 더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어 설렌다"면서 "많은 분이 봐주셨으면 좋겠다"며 개봉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이미경 씨도 "엄마들을 통해서 예쁘고 찬란하고 꿈 많았던 아이들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아마 영화를 보시고 나면 유명한 배우들 못지않은 엄마들의 매력에 푹 빠지실 거예요. (웃음) 곧 4월 16일이잖아요. '장기자랑'을 통해 조금 다른 마음으로 다시 세월호를 되새기는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stop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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