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Q] 떠오르는 2008년 악몽...'그림자 금융' 뇌관 터지나?

[마켓Q] 떠오르는 2008년 악몽...'그림자 금융' 뇌관 터지나?

아시아타임즈 2023-03-28 22:30:50 신고

[아시아타임즈=김지호 기자]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 스위스 2위 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 매각, 도이치뱅크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급등 등 전세계 은행이 흔들리고 있다. 특히 그간의 유동성 위기를 넘어 '그림자 금융'까지 다시 터지면서 시스템 위기로 비화될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림자 금융은 은행과 유사한 경제적 기능을 수행하나 은행보다 규제 수준이 낮은 비은행 금융기관 또는 이들 비은행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금융투자상품을 말한다. 자산유동화증권, 신용부도스와프(CDS), 부동산·헤지펀드나 연기금 보험회사 따위다.

image 실리콘밸리은행 본사에 있는 로고/사진=연합뉴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장하준 영국 런던대 교수는 전일 기자간담회에서 SVB 파산 등과 관련해 "2008년 금융위기를 돈을 풀어 막으면서 제대로 끝내지 못해서 발생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애초 SVB 사태는 2008년 리먼 브라더스로 파산으로 인한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다르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인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을 담보로 한 자산유동화증권 등 그림자 금융이 문제였지만, SVB나 CS는 투자실패로 인한 유동성 위기로 촉발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 교수는 이번 은행 위기가 2008년 금융위기의 연장성이라고 해석하면서 같은 부류의 위기라고 단언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도 26일(현지시간) 뉴욕연방은행의 보고서를 인용해 20조 달러(약 2경6010조원) 이상의 그림자 금융 때문에 은행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주요 헤지펀드가 자산을 투매하면 유사한 자산을 보유한 은행의 자산은 손상을 입을 수 밖에 없다는 게 보고서의 결론이었다.

미국 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문제다. 자산유동화증권(ABS)의 일종인 상업용 부동산저당증권(CMBS)은 건물이나 상가, 호텔 등 상업용 부동산을 담보로 빌려준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발행된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 고강도 긴축으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데다 자본조달 비용도 급격히 증가해 리파이낸싱(자금 재조달)이 어려워지면서 CMBS 연체률이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CMBS 연체율은 3.12%로 1월 2.94%에 비해 0.18%포인트 상승했다.

배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 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29억 달러(약 3조7715억원)로 은행 대출의 24%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그 중에서도 지역 은행을 포함한 중소 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익스포저(투자액)가 대형 은행 대비 특히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은행의 유동성 확보 이슈로 인한 리파이낸싱 우려 역시 불거지며 상업용 부동산의 디폴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게다가 고금리 환경의 지속은 부동산 가격의 추가하락을 부추기면서 부동산 개발 기업이 채무불이행 상태에 놓일 수 있고 이는 다시 중소 은행의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부동산으로 자산 쏠림이 심한 나라에서는 그림자 금융으로 인한 은행의 자산 훼손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밖에 없다. 

이혁준 NICE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SVB와 CS 사태의 공통점은 은행에 대한 실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금융업종 중 가장 안정성과 신뢰도가 높은 은행에서 파열음이 연이어 발생한다는 것은 새로운 금융위기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부동산 그림자금융은 자금 중개의 경로가 길고 복잡하며, 채권시장 및 단기자금시장 등과 밀접히 연계돼 있으며 레버리지가 큰 특징을 가진다"며 "부동산 그림자금융이 부실화되면 금융기관이 연쇄 손실을 기록할 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실물경제의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2022년 하반기 발생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자금 경색 위기가 대표적인 예로, 부동산 그림자금융 중에서 하나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뿐 아니라 실물경제의 침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부동산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이에 따라 부동산 그림자금융 취급 금융기관이 부실화되면 타 금융회사나 건설회사의 손실로 빠르게 전이되고, 보유 부동산의 급매 출회(fire-sale)로 부동산 가격이 더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악순환에 빠질 개연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실장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한국 부동산 그림자금융 규모는 876조원으로 2014년말 246조원 대비 3.6배가 증가했다. 연평균 증가율은 17.8%에 달한다. 이 기간 상업은행의 대출 잔액은 연평균 7.2% 증가하는데 그쳤다.

또한 최근에는 증권,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과 더불어 건설사의 PF 우발채무 역시 시스템 리스크의 뇌관 중 하나로 여겨진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11개 주요 건설사의 우발채무 규모는 95조원에 달한다. 

image 사진=NICE신용평가

같은 기간 25개 증권사의 PF 관련 우발채무·대출채권·사모사채 규모는 28조4000억원에 그친다. 특히 11개 건설사의 보유 현금은 12조원에 불과해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분양 등으로 건설사의 우발채무가 현실화되면 금융사가 연쇄적으로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그림자 금융 부실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008년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연준이 금리만 내려준다면 은행 보유자산의 평가손실로 인한 부실이 크게 완화될 수 있는 상태"라며 "특히 한국의 PF는 개인이 아닌 기업이 투자했기에 쉽게 자금을 뺄 수 없는 만큼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이 일어날 확률도 작다"고 분석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과 사모펀드(PE) 등 레버리지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지만, 은행 시스템 위기가 점차 감소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은행 시스템이 정상화되면서 금리인하 기대감은 후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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